세찬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30분.
내 방이 지붕 바로 아래에 있는 5층인 탓에 비가 지붕을 때리는 소리가 몹시 거세게 들렸다.
분명히 7월은 건기라고 했는데, 발리에 온 후로 비가 오지 않은 날이 없다.
귀마개를 끼고 다시 잠에 들었다.
오늘은 다행히 알람을 듣고 바로 일어나 여유롭게 1층으로 내려갔다.
친구들에게 새벽에 빗소리를 들었냐고 물으니 잘 몰랐다고 했다.
내 방만 시끄러웠나 보다.
오늘은 프라나야마 무드라와 프라나무드라를 배웠다.
바르게 척추를 펴고 앉아 왼손으로 프라나 무드라를 만들어 왼쪽 무릎 위에 살며시 올려놓고
오른손으로 프라나야마 무드라를 만들어 엄지손가락으로 오른쪽 코를 막는다.
왼쪽 코로만 깊게 호흡한다.
깊은 호흡을 마치면 빠른 호흡을 반복한다.
이렇게 하면 왼쪽에 있는 달의 기운에 좋다고 한다.
다음으로 약지손가락으로 왼쪽코를 막고 오른쪽 코로만 호흡한다.
오른쪽에 있는 해의 기운에 좋다고 한다.
인 요가 시간에는 엉덩이 쪽 스트레칭을 주로 했다. 한쪽 무릎 아래 쿠션을 놓고 한 다리는 앞쪽에서 직각을 만들어 골반쪽을 늘인다. 가능하면 팔은 접어 팔꿈치를 바닥에 댄다. 이렇게 하고 꽤 오랜 시간을 버티니 팔이 아팠다. 다리를 양 옆으로 찢고 앞으로 내려가는 동작도 했다. 마지막에는 옆으로 누워 한쪽 다리를 90도로 굽히고 그 아래에 쿠션을 대고 있었는데, 거의 잠들 뻔했다. 살짝 코를 골았던 것도 같다.
아침에는 유일한 발리 현지인 '아니', 스페인 아저씨 '대니', 캐나다인 '줄리아'와 함께 밥을 먹었다. 아니가 발리에서 여행하면 좋은 곳을 몇 군데 알려줘서 잘 적어놨다. 남편이랑 여행 갈 거라고 하니 대니가 결혼했냐며 믿을 수 없다고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다. 한국은 어떤 식으로 결혼하는지 설명해 줬다. shale 1에서는 아침식사를 하기 전에 하타요가를 하는데, 어제보다 힘들었다고 했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
Wayan선생님의 요가철학 시간. 요가수트라를 만든 파탄잘리에 따르면, 요가는 마음의 변동성을 없애는 것이다. 요가는 마음이나 생각이 일었을 때 그것을 멈추고 고요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요가의 목적은 기쁨, 자유, 그리고 의식의 고요함이다. 단, 여기서의 자유는 책임이 따르는 자유다. 요가의 주된 실천은 4가지로, 아사나, 명상, 프라나야마, 챈팅이다. 아사나로 포즈를 취하고 이것이 깊어지면 삶의 자세가 되고, 깊은 이완을 통해 고요함에 이르게 된다. 명상을 통해 지성에 영감을 주고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프라나야마를 통해 생명 에너지인 프라나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다른 반 친구들이 경고했던 바와 같이 힘든 수업이었다. 선생님이 하타 요가의 sun salutation(태양 경배자세)를 아냐고 물으셔서 안다고 대답할 뻔했다. 내가 한국에서 배웠던 요가가 하타요가였기 때문. 다른 학생이 먼저 손을 들어 앞에 나왔고, 내가 아는 그 시퀀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그건 아쉬탕가 요가의 sun salutation이라고 했다. 선생님이 시범을 보였는데, 내가 한국에서 배우던 요가와 달랐다. 흠 뭐가 맞는 거지.
하타요가 수업에서는 한 가지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동작을 주로 진행했다. 하타요가를 열심히 하면 분명 복근이 생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태양인 소음인 등을 나누는 사상의학처럼 아유르베다에서 나누는 3가지 인간형이 있다고 한다. 오늘은 그중 Vata에 대해 배웠다. 근데 듣다 보니 vata는 단점만 가득한 것 같아서, 극복할 방법은 없냐고 질문하니 선생님이 다음 시간에 알려주겠다고 했다. 나중에 애들한테 MBTI 아냐고 물어봐야겠다.
아침에 식사를 같이 했던 인도네시아 친구 '아니', 뉴질랜드 친구 '엠마', 같은 아사나 수업을 듣는 독일 친구 '니나'와 함께 식사를 했다. 니나는 좀 조용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영어에 자신이 조금 없다고 했다. 파란 눈의 금발이면 모두 영어를 잘할 거라는 선입견 때문에 상상도 못 했다. 식사를 마칠 때쯤 옆테이블에 있던 클로이와 덴마크 친구가 우리 테이블로 와서 같이 얘기를 나눴다. 점심식사가 맛있어서 두부와 템페 이야기, 그리고 인도네시아 음식 이야기를 하다가 '아니'가 맛있는 인도네시아 차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줬다.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5개의 rosela flowers
검지 반만큼의 생강
360ml 물
이걸 끓이면 빨개지는데 거기에 꿀 2스푼을 넣고 먹으면 아주 맛있다고 했다.
하타요가 선생님이 진행하는 아나토미. 아나토미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미국에서 온 헤일리와 뉴질랜드에서 온 제임스와 잠시 얘기를 나눴다. 헤일리는 작년에 대학교에 입학에 간호학을 배우고 있어서 이미 작년에 해부학을 수강했다고 했다. 그래서 이미 다 배운 내용이라고. 헤일리는 미국인이지만 미국인 특유의 내가 부담스러워하는 바이브가 없어서 편안하다. 헤일리가 영국이랑 호주 발음은 악센트가 독특하면 알아듣기 힘든데 뉴질랜드는 비교적 잘 알아들을 수 있다고 했다. 제임스는 뉴질랜드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키위 슬랭이 있다며, g'day가 안녕이라는 인사고, 서로를 부를 때 bro라고 한다고 했다.
아나토미 수업시간에는 신체 움직임의 3가지 측면을 배우고, 어떤 아사나가 어떤 움직임에 속하는지 얘기를 나눴다.
얼라인먼트 수업에서는 아쉬탕가 요가의 자세를 제대로 취하는 법을 배웠다. 언뜻 보기에 그냥 가만히 서있는 첫 번째 동작이 사실은 굉장히 많은 디테일을 가진 중요한 동작이었다. 발로 그냥 바닥을 움켜쥐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발뒤꿈치는 살짝 벌려줘야 하고, 어깨도 그냥 펴는 것이 아니라 아쉬탕가와 하타요가를 할 때 각각 다른 방법으로 펴야 했다.
대망의 아쉬탕가 요가시간. 많은 땀이 흐를 것을 대비해 머리에 손수건을 둘렀다. 어제와 같이 sun salutation A, B를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스탠딩 시퀀스를 진행했다. 마지막에 차투랑가에서 단다사나로 바로 넘어오는 동작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거의 공중부양을 하듯 앞으로 날아왔다. 우리 중에 이 동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질문했고 선생님이 팔 힘을 기르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바닥에 앉아 발바닥을 벽에 대고 90도로 앉는다. 바닥을 보도록 돌아 앉아 엉덩이가 있던 자리에 손을 놓고 벽에 다리를 올린다. 다리는 너무 높이 올리면 안 되고 허리와 발까지의 각도가 90도가 되는 정도가 적당하다. 이 자리에서 무릎을 폈다 굽혔다를 20회까지 반복할 수 있게 되면, 여기서 점프해서 바로 앉는 자세가 될 수 있도록 연습하면 된다고 한다. 지도자 과정이 끝나기 전까지 완성해 볼 수 있을까?
오늘의 명상은 어제와 같은 요가 니드라가 아니라 호흡법에 대해 배웠다. 나이가 들면 숨이 점점 얕아지고 위로만 숨을 쉬게 되기 때문에, 아랫배까지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했다. 10초 동안 들이마시고 10초 동안 참았다가 다시 10초 동안 내쉬는 연습을 계속했다. 나는 평소에도 호흡이 너무 얕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잘 되지 않았다. 특히 내쉬는 숨이 너무 빠르게 빠져나가서 호흡을 할 때마다 숨이 자꾸 가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