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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말고이응 Jul 09. 2018

그냥, 묻기

오해를 푸는 법

나는 생각보다 속이 좁은 사람이었다. 특히 나를 대하는 말과 태도에 대해 그랬다. 내가 허용할 수 있는 예의 없음의 수준은 그리 관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글거리는 것을(솔직하게 애정 표현을 하는 것을) 싫어했던 오랜 역사 때문에, 친근함을 주로 장난이나 애교 섞인 비난으로 표현해왔다. 가깝든 멀든 내 주변에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매일 볼 수 있는 관계라면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잦기 때문에, 가끔 농담이 도를 지나쳐도 이내 오해를 풀 수 있다. 그와 달리 일주일에 한 번도 보기 힘들어진 옛 사람들과는 주로 간접적인 방식으로 소통을 하게 됐다. 뉘앙스와 바디 랭귀지가 제한된 SNS 커뮤니케이션의 빈도가 높아졌다. 지나친 농담이나 장난이 곡해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 또한 마찬가지다.


결국 반복된 오해는 의심을 불렀다. 분명 옛날과 같은 사이였으면 악의가 없는 장난임이 분명한데, 눈앞에 보지 않은지가 너무 오래라 이게 진심인지 농담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는 이유로, 또 옛날에 도움을 받았던 기억을 꺼내놓으며 스스로를 다그치려고 했다. 이런 말로 상처받거나 의심하면 안 돼. 내가 예민한거야. 내가 오해한거야.


이런 자책은 결국 그냥 풀고 넘어갈 수도 있는 오해를 더욱 병들게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자책을 할수록 스스로를 미워하니까 힘들고, 스스로를 미워할수록 상대방도 미워진다. 속 좁지 않으려는 알량한 오만과 자존심이 결국 제 살만 깎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오해할까봐 두려워진다면 내 좁은 이해심을 넓히는 것보다 상대방에게 '그냥 물어보는 것'이 빠르다는 것. 이 쉬운 답을 조금 앓고 나서야 알게 됐다.


이제 나는 삐진 마음, 토라진 태도, 이런 것들이 숨기고 있는 그 안의 질문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보려 한다. 어째서 내 마음을 살펴주지 않고 무시하는거냐고 근거 없이 짜증내기 전에,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라고 물어본다. 대부분은 화들짝 놀라며 “너가 오해했을 수도 있겠다. 근데 그런 건 절대 아니었어.”라고 한다. 그런 경험이 하나둘 조금씩 쌓이자 오해 대신 다른 감정들이 생겼다.


조금은 속이 좁아도 날 이해시켜줄 마음 넓은 사람들이 참 많구나.하는 감사함.

조금은 속 좁아도 괜찮겠다.는 안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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