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읽게 된 건, 나와 직접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된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어쩌다 보니 삶의 스타일상 계속해서 혼자 살아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이는데,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는 삶에 대한 측은함(?)을 보이거나 비혼주의 신념을 가지고 있냐는 이분법적 반응을 보이곤 한다. 2023년 아직 유효한 한국식 가족주의 담론에 기반한 걱정과 우려(^^)를 접하다 보면 지금 내 삶이 문제가 많나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애매한 혹은 구체적인 불안감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기에 에이징 솔로 - 혼자 사는 게 과도기적 상태가 아니라 삶의 기본값인 사람들’을 통해 나 자신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삶을 재구성(16p)하며, 나에게 필요한 용기를 얻고 싶었으며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경우 반성하고 대응하길 원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 여러 원인이 있을 테지 - 1인 가구의 비율은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국내의 1인 가구 정책과 담론은 “청년은 미혼, 중년은 이혼, 노년은 사별(8p)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기에,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는 부정확한 진단과 과도하게 단순화된 서사(90p)가 아닌 경험하는 여정과 실제 마주하는 문제들(13p)에 기반하여 방향성을 찾아가고 싶었다.
책에는 19명의 중년/혹은 중년을 지난 에이징 솔로에 인터뷰를 통해,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삶의 모습부터 가족 그리고 가족을 넘어선 다층의 관계, 원가족 간의 관계와 노후에 대한 생각, 현재 제도에 대한 고찰 등이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안타깝게도(!) 인터뷰이가 모두 남자인데, 이는 저자가 인터뷰 가운데 가부장제가 역력한 한국 사회에서 남성의 비혼이 남성성에 영향을 주지 않고, 경험도 다르다고(16p)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도 비혼으로서의 삶의 모습과 상황들이 인터뷰한 여성들과 비록 차이나는 부분이 있기에 일정 부분 동감하지만, 지향하거나 만들어야 할 바에서는 적지 않은 부분 공통점이 있다고 느끼기에 저절로 드는 아쉬움이 드는 건 사실이다. 나와 같은 성향이나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점차 늘어날 수 있고 그리고 연구조사에도 외로움을 걱정거리로 뽑은 남성 솔로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여, 더 많은 남성들이 고립/소외(^^)되지 않고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으면 한다.
홀로 살아가며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아이를 낳고 키워봐야 사람이 성숙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조언/충고를 일반화하지 않고 나 자신에게만 적용한다면 어느 정도 맞는 말로 다가온다. 물론 솔로이기에 일반적인 궤적에서 벗어난 다양한 선택을 하며 살아갈 수 있었지만, 동시에 게으름이나 방종 가운데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낼 때 부적합한 변명으로 삼기도 하였다. 또한 삶을 성숙하게 하는 단련을 회피하기도 하였으며, 나와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협소해 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건 나의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만약 나 역시도 다른 방향에서 좋은 자극을 받고 자신의 삶에 잘 책임을 지는 노력을 꾸준히 하였다면, 양육 경험의 부재가 치명적인 문제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좋은 이야기가 단 하나만 있지 않듯이, 단지 하나뿐인 ‘가장 깊고 가치 있는 경험’은 존재하지 않는다(46p) 타인의 경험을 존중하고 응원하되 - 때로는 부러워할 수도 있다. - 하나의 경험만을 절대시 하지는 않으며, 나의 상황에 맞게 나를 행복하게 하고 주변에도 도움이 되는 경험을 만들어가는 게 더욱 필요하다. 그러한 삶의 모습이,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보다 훨씬 더 사회에 해를 끼치며 가족주의에 집착하는 이기적 행태보다는,훨씬 필요하고 사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솔로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동거가족이 없기에 굉장히 외로운 상태에 놓여있다는 고정관념도 흔히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생각도 지금 나에게는 온전히 부인하기 어려운, 묵직하면서도 동시에 날카롭게 다가오는 이슈이다. 특별히 내 삶이 어긋나 있다고 느낄 때, 이룬 것 없거나 발전되지 않았기에 누군가와 만나서 내 얘기를 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느껴질 때는 아무와도 연락하지 않고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원래 계획이나 바램과는 다르게 혼자 적지 않은 기간을 방 안에 있는 경우들도 생긴다. 그래서 더욱,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관계망이 중요하고 필요하다. 물론 타인이나 모임에 의지/집착하기보다는 스스로 중심을 잡고 실천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 선후관계보다는 보완 관계에 가깝지 않을까 - 자신에게 맞는 방식의 다층의 공동체를 만들고 찾아갈 수 있는 기회와 노력이 점차 중요해질 것이다. 필요한 만큼 소속되어 있을 수 있고,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 만큼 분리(85p)될 수 있는 게 솔로의 삶이니까.
관심사 기반이든, 힘들 때 하소연을 나누는 모임이든, 문화활동에 최적화된 커뮤니티든, 친밀한 관계가 담긴 공동체에 대한 하나의 정답이 있지는 않다. 다른 사람들도 독립과 소속, 자율과 연결, 벗어나기와 잇기 등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갈망을 동시에 품고 있기에(139p) 개인의 삶이 풍성해지도록 돕는 관계망을 자신에 맞게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모든 공동체에서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자신에게 핵심으로 다가오는 관계망에서는 서로 신세 지는 것을 받아주고 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168p)을 가지기 위하여, 폐 끼치고 다른 사람이 내게 기댈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훈련(169p)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책 안에서 관련된 좋은 사례들이 많이 보이는데, 인터뷰이의 특성상 여성 중심적 사례이다 보니 아쉬움과 자극이 동시에 든다. 대한민국 남성들은 기존 남성성 신화로 인해(나도 그 안에 포함된다)누군가에게 틈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물론 과거에는 접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방식의 커뮤니티 플랫폼이 생기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건전하게(?) 다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계속해서 만나고 싶다.
책 후반부는 주거와 돌봄(원가족 및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관련 이슈, 그리고 솔로들을 위한 정책과 관련된 내용들이 담겨있다. 특별히 돌봄 이슈는 솔로인 사람들의 생의 종반기를 위해서라도 - 객체가 아닌 주체의 입장에서도 - 앞으로 잘 구성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서로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꾸준히 연락하는 관계도 필요하지만, 돌봄이 특정 개인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기보다는 공동체/사회가 함께 해야 할 일임을 주창한다. 즉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시간과 생활을 일에 온통 헌납하지 않고,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을 필요할 대 돌볼 수 있도록 일과 시간에 대한 한국 사회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229)고 말이다. 솔로의 노년이 단절되거나 비루해지지 않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함께 준비해야 할 이슈가 아닐까 싶다
처음에도 얘기했듯이 솔로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은 점차 많아질 것이다. 이제는 사회가 담당해야 할 역할을, 아니 어쩌면 진작부터 사회가 담당해야 할 역할을 가족이 앞으로도 계속 담당해야 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사족으로, 비혼의 이유가 다른 성별에 대한 증오와 몰이해에서 비롯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현실과 제도/생각의 괴리가 불필요한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낳지 않도록, 혈연가족을 꾸민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오해가 증폭되지 않도록, 홀로이면서 함께를 선택한 사람들이 평범하고 자연스럽게 여겨지도록(40p), 더 많은 관심 속에 개인의 노력과 제도의 개선이 함께 이루어지길 바란다. 특별히 나를 비롯한 남성들에게, 틈을 내주고 빈 곳을 채울 수 있는 관계와 관련된 기회와 실천들이 더욱 많아진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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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아티클도 있어서, 공유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