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고나 Jul 23. 2022

부부의 라이브커머스

그립 - 아침엔 대구탕 / 네이버쇼핑라이브 - 낙지한마리대구탕

오늘은 토요일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주말이지만, 나에게는 일요일과 함께 가장 바쁜 날인 주말 토요일.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7시 40분쯤 그립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어서오이소~~~"


이제는 입에 그냥 착 달라붙어 있는 인사. 어서오이소.


원래 내가 하는 방송 '아침엔 대구탕' 방의 인사는 '아하' 이다.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우연히 만들게 되었다.


그립에서 방송을 하시는 분 중에 홍천찐빵이라는 분이 계신다.


방송을 처음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홍천찐빵 방에 놀러 갔는데, 다들 인사가 '찐하'였다.


"찐하~"


"찐하찐하~"


홍천찐빵 사장님의 방에 들어오는 모두가 찐하찐하 인사를 했고, 찐빵 사장님도 그렇게 인사를 받았다. 나는 방송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요즘 사람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모른다고 핀잔을 들을 것 같아 '찐하'라는 단어를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혹시 요즘 새로 나온 신조어인가?'


그런데, '찐하'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뭐지? 왜 없지?'


한참을 찾아봐도 나오는 곳이 없기에, 고민 고민하다가 물어봤다.


"그런데 찐하가 무슨 뜻인가요?"


"아~ 찐빵하이를 줄여서 찐하라고 합니다."


난 순간 멍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뭐한다고 그걸 열심히 찾아봤지? 그냥 이렇게 물어보면 될 것을.......


쪽팔려서 물어보지 못하고 한참 동안 그걸 찾아보느라 고생했던 나 자신이 무척 우습게 여겨졌다.


자연스럽게 아침엔 대구탕이니 '아하'라고 인사를 정하게 되었다. 아침에 하이의 줄임말.


그런데, 오시는 분들께 편하게 어서오이소~ 어서오이소~ 하다 보니 마치 우리 방의 인사가 이젠 어서오이소가 된 것처럼 되어버렸다.


어쨌든, 이렇게 방송을 쭉 해오며 이제 1년 가까이 되어간다.


처음 같이 했던 분들 중에 지금은 많은 분들이 보시는 방송의 채널을 보유하신 분도 계시고, 그리 많지도, 적지도 않게, 무난하게 방송하는 분도 계시고, 보는 사람은 적어도 꾸준히 하시는 분도 계시고, 이젠 방송을 하지 않는 분도 계신다.


그래서 가끔 예전에 방송을 하셨던 분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오늘 아침에도 예전에 방송을 하셨다가, 중간에 방송을 오래 쉬셨던 분이 들어오셨다. 요즘에 다시 방송을 열심히 하고 계신다.


반가워서 이런저런 인사를 나누다가 그분이 불쑥 말씀을 하셨다.


"사장님. 계속 거기 있어주셔서 감사해요"


아침에 정신없이 글을 읽는 와중이라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뭔가 기분이 묘했다. 1년 전쯤 방송을 하다가 조용히 사라지신 많은 분들의 모습이 순간 떠오르기도 했다.


나 역시 방송을 매일 아침 7시 30분~ 40분 사이에 하고 있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한다는 것이 참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처음엔 그냥 아침에 일어나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그 시간에 밥을 먹으면 되는 거니까, 그렇게 가게에서 밥을 먹으면 충분한 것 아닐까 하고 단순히 생각했는데, 그렇게 꾸준히 하지 못하게 될 요소들이 너무나 많았다. 


경제적인 여건, 시간적인 여건, 건강상의 여건 등등. 이것은 비단 나에게만 국한된 일들이 아니다. 나의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건강, 시간, 경제적인 사정들이 여의치 않다면, 내가 정해진 시간에, 매일 한 시간씩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 의지와는 다르게, 피치 못하게 할 수 없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글을 읽으면서도, 잠시 과거에 잠겼는데, 누군가 또 글을 올렸다. 


"오늘 아침에도 덕분에 즐겁게 시작합니다."


그 글을 읽고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분은 얼마 전 가게에 찾아오신 분이신데, 출장과 파견이 잦아 혼자 지내는 경우가 많은 분이다.


혼자 아침에 숙소를 나서거나, 집을 나서며 아무도 배웅을 해주는 사람이 없는데, 방송을 보며 반갑게 인사하며 출근하는 하루를 맞이해서 무척 기분이 좋았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났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미래엔 지금이 과거가 될 것이고, 그땐 지금의 나를 생각하며 인사를 해주는 사람이 또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가 된다는 것. 그것은 그것 자체로 나에게도 큰 의미가 된다. 


과거의 내가 있던 곳, 현재의 내가 있는 곳, 그리고 미래의 내가 있을 곳.


나에게도 의미가 되는 이곳.


랜선의 인연이지만, 그것 역시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갈 수 있는 곳. 


앞으로도 오랫동안 의미가 있는 사람으로 추억되고, 기억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부의 라이브커머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