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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선 Oct 13. 2019

<위대한 개츠비>

과거로 밀려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책을 읽고 보기를 추천합니다.


황금 모자를 써라, 그것으로 그녀를 움직일 수 있다면.
그녀를 위해 높이 뛰어라, 그럴 수만 있다면.
그녀가 이렇게 외칠 때까지.
"오, 내 사랑. 황금 모자를 쓴, 높이 뛰어오르는 내 사랑이여. 내가 당신을 차지하리라."
-토마스 파크 딘빌리어스


 미국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5년에 출간한 고전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위 인용문으로 시작된다. 황금 모자를 쓰면 연인을 되찾을 줄 알았던 남자, 개츠비. 그는 5년 전 연인 데이지를 찾아서 그녀의 신혼집이 보이는 맞은편에 화려한 저택을 짓는다. 매일 밤 각지에서 유명 인사들이 모이는 호화로운 파티를 열며 그녀가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났을까. 전쟁 스파이였다는 둥 온갖 소문이 떠도는 가운데 65페이지가 되어서야 '일생에 네다섯 번쯤밖에 마주치지 못할 특별한 성질의' 미소로 등장한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를 따라가다 충격적인 결말을 보고 책을 덮으면 여러 질문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돈 많고 얼굴이 잘 생겼다는 설정 때문에 미화됐을 뿐인 스토커 집착남인가. 살인죄마저 대신 받아들일 정도로 희생적인 걸 보면 순수한 사랑꾼인가. 떳떳하지 못 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지만 좋은 집안과 결혼해서 신분 세탁을 하려는 허언증 환자인가. 어쨌든 끝없는 노력으로 젊은 나이에 자수성가한 사업가인가. 대체 왜 '위대한' 개츠비인가. 독자가 저마다 해석을 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나는 이 책을 과거에 사는 사람의 욕망과 노력이라 읽었다. 개츠비는 실패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조개를 캐며 살다가 노력으로 사교계에 입성한 야망 캐릭터이다. 그가 군인일 때 만난 데이지는 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나 항상 혜택을 누리며 자란 인물이다. 영국제 셔츠를 사랑하며 '돈으로 충만한 목소리'를 가진 그녀와 결혼을 완수해야 성공적인 삶이라고 개츠비는 믿는 듯하다. 그녀가 유서 깊은 가문의 톰 뷰캐넌과 이미 결혼해서 딸을 낳았더라도 말이다. 자신이 신흥 부자로 돌아왔기 때문에 마치 오 년 전처럼 모든 걸 되돌리고 싶어 한다. 


 "지나간 일을 돌이킬 수 없다고?"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왜 안 돼? 돼! 된다고!" 

그는 자기 주변을 미친 듯이 둘러보았다. 마치 과거가 집 안 어둠 속에,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매복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것을, 예전 그대로 돌려놓을 거야." 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데이지도 알게 될 거야." p.139



 처음 읽었을 때는 개츠비를 만족을 모르고 불행을 자처한 사람이라고 탓했으나,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그가 안쓰럽다. 데이지 집에서 보이는 초록색 불빛, 욕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 불빛을 동력으로 살아간 개츠비. '독보적인 열정을 가지고 그 환상 속에 뛰어들어, 하루하루 그것을 부풀리고 자신의 길에 날리는 온갖 밝은 깃털로 장식한' 거짓 이미지로 살았으나, 장례식에 아무도 오는 이가 없을 만큼 실제 삶은 쓸쓸하고 허망했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 사이, 경제적으로 풍족한 1920년대 미국에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던 시대상이 그려진다. 성공한 '나'라는 이미지를 꾸며내 전시하고, 좋은 배경을 가진 사람과 만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쾌락 혹은 이득을 위해 도덕적이지 않은 행위를 하다가 대가를 치르는 모습은 현대에서도 볼  수 있다.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에게서 멀어지기만 하는 황홀한 미래를. 이제 그것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뭐가 문제겠는가.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리고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러면 마침내 어느 찬란한 아침......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 새 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p.225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한 그의 삶이 의미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그가 끝내 도착한 곳이 비극이었지만 말이다. 초록색 불빛과 마침내 만나면 과거를 되돌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 그 모습에 어쩐지 동질감을 느꼈다. 세상을 떠난 사람은 돌아오지 않지만 지금 내 앞의 사람에게 다르게 대한다면 만회되지 않을까 상징성을 부여하고 집착하고 있다. 어린 개츠비가 아침 여섯 시에 기상해서 아령을 들고 암벽을 타고 공부하던 30분 단위 계획표, 부모님께 잘해드리기라고 쓴 결심처럼 다이어리를 쓰며 노력한다. 꿈과 현실의 간극을 조절하며 과거에 덜 연연하고 현재에 더 존재할 수 있기를 바라며. 




독서논술을 전공한 멤버 분이 아래 질문으로 '자기 이해의 독서 워크숍'을 진행해주었다.



발제
1. 전체적인 소감은?
2. 책을 읽는 동안 떠올랐던 생각, 질문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3.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혹은 문장은 무엇인가요? 자신에게 왜 그 부분이 인상 깊었는지 이유를 생각해 봅시다.    
4. "개츠비"라는 인물과 그의 삶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당신은 그를 어떤 사람이라고 이해했고, 왜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5. 이 책이 당신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나의 삶과 연결해서 생각해 보고 정리해 보아요.



고전 소설은 번역에 따라 느낌이 정말 다르다. 북클럽 멤버가 공유해준 자료를 아래에 남긴다. 


그 유명한 ‘위대한 개츠비’ 첫문장… 번역가 10인의 번역 비교

▲‘위대한 개츠비’ 원작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은 첫문장이다. ▲옮기는 사람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는 이 문장을 놓고, 많은 번역가들이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독특한 뉘앙스 차이를 풍겨 왔다. ▲원작의 ‘맛’을 풍성하게 느껴보기 위해 주요 번역자들의 ‘첫문장’ 번역을 비교해 본다.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실사영화로는 처음으로 3D 개막작으로 선정된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힙합스타 제이지(Jay-Z)가 총괄 제작한 영화 OST도 주목받고 있고, 번역본 소설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르며 관심을 끌고 있다. 개츠비 소설이 무더기로 쏟아지게 됨 배경엔 원저자인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 1896~1940)가 사망한지 50년이 지났기 때문에, 저작권료를 따로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 이유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위대한 개츠비’ 첫문장 번역을 비교해 본다.
<In my younger and more vulnerable years my father gave me some advice that I’ve been turning over in my mind ever since. “Whenever you feel like criticizing anyone,” he told me, “just remember that all the people in this world haven’t had the advantages that you’ve had.”>
# 1. 김석희 번역, 열림원
내가 지금보다 나이도 어리고 마음도 여리던 시절 아버지가 충고를 하나 해주셨는데, 그 충고를 나는 아직도 마음속으로 되새기곤 한다. “누구를 비판하고 싶어질 땐 말이다,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좋은 조건을 타고난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도록 해라.”


# 2. 김욱동 번역, 민음사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 3. 김영하 번역, 문학동네
지금보다 어리고 민감하던 시절 아버지가 충고를 한마디 했는데 아직도 그 말이 기억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 4. 김보영 번역, 펭귄클래식코리아
지금보다 더 어리고 상처 받기 쉬운 시절에 아버지는 내게 충고를 몇 마디 해주셨는데, 나는 그것을 평생 가슴속에 새겨두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어질 때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네가 가진 장점을 다 가진 게 아니라는 사실만은 기억하렴.”


# 5. 이기선 번역, 더클래식
어렸을 적에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여리고 유약했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여린 나에게 충고해 주셨는데 언제나 그 조언을 마음속에 되새기고 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어지면 이 말을 명심해라.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너처럼 혜택을 누리고 사는 건 아니란다.”


# 6. 김태우 번역, 을유문화사
어리고 세상 물정 모르던 시절 아버지께서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주셨다. 그때 이후 나는 그 충고의 의미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보았다. “누구를 비판하고 싶으면 언제나 세상 사람들이 다 너만큼 혜택을 받고 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라.”


# 7. 한애경 번역, 열린책들
지금보다 쉽게 상처받던 젊은 시절, 아버지가 내게 해주신 충고를 나는 지금까지도 마음 깊이 되새기고 있다.  ”혹여 남을 비난하고 싶어지면 말이다, 이 세상 사람 전부가 너처럼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걸 기억해라.”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 8. 송무 번역, 문예출판사
내가 지금보다 더 젊고 마음 여렸던 시절, 아버지께서 내게 충고를 한 가지 해주신 적이 있는데 나는 지금까지 늘 그 충고를 마음속에 되새겨왔다. “누구든 흠잡고 싶은 맘이 생기거든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좋은 조건을 누리고 산 건 아니란 걸 잊지 말아라”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 9. 정현종 번역, 문예출판사
내가 더 어리고 마음의 상처를 입기 쉬웠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해주셨는데, 나는 그 말씀을 그 후 줄곧 마음 속에 뇌어 오고 있다. “네가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하고 그는 나에게 말했다. “이런 걸 생각하거라,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네가 가졌었던 그런 유리한 처지에 있지 못했다는 걸 말이야.”


# 10. 황성식 번역, 인디북
내가 아직 어리고 지금보다 훨씬 더 쉽게 남의 말에 화를 내곤 하던 시절의 일이다. 그때 아버지는 내게 충고 한 가지를 해주었다. 그 이후로 나는 아버지의 충고를 항상 마음 속에 되새기곤 했다. “남의 잘잘못을 따질 때는 언제나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너처럼 좋은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처: 인스티즈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ost 추천합니다. :)

https://youtu.be/bxjz2PQuJYg

https://youtu.be/IH8gOu7PD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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