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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은 Oct 19. 2023

따로, 때로는 같이 살자.

고독력을 키우세요.


나는 꽤나 타인에 의존하고 살았다. 일종의 애정결핍이 있었다고,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랬던 것 같다.

나의 모든 연애는 항상 상처받고 싶지 않아 버림받기 전에 내가 먼저 버리는 것으로 끝났고,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해 환승연애만 해왔다. 결혼 후에도 원가족과 분리되는 것에 꽤 오랫동안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내가 엄마가 되었고, 혼자서도 바로 서지 못하는 주제에 아이들의 절대적인 존재가 되어야 하는 부담감을 떠안게 되었다.

남들은 능숙하게 척척 해내는 육아인데, 나의 것은 모두 오답 같았다.

마치 육아라는 멀티콘센트가 있다면, 나는 맞는 구멍을 찾지 못해 불을 못 켜는 느낌이었다.

확신이 없는 내 육아는 내내 캄캄하기만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에게 매번 부정당하는 일은 나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여자라면 으레 하는 일을 왜 너만 힘들다 하냐는 남편의 말을 들은 이후로는 세상 어디에고 힘듦을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

그때부터 육아는 온전히 나의 몫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엄마가 되고 자존감의 상실이라는 심리적인 변화를 겪었지만, 참으로 의존적으로 살던 내가 단단히 독립적이 되는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던 것 같다.

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가장 최근까지는 세 아이를) 데리고 참으로 많은 곳을 다녔다.

공연, 체험활동, 캠핑, 놀이공원, 기차여행, 갯벌조개 캐기, 워터파크, 바닷가...

남편 없이 외출은 말할 것도 없고, 몇 박을 여행하는 것도 전혀 두렵지가 않게 되었다.

올초엔 세 아이와 한 달간 자유여행으로 호주를 다녀오면서, 호주 내에서만 비행기를 타고 3곳의 도시를 여행했다. 세상의 중심, 울루 사막투어도 다녀왔다.

가끔씩 주변에 남편 없이 마트도 못 갔다는 엄마들의 경험을 들을 때면, 바닥으로 내리 꽂혔던 나의 자존감이 극도로 상승됨을 느낀다.

이제는 아이들과 나만의 추억에 아빠가 없는 것이 미안할 정도다.


공감받지 못하고, 도움받지 못해 매일이 오답의 연속이었던 나의 독박육아는 공감받지 못하고, 도움받지 못해도 얼마든지 내 아이들을 내가 잘 지키고 키워낼 수 있다는 반전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런 독립심은 육아뿐만이 아닌 내 삶의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나에게 애정을 주는 사람이 곁에 없으면 늘 불안하고 내 존재자체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처럼 느꼈던 과거의 나는 사라지고, 내 인생 언제든 느껴야 되는 고독감이 있으면 맞서 싸워주겠다는 투지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한자 사람인(人)은 두 사람이 기대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했던가.

아마 그들은 혼자서도 바로 설 수 있는 한 명의 사람이 먼저였을 것이다.

혼자서 오롯이 바로 설 수 있는 사람이,
둘이 되어도 조화를 이룬다.


마찬가지로 나는 아이들이 하나의 인간으로 나에게서 독립할 때 기꺼이 안녕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엄마의 역할에만 몰입한 나머지 아이들에게 질척대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지금도 열심히 고독력을 키우는 건지도 모른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상호존중하며 때론 의지도 하고, 때론 자립도 하며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독력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특히 엄마들이라면 더더욱 이것에 대한 확고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자녀들에게서 분리되지 못한 수많은 엄마들이 "빈 둥지증후군"에 시달리는 것을 보았다. 자녀가 한 명이던, 여러 명이던 관계가 없다. 그렇다고 자녀가 독립했다고 그 빈둥지에 남편을 들이고 싶어 하는 아내도 드물다.

아이들이 자립하고, 결혼한 후 함께 있는 시간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많아 낯설어진 남편에 슬퍼하지 말자.


따로, 때로는 같이.


우린 모두 외로운 사람이다. 이것을 먼저 인정하고 나면 더 이상 슬프지 않다.

오히려 오랜 시간 가끔씩 내 옆에 와 있어 주는 모든 이들에 감사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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