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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비 Jan 27. 2023

바깥세상의 소음이 위로가 될 때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침대에 누워있으면 아파트 인접 도로에서 내달리는 자동차의 소음이 희미하게 올라왔다. 바깥세상 누군가가 살아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면 외로움도 무서움도 서서히 사라져 혼자가 아닌 기분이 들었다.   


뒷 베란다에서  바깥세상을 구경하는 건 오랜 습관이었다.     

 

건물들이 내뿜는 불빛들은 고단하고 포근했다. 새까맣고 새까맸던 공원은 낮이 되면 초록빛으로 넘실거렸고 메콰세타이어 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그 길을 눈으로 걷고 또 걸었다.    


저 멀리 산 중턱에 자리 잡은 황금색 불상. 어쩌지 못하는 마음을 이끌고 그 번쩍이는 불상 앞으로 매일 등산하게 될 것을 그때는 몰랐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것이 아니었구나.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렇다. 모든 것이 시공간을 초월해서 얽혀있는 것만 같아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과거인지 현재인지 미래인지 가늠되지 않는다.


무서움도 외로움도 많이 타는 아이였다. 그럴 때면 바깥세상을 보고 듣고 상상했다. 무엇이든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고 유심히 바라보았다. 덕분에 사소한 것에도 귀여움을 발견하고 그 귀여움들이 모여 일상을 버텨내는 안전장치가 되어주었다.    


옆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가 많다. 오늘도 그렇다. 새까만 공원 한가운데 갑자기 별안간 뚝 떨어져 혼자 서 있을 때면 바깥세상을 구경한다.


누구에게도 연락할 수 없을 지경이 되면 내 안의 내가 쉴 새 없이 떠드는 소리 대신에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한다.    

  

살아있는 것들이 살아 움직이는 게 들린다. 새벽에 미치광이들이 모는 자동차의 굉음조차도 그때는 위안이 된다. 살아있는 것들로 넘쳐난다. 무슨 짓을 해도 이 세상에 혼자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아래층 아저씨의 오줌 싸는 소리에도 피식 웃게 된다.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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