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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비 May 09. 2023

무서운 꿈을 꿨다.

잘 살아 볼게요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엄청난 겁쟁이로 특히 ‘귀신’(입 밖으로 이 단어를 내뱉는 것도 무서워한다.)에 취약하다. 이런 겁쟁이가 얼마 전 엄청나게 무서운 꿈을 꿨다. 각오하시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밖을 나갔다. 검은색 옷을 입은 2명이 서 있다. 한 명은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 다른 한 명은 산발 머리를 한 남자다. 둘은 씨익 웃으며 내게 천 원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너도 검은색 옷을 입어야 하고 그 옷을 입고 춤을 춰야 한다고. 정확히 스트립 댄스를 춰야 한다고 말했다.


엥? 내 몸으론 그냥 댄스도 안되는데.. 스트립 댄스는 더더욱 무리라는 생각을 잠깐 하다 이 돈은 절대로 받으면 안 된다고 직감한다.      


내 낯빛을 눈치 첸 남자가 재빠르게 대문 안으로 들어와 우리 집 현관문 앞에서 다른 사람을 부른다. 그것도 현관문 위에 거꾸로 매달려서. 거꾸로 매달린 그의 목이 고무고무 열매를 먹은 것처럼 점점 늘어진다. 기다랗게 늘어진 목이 땅에 닿을 것만 같다.    

  

나는 집에서 아무도 나오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라며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른다. 꺄아악 아무도 나오지 마 제발 그대로 집에 있어. 그리고 실제로 꺄아악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깼다.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깨는 일은 드라마에서나 있는 일인 줄 알았다. 엄청난 안도감과 함께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오랜만의 귀신(아이고 무서워라) 꿈이다.      


왜 이런 꿈을 꾸게 된 걸까.      


꿈을 꾸기 전날 나는 숲 속의 벤치에 앉아 청설모를 구경하며 깔깔대며 웃었더랬다. 허기짐에 눈이 돌아 김밥을 꾸역꾸역 넣느라 근처가 온통 무덤 천지인 것을 몰랐다. 나중에야 등산 중에 불편하더라도 무덤이 훼손될 수 있으니 돌아가라는 산주의 경고판이 보인다.      


나란히 붙어 있는 무덤을 향해. 어머. 부부인가 봐요. 근데 정말 죽어서도 붙어 있고 싶어요?라고 비아냥거렸었다. 그래서 나를 혼내러 꿈속에 등장해서 몸치인 내게 스트립 댄스를 추라고 협박한 건가. 잘못했습니다.      

악몽에 시달린 새벽을 달래 줄 사람은 나뿐임을 내게 인지시킨다. 그러니까 좀 담대해진다. 왼편으로 포개 누운 몸뚱이의 오른쪽 어깨를 왼팔로 토닥토닥 두드리며 괜찮아 괜찮아 꿈일 뿐이야 그러고 다시 잠들었다.      


몸을 토닥토닥 두드리면 위로가 된다. 참으로 청승맞지만  확실한 효과를 본 뒤로 꾸준히 나의 팔을 이용해서 나를 토닥이고 있다. 괜찮아. 괜찮아. 아무 일도 아니야. 충분히 네가 이겨 낼 수 있는 일이야. 그러니까 잘 살아보자. 토닥토닥     


아마도 그 무덤 주인들은 내게 잘 살아내라고 나를 찾아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두 번 방문은 사양할게요. 너무 무서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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