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했냐?!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 어쩌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역시 인생은 알 수가 없네. 야망을 한껏 끌어모아 투자한 주식이 상폐 위기에 봉착했다. 두꺼운 입술의 대표이사가 배임, 횡령, 주가조작의 혐의를 받고 구속되었다.
기다리는 것만은 기똥차게 잘하는 내가, 이것도 기다리면 되겠거니 했는데 기다리고 있던 것이 상폐라니. 과거로 돌아가 야멸차게 매수하는 본인의 멱살을 잡아 올리고 싶다. 너 이 새끼, 제발 더 사지 말라고.
고백하건대, 요즘 건방졌다. 지난달에 주식으로 300만 원을 벌겠다 다짐하고 정말로 300만 원을 번 것이다. 기세를 몰아 다음 달엔 600만 원을 벌어야지 했는데 지금 도대체 300만 원의 몇 배를 날리게 되는 건가.
우리는 멘붕의 지난주를 보내고(그렇다. 나만 투자한 것이 아니다.) 체념의 금주를 보내고 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그저 쳐 웃는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유머는 잃지 말자 파(派)’의 편에 서 있다.
심각한 상황에 유머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무겁던 것이 순간 가벼워진다. 다시 돌아가도 예전과 같은 무게는 아니다. 밑도 끝도 없이 가라앉는 존재에겐 그 가벼운 찰나의 순간이 필요하다.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 반쯤 잠긴 상태로 돈이란 역시 쉽게 벌어먹을 수 있는 놈이 아님을 실감한다. 진심으로 노동 없이 돈을 벌어서(주식 창을 온종일 바라보는 것도 상당한 노동이라고 생각하지만) 먹고살고자 했다.
모두가 그렇게 살면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말하지만 한 번쯤은 쉽게 벌어먹고 싶었다. 지금껏 낭비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 그게 나다. 사주 보는 이모, 아니 주변 사람들 모두가 벌어놓은 돈 다 못쓰고 죽을 년이라고 좀 쓰고 살라는 소리를 들었던 사람이 나다.
그런데 그런 나한테, 40대 백수에 이혼을 앞두고 있는 내게서,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했냐?!
하지만 나란 새끼. 아직 600만 원 버는 것은 포기하지 않았다. 또 일확천금을 노리며 로또를 사러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