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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비 Mar 31. 2023

올해의 벚꽃구경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일

미세먼지는 벚꽃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핑계가 되어 주었었다. 나는 햇빛 비추는 날보단 흐리고 비 오는 날에 마음이 편하고 가는 겨울을 붙잡고 오는 봄을 모른 척하고 있었기 때문에 벚꽃을 마주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올해의 벚꽃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잡아끈다.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는 앱에서 절대 외출하지 말라는 경고를 했지만, 수명을 갉아먹는 외출을 한다.      


‘늙으면 꽃이 좋아진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쩌나, 나이를 먹을수록 꽃이 좋아졌다. 물론 모두에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엄마에게 벚꽃 구경을 다녔냐고 물어보자 그녀는 왜 그딴 것을 구경하느냐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엄마는 가끔 이렇게 쿨하게 말할 때가 있는데 나는 그 순간을 매우 좋아한다.   

  


그딴 것을 구경하러 나왔다. 목련꽃이 지기 시작한다. 떨어졌을 때의 모습이 임팩트가 강해서 그 꽃에 대한 감흥은 유난히 없던 바였다. 그랬는데 말이다. 올해의 꽃은 목련꽃이다!라고 말하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목련꽃 대신 나무에 달린 목련꽃을 보기 시작했고 나무에 달린 동백꽃 대신 바닥에 떨어진 동백꽃에 시선이 간다. 한낮의 벚꽃 대신 한밤의 벚꽃을 본다.     


벚꽃은 언제나 벚꽃이었다. 한낮의 벚꽃도 한밤의 벚꽃도. 나무에 달린 목련꽃도 바닥에 떨어진 목련꽃도 언제나 목련꽃인 것처럼.      


다시 한번, 생각에 집어삼켜진 내 마음이 알아차려진다. 마음을 바라본다. 어제와 오늘 달라진 것은 그저 내 마음 하나였다는 것이 보인다. 마음에 걸러져서 언제나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했다.     


지금 내가 할 일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이 꽃들을 바라보는 일이다. 나는 엄마처럼 그딴 생각이 뭐냐고 쿨하게 말하고 또 벚꽃을 보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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