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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비 Feb 10. 2023

사랑받는 식물은 살아난다.

나도 그렇다.

 5년 전 뜨거웠던 8월의 어느 날, 시들어가던 이 나무를 발견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들어간 화원이었다. 사장은  다 죽어가는 나무를 사려는 걸 의아해하는 눈치였지만, 그늘진 구석에 오도카니 서 있는 이 볼품없는 나무가 오랫동안 나를 기다렸다고 느꼈다.

   

‘그래 내가 왔어. 이제 나랑 살자.’     


수채화 고무나무는 아름답게 성장했다. 인간은 결코 만들지 못할 잎사귀에 뺨을 비벼대며 너는 어째서 이렇게까지 아름답냐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렇게 사랑해 마지않던 나무가 시들어 간다.     


날마다 베란다로 나가 애들과 노닥거렸다. 잎사귀들의 안부는 평안한 지 흙은 촉촉한지 말랐는지 올해는 열매를 얼마나 맺으려는 지 말을 걸었다. 바람을 쐬어주고 꽃이 피면 소리를 지를 만큼 기뻐했지만, 몇 달 전부터 그 일련의 행위를 멈추고 의무적으로 물만 주고 있었다.     


환기를 시킬 요량으로 베란다 밖을 나갔다가 애들이 나처럼 축 쳐진 것을 보았다. 특히 안스리움은 죽기 일보 직전의 상태였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그가 데리고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근에 냅다 팔아버리려다 실패했던 터였다. 

   

시들어가는 잎사귀를 뜯어내는 건 생각보다 힘들다.  그래야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고, 새순을 많이 틔어 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죄스러워서 그 일을 미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망설였지만 모른 채 하지 않고 죽어가는 잎사귀들을 모두 뜯어냈다.  바싹 마른 흙에 물을 듬뿍 뿌려주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사실은, 다 죽기를 바랐다. 그들에게 나눠 줄 마음이 없었다. 내 마음 하나 챙기는 것도 버거워 허우적대고 있었다. 


인간이 사랑을 하면 아름다워지듯이 식물도 똑같다. 사랑을 받는 식물들은 생기가 돈다. 그들은 잎에 윤을 내고 숨겨놓은 새순을 보여준다. 다 죽어가는 아이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다독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푸릇해져서 나를 놀라게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건  살아있는 내게도 해당되는 일이었다.  그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정신이 번뜩 들었다. 시들어진 나의 마음을 모른 체하지 말고 단호하게 뜯어냈어야 했다. 힘들어도 모른 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게 살 길이라는 걸 나는 모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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