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비 May 11. 2023

현재를 사는 방법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끔, 아니 꽤 자주 시간을 보내는 일이 고역같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아니 돌이켜볼 필요 없이 지금을 마주해 보면 뭔가를 해야 한다는 밑도 끝도 없는 불안감과 초조함이 밀려들 때 그런 것 같습니다. 그 감정들은 필연적으로 외로움을 부릅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이 시간에 꼭 해야 할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 같거든요.  

    

나는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이 신기합니다. 모두 그 시간에 꼭 해야 하는 그 일을 어떻게 찾아낸 걸까요. 다들 어쩜 포기라는 것을 모르고 삶을 이어가는 것일까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버티기만 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그때가 몇십 년 전의 일처럼 느껴집니다.     


나는 여전히 현재를 사는 것이 어렵습니다. 천성이 그다지 게으르지는 못해서 아침부터 밤까지 무언가를 하긴 합니다. 그것이 현재를 사는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현재를 행복하게 보내지 못하면서 미래가 행복하기를 기대하는 건 어리석다네요.  불행하지 않으면 바로 그게 행복. 그렇다네요.  그렇다면 나의 현재는 행복한 게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를 살때는 하루에 한 번 산길을 올라 나무가 우거진 곳의 벤치에 앉아있을 때입니다. 헐떡이는 숨을 가라앉히면 갑자기 들리지 않았던 온갖 새소리와 바람 소리,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럼, 내가 살아있음을 실감합니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게 되는 그 찰나의 순간이 하루 중 가장 마음이 평온할 때입니다. 나는 지금 이대로 너무나 괜찮습니다.      


바다를 좋아했던 내가 요즘은 숲을 더 자주 가게 되었습니다. 숲은 그저 가만히 그곳에 있어요. 바다는 머물러 있는 법 없이 과거를 떠밀고 미래를 걷어갑니다. 그것들은 눈이 닿는 곳마다 반짝이고 있어서 결국 우울해지고 맙니다. 하지만 나는 익숙한 바다를 끊어내지 못하고 한밤중에도 새벽에도 찾아갑니다.     


다음에 살 집은 숲이 보이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창밖으로 풍성한 나무들이 보였으면 합니다. 아마도 그땐 지금의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멋진 야경이 생각나겠지요. 이 소란스러운 불빛들이 콕콕 박혀서 내 마음이 소란할 틈을 주지 않았거든요. 나는 이 야경을 참 좋아했습니다.     


나는 죽는 그날까지 갈망하다 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전 05화 무서운 꿈을 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