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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nna Vark Sep 15. 2022

누구에게나 초보의 시간은 있다.

회사에서 소진된 자존감 가성비로 수혈하는 3가지 방법


눈치 챙겨


경력 단절을 딛고 연봉 계약서에 서명을 한 후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시작한 지도 벌써 6개월 차, 다시 패션업계에서 일한다는 즐거움도 잠시 뒤로 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공간인 만큼 스탭실 공기가 시시각각 달라짐이 감지되는 순간 나의 눈치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10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그곳도 알고 보면 소리 없는 전쟁터였다. 모든 직장이 그러하듯 다양한 인간의 군상과 표준편차에 위에 존재하는 호모사피엔스 종특을 발견하는 순간 눈치 경보는 붉은색으로 바뀌며 위험을 알렸다. 10년의 경력단절 기간 동안 나는 잊고 있었던 것일까. 모든 직장은 라라랜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 일하는 곳이 특별히 문제가 있거나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니다. 문제는 나다. 여전히 같은 곳에서 면역반응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진정한 자기 계발과 성장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나는 정말 모자란 사람일까.


남에겐 관대하지만 자신에게 야박한 INPF라서 그런 것일까. 배우는 기간 동안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의 지체나 실수에 여전히 필요 이상으로 좌절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매장을 운영하기 위해 배우는 다양한 기기 사용법과 업무를 배우는 동안 나는 작은 실수를 하나라도 하게 되면 심리적 에너지 손실이 컸다. 무엇보다 사수가 일을 가르쳐줄 시간이 많지 않아 가르치는 것보다 직접 하는 것이 효율적일 때엔 내가 꿔다 놓은 보리자루같이 느껴져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었다. 또한 고인물 특유의 배타적인 행동들을 경험할 때면 자아가 쪼르라들어 땅으로 꺼지는 느낌을 피할 수도 없었다.

착한 고인물과 나쁜 고인물의 차이


일하는 동안 크고 작은 일들로 마음이 쪼그라들 때 우리는 어떻게 다시 빠르게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을까. 경단을 경험하며 내가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직장생활은 무엇보다 살아남는 것이 핵심이라는 사실이다. 당신이 어떤 재능과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는 그다음이다. 대기업 부장님이 제일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서 그 자리에 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생존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잔재주라도 부려야 한다.


유리멘탈 동지 여러분, 저와 함께 생존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잔재주 1.

실수는 기록하고 대안책을 글로 써

머릿속에서 덜어낸다.



나는 나의 예민함이 싫었다. 아닌 척해보기도 했지만 그것 역시 피곤했다. 그래서  나는 이 예민함을 부정하기보다 긍정적으로 사용해 보기로 했다. 생명의 진화과정에서 필요 없는 기능이었다면 예민함도 벌써 도태되어 사라졌을 기능이 아니겠는가. 심도 깊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섬세한 카메라가 필요하듯 예민함은 쉽게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인식하게 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재능일 수도 있다.


나는 예민함을 탓해서 문제의 원인으로 삼는 대신 해결법에 집중하기로 했다. 먼저 스스로 예민해서 눈치 보는 것이, 사건을 확대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에게 인식시켰다. 실수한 것에 대해 눈치가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계속 나에게 주지 시키며 눈치가 보이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의 상태와 상황을 인정해 부정의 고리를 끊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실수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것을 멈추기 위해 글로 써서 머릿속에서 덜어냈다. 글로 적으면 실수에 대해서도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가장 능력 있는, 혹은  잘하는 사람보다 가장 많이 성장할  있는 사람이라는 자아상을 반복해서 심어주었다. 현재의 능력이 아니라 성장에 집중할  우리는 실패나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날  있으니깐.


실수할 때마다 기록하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본 흔적.



고통과 쾌락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온갖 느낌(Feeling)들은 우리 마음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 느낌은 생명체 내부의 생명의 상태를 드려내 주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 느낌이라는 장막을 들추어보면 생명체의 내면 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스피노자의 뇌 /안토니오 마다지오.


해마는 정서적 사건의 사실적 내용을 기억합니다. 인간의 경우 강한 정서적 사건을 경험하면 그 사건에 대한 정서적 측면은 편도에서 장기간 기억되지만 해마에서 기억되는 그 사건에 대한 사실적 내용은 얼마 후 사라지죠. 그 후 그와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정서적 기억만 다시 살아나죠. 그래서 우리는 처음 접하는 환경에서도 느낌과 분위기를 쉽게 간파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의식적으로 그런 느낌을 유발하는 구체적 내용은 잊어버렸지만, 그 상황에 대한 감정은 오래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뇌과학의 모든 것 /박문호




잔재주 2.

나와의 약속 지키기


자존감은 실존적 대상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자존감은 GPS와 같아 나의 정서적 내면의 상태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 알려주는 하나의 경보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존재인 우리가 생존을 위해 안팎에서의 위험을 감지하며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려주는 지표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기 이미지로 발현된 것이다. 회사라는 곳에서 경험하는 한정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우리 모두는 타인에게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고 둘째, 회사에서 요구하는 우리의 기능과 역할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당신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존재는 오직 당신뿐이다.


얼마 전 매장에서 결제를 하는 동안 한 고객님께서 50만 원 치나 옷을 사는데 뭐 없냐며 나에게 판매되고 있는 에코가방을 하나 달라고 했다. 나는 웃으며 "고객님~~ 저 그러면 회사에서 짤려요. 제가 개인적으로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더니 대뜸 "여기 얼마 받아요? 짤리면 우리 가게 취업시켜줄게."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분의 눈엔 내가 아이 학원비나 벌러 나온 아줌마로, 돈 주면 아무 곳에서 일하는 사람쯤으로 보였던 것 같다.


또한 얼마 전 태풍으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주차장 차단기가 올라가지 않아 급하게 처리해야 할 상황이 있었다. 차단기기가 말을 듣지 않아 생각보다 시간이 지연되어 불편 끼쳐드려 죄송하단 나의 시과에 고객은 짜증을 내며 " 빨리 쫌 처리해요."라고 받아쳤다. 그분 눈엔 밖에서 비에 흠뻑 젖으며 기계와 씨름하는 타인의 노고는 보이지 않고 자동차 안에서 몇 분의 시간이 지체된 자신의 불편함만 보였던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옷가게"도 아니고 그곳에서 일하는 "나"도 아니다. 문제는 일로 만난 사람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는 것이다. 고객에겐 나는 일게 옷가게 점원일 수 있고 회사에겐 수도 없이 존재하는 부속품 같은 직원 중 한 명일 수 있다. 그들에게 나는 실존의 존재가 아닌 배경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자. 시뮬레이션 우주론에서 말하는 데이터를 아끼기 위해 존재하지만 개인이 인식하기 전까진 확률로 존재하는 양자 데이터쯤 말이다.


무엇보다 타인의 무례함은 내 잘못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 같아 많은 심리적 에너지를 소진하게 된다. 어쩔 수 없다. 진화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에너지를 집단 내 나의 위치가 안전한지 안전하지 않은지 끊임없이 확인하는 방향으로 진화되었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렇게 소진된 에너지를 스스로 보충해야 하는데 이를 보충하는 방법 중에 최고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이든, 책이든, 일기든, 무엇이 되었든 자신의 성실함을 기록하는 것만큼 심리적 에너지를 올리는 방법이 없다. 꼭 사회가 인정하는 성과나 실력으로 연결되지 않아도 된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나를 반복적으로 만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믿을만한 근거가 되고 이것은 타인의 평가나 사회적 지표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주는 든든한 보호막이 될 것이다. 쉬는 날엔 꼭 운동을 하는 나, 브런치에 글을 쓰는 나, 꾸준히 영어 원서를 읽는 나 등 긍정적이고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을 때 직장에서 무너진 자존감을 빠른 시간 내 회복할 수 있다. 인생에 플랜 B가 도움이 된다면 자존감 화복엔 부케가 도움이 된다.



잔재주 3.

긍정적 인풋_책, 노래, 격려의 말에 반복적으로 노출하자.

 

긍정적 인풋이 없다면 우리 뇌는 끝없이 최악의 상태를 상상하게 된다. 진화의 과정 동안 우리는 외부의 시그널을 부정적으로 판단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생존에 훨씬 유리했기 때문에 심리학적으로 긍정적인 반응보다 부정적 반응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고 한다. 이러한 뇌의 부정 편향 덕분에 우리는 작은 실수나 피드백에도 마음이 요동치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면 불편한 감정을 다루는데 도움이 된다.


3개월 만에 대행자가 되고 6개월 만에 매장의 재고관리와 레이아웃을 배우며 현재 DWS(업무 계획)을 짜고 있는 나는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배움의 과정에서 실수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실수를 하고 나면 기운이 빠졌다. 배우는 동안 눈치가 보였고 능숙한 그들만큼 해내지 못하는 내가 한없이 무능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미엘린이 생성되는 기간이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리적으로 요동치는 것까진 막을 수는 없었다. 이것은 배경정서에 가깝기때문이다.

반복을 통해 한땀한땀 늘어가는 미엘린

*미엘린이란 뇌 속 신경 섬유를 감싼 회백질 물질로 뇌신경의 신경 신호 누수를 방지하고 신호 전달 속도를 향상해 우리를 유능하게 만들어 준다.



그럴 땐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던 습관은 긍정적인 글 필사였다. 인스타 속 명언들도 좋고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들었던 문구도 좋다. 손으로 눌어 담아 쓴 글귀는 확실히 눈으로, 입으로만 읽는 글보다 가슴에 잔향을 진하게 남겼다.


또한 점심시간에 스탭룸에 있다 보면 그곳의 공기를 쉬지 않고 감지하는 나는 진정한 휴식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나의 예민함을 탓하기보다 인정하고 외부 자극이 없는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허락했다. 차가 없을 땐 옆 건물 맥도널드에 이어폰을 끼고 밥을 먹거나 근처 공원에서 점심을 먹었다. 차가 생긴 이후론 점심을 먹고 나서 차에 가서 잠시라도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등 마음의 안정을 주는 위안들을 만났다.


특히 오전에 실수라도 해 나의 정서가 흔들리면 점심시간을 이용해 무드를 바꾸려 노력했다. 핵심은 나의 예민함을 인정하고 빨리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모든 것엔 반복이 필요하다.


전직 프로 이직러인 내가 좀 더 빨리 이 사실을 깨달았다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지 않았을까. 예민한 나는 찐따의 시간을 인내하는 것이 참 어려웠다. 잘하지 못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할 배포가 없었고 믿고 비빌만큼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때문에 타인의 인정이 더 중요했던 나는 선을 넘는 요구에도 나를 갈아 맞추려고 했다. 그러니 번아웃은 피할 수 없는 기본값이 되었고 편도체에 저장된 직장의 정서값은 두려움 혹은 스트레스와 동일해 혼자 하는 일로 먹고사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사실 나는 점장이 되는 것을 열렬히 갈망해서 지금의 회사에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번 실패했던 곳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보는 것에 의미를 두고 그때 무엇이 힘들었는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알아가며 과거의 오답을 수정하고 있는 중이다. 다시 돌아간 매장에서 같은 상황에서 동일한 심리적 반응을 하는 나를 발견하면서 어쩌면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자기 계발의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닐지라도

스스로를 믿고

반복해서 노력한다면

결국 나는 되고 싶은 내가 될 수 있다.


잊지말자.

누구에게나 초보의 시간은 있다.


내가 거장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안다면 사람들은 별로 대단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탤런트 코드 /다니엘 코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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