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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na May 23. 2024

나비 한마리


딸 셋이서 아빠 기일을 어떻게 할꺼냐는 논의를 한적이 있다.

나를 제외한 언니와 동생은 양력에 기일을 챙기자고 했다

K맏며느리였던 나는 기일을 양력으로 지내는 법은 없다고 했다

제사를 모시는게 아니니 상관없지 않냐는 둘의 의견

양력이 기억하기 좋다는 이유였는데...

기일이  매년 부처님오시는 날 전날이여서 음력이 더 기억하기 좋지 않냐고 했다


사실 제사를 지내는게 아니기에 아빠의 기일은 양력이든 음력이든 우리가 아빠를 특별히(?) 혹은 대놓고(??)기억하는 그런 날일 것이기에 우리 정하기 나름이였다

한참 그렇게 의논만 하다 결국 음력도 양력도 그냥 지나가 버렸다


왠지 서운했다

아빠 사진 놓고 좋아하시는 소주 한잔이라도 올려놓고 싶었다

아빠도 서운하시지 않을까?

.....

죽은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다지만 산 사람은 그런 걱정을 하 한다




며칠 전부터 하얀 나비 한마리가 집 근처를 날아다녔다

우리집에는 흙도 없고 그래서 식물이 없어서 나비 올일이 거의 드문데

그나마 키우던 오렌지 나무에 알을 놓고 가기도 했다

애벌레에서 번데기까지

덕분에 마당에서 자연관찰을 마당에서 하곤 했다


하지만 그 오렌지 나무는 한국의 혹한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죽어버려 결국 풀 한포기 없는 마당이 되었다

그래도 매년 알을 낳던 오렌지 나무를 찾아 온걸까?

(오렌지 나무를 이 마당에서만 만 3년 키움. 매년 알 낳음)

어쩌지.. 이제 오렌지 나무도 없는데.....


알을 낳을 오렌지 나무가 없는걸 알만 할텐데도

며칠이나 그 나비는 우리집 주변을 날아다녔다


나비가 우리집을 찾아오던 즈음 마침 집에 방수를 다시 해야하는 나름 큰 작업이 획되어 있었다

1차 작업에 문제가 꽤 있어  사장님이 AS를 들어오시기로 했다

나는 오시는 날에 맞춰 작업복을 입고

집 난간 흰색 페인트 칠을 했다


나는 1층 방수사장님은 2층 그렇게 작업하고 있는데

나비가 1,2층을 자꾸만 왔다 갔다하며 날아다녔다

마당을 한번 빙 돌기도 하고

내가 칠하는 난간 주변도 빙~한바퀴 돌았다

분명 며칠전부터 자꾸 보이던 그 흰 나비인데..


근데 오늘따라 그 나비가 아빠 같았다

자유로움을 좋아했던 아빠 였기에 나비가 어울 것 같았다

기일에 제사는 안지내도 자기를 잊지는 않았을꺼라 물어오는 듯

집에 크고 작은 일은 잘 해결되고 있는지 궁금한 듯

그렇게 집 주변을 빙빙 돌았다


어쩌면 어떻게든 아빠를 느끼고 싶은 나의 억측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은

떠난 이들을 그렇게 기억하고 추억하며 느끼며 살아간다


아빠 유해를 뿌린곳에 찾아 갔을 때

시원하고 부드럽게 부는 살랑바람이

마치 아빠가 어서오라는 손짓처럼 느껴졌을 때 처럼..


괜시리 집 근처를 맴도는 나비 한마리에 의미를 부여하며

그리움에 잠시 메인 목안으로 침을 꿀꺽 삼킨다


아빠 올해 기일을 못 챙겼는데 너무 서운해 하지 마요

항상 기억하고 있어요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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