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른 이혼
화해권고결정에 의한 이혼을 하기까지의 과정은 이렇다
'조정신청서'작성 후 변호사에게 전달했다.
상대 변호사가 답변이 없었기에 결국 '조정신청서'는 법원으로 즉시 송달되었다
'답변서'를 받은건 꽤 시간이 지난 이후였다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아직 뭘 하면서 벌어먹고 살지 대책도 없이
가진 비상금도 없는데 카드 할부는 잔뜩 남아 있던 때였다
속된 말로 '쥐뿔도 없는'내 상황이 가장 최악이였을 때 맞춰 답변서를 보내왔다
퇴사를 한 그주 주말 아들과 1박 2일 여행을 떠났었다
경주로 여행을 갔었는데 먹는걸 워낙 좋아하던 남편이라
아들과 같이 먹으라고 경주빵, 찰보리빵을 한박스씩 사고 있었다
때마침 핸드폰으로 전송되어온 '답변서'는 황당 그 자체였다
여행을 돌아오자말자 선임한 변호사를 만났다
답변서는 변호사를 통해 전달받았기에 변호사 역시 답변서를 확인한 상황이였다
"이렇게 수준 낮은 답변서는 처음 봅니다.
'기본'도 모르는 사람이 작성한 답변서 같달까요.
상대 변호사가 이렇게 쓰도록 내버려뒀다는게 제가 봤을 땐 '직무유기'입니다."
답변서의 수준이 너무 낮아서 대응할 힘도 쭉 빠졌다고 해야하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대형 로펌에 두명의 변호사를 선임한 나였다
변호사에게 제출한 여러가지 증빙자료들도 그렇고
재판으로 가면 무조건 내가 유리하고 이기는 게임이였다
하지만 받아본 답변서는 말그대로 싸울 가치도 없는 그런 수준이였다
"상대 변호사가 재판 얘기하는데 변호사 자존심에 그래 재판가자 그러고 싶더라구요.
그런데 이 이혼은 빨리 끝내야하는 이혼입니다."
변호사의 의견이였고 나 역시 동의했다
'재판 이혼'으로 가야하나 여러차례의 고민이 있었다
그래도 '조정'은 한번 가보자는게 변호사의 의견이였고 나 역시 동의했다
'재판 이혼'은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미 마음이 너덜거리고 있는 나였기에
그 시간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혹시 첫 조정일에 조정이 되지 않으면
조정일을 다시 잡는게 아니라 바로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우리쪽 변호사의 의견에
남편은 바로 재판 가자면서 길길이 날뛰었다
남편이 끝까지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상대 변호사가 감정적인 남편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일 수도 있겠단 불안감도 있었다
남편이 의지하는 성향이였으니 더더욱 그랬다
상대 변호사는 개인 변호사였고 재판을 가면 그 만큼의 수임료를 더 받는 상황이였기에
이기고 지는 것에 상관없이 남편을 돈을 더 벌 수 있는 수단으로 본다면 가능한 이야기였다
실제 남편은 변호사의 말에 이리 저리 끌려다니는 모습을 많이 보이기도 했다
"조정보다 더 빠른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뭔데요?"
"화해권고결정에 의한 이혼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였다.
가정법원을 거치지도 않고 이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니..
말 그대로 상호간에 합의로 이혼하기로 했다는걸 법원으로 보내어 빠르게 이혼하는 방법이였다.
"저는..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집 명의를 포기한다고 하자
다행히 남편도 '화해권고결정에 의한 이혼'에 동의했다
처음부터 그 의사를 정확이 얘기했으면 충분히 합의할 접점이 있었다
왜 굳이 일부러 '개싸움'을 만들었는지 의문을 가지다가도
나를 괴롭게 하는게 목적이였음을 생각하면 그런 듯도 하다가
또 그게 진짜 목적이였으면 '화해권고 이혼'에 동의할 이유도 없는 것이였다
남편의 진짜 의도와 마음이 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였다
내가 눈칫껏 느낀 남편의 의중 하나는 사실은 이혼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것
또 하나는 내가 이래저래 곤란한 처지가 되면 자신에게 먼저 올꺼라 생각하는 것 같다는 것이였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본인도 서류정리를 빨리하고 싶다는 느낌 또한 받았다
이 모든 느낌은 전혀 일치하는 부분이 없었으므로 내가 느낀게 정확하다고 할 순 없다.
다만 오래 남편을 겪어보고 맞춰본 나로써는
남편은 분명 '양가감정'을 모두 느끼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마 본인이 어떻게 하고 싶은건지 본인이 감정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현재는 그에게는 '분노'하는 감정만 가득차있다는 걸
'답변서'는 수준이하였지만 내가 집 명의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재산분할 적정선만 제시한 후 빠른 진행을 위해 나머지 사항은 토시하나 바꾸지 않았다
'화해권고 결정문'을 법원에 송달후 2주의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에 '이의'를 제기하면 무산될 수도 있는 일이였기에
'안전한 이혼'을 위해 남편의 비위를 맞추며 해달라는건 모두 해주었다
그 2주의 시간이 알게 모르게 고통의 시간이였다
기다리는 시간동안 조정일이 잡혔는데 한달이나 더 뒤였다
2주 뒤면 이혼하는 이 시간도도 지치고 힘든데
한달을 어떻게 견뎠을까 생각하니 끔찍했다
심지어 '조정일'이 잡힌 것뿐, 첫번째 조정에서 실패하면 이혼까지는 더 걸릴 것이였다
가장 빠른 이혼을 선택하 것이 참 잘했다 생각이 드는 순간이였다
2주후 판사의 도장히 찍힌 '화해권고 결정문'을 받아들고 구청으로 향했다
구청에 서류 접수 후 바로 다음날 서류가 처리되었고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가족증명서를 떼어보았다
서류엔 남편이 나오지 않았다
'진짜 끝났구나...'
'이혼'이란 말이 나오고 100일의 넘는 시간이 걸리고 된 이혼이였다
100일의 시간이 10년 같이 느껴지느 고통의 시간이였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가정법원 한번 가지 않고
(정확히는 미성년자를 둔 부부의 교육을 받으러 방문을 하긴 했지만)
가장 빠른 이혼
화해권고에 의한 이혼으로 정말로 남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