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안섞인) 60대 중반의 머나먼 친척 중 한분이 코인 사기를 당해 5억원을 날리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흔한 얘기다. 뉴스만 검색해도 매일같이 쏟아진다. 5억 중 3억5천만원은 카드론을 받아서 돈을 태웠다고 한다. 카드론 이자가 14% 정도다. 이자는 복리로 늘어나기 때문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게 맞다.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네 어쩌네 하는 소리가 들린다. 친척들을 하나하나 다 찾아가며 돈을 꾸고 있다.
친척은 대학에서 예체능을 전공하고 결혼 후 평생 전업주부로 살았다. 그녀의 남편은 젊을 적 대기업에 들어가 임원까지 지내다 퇴직했다. 퇴직 당시 모아놓은 돈이 꽤 있었지만 이후 이런저런 사업과 투자를 벌렸고 모두 실패로 돌아가 손에 남은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의 건강이 나빠졌다. 그 와중에 아내가 그렇게 큰 사고를 치고 말았다. 여러 법인 계좌로 야금야금 입금한 5억원의 돈은 모두 공중분해 됐다. 피해자가 100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세상엔 근사해 보이는 것들이 많다. 그 중 인간이 가장 크게 유혹을 느낄 만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내 주변의 고만고만한 사람들을 제치고 나 혼자 큰 부자가 된다는 류의 판타지다. 얼마나 좋겠나. 그동안 나를 무시만 해오던 형제자매들도, 자식들도, 입맛을 다시며 우러러 볼거라는 상상이. 모든 사람들이 성공 비결을 물으며 접근해 올 것이다. 너도나도 친해지고 싶어할거다.
하지만 그런 류의 유혹은 결말이 뻔하다. 처참히 부서지고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애초에 목적 자체가 불순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주식이다 코인이다 부동산이다로 돈을 벌었다고 해서, 본인도 해당할거라 생각하는 상상 자체가 잘못됐다. 남들이 뭘 하건 그게 무슨 상관인데라는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주변에서 부자 됐다는 얘기 듣고 초조해진다면 마음가짐을 다시 고쳐먹어야 한다.
초조해진 상태에서 내린 선택들은 잘못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경우 성공과 실패 확률이 99% 대 1%라 해도 실패로 뜬다. 머피의 법칙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돈을 움직이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만 한다. 정신이 명료하고 맑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게 1000원짜리 과자 한 봉지 살때도 적용해야 할 마인드다.
결혼할 배우자가 평소 돈을 다루는 태도가 어떤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 예체능을 전공하고 평생 전업주부로 산 60대 중반의 여성이 어떻게 그렇게 간 크게 5억원을 날려먹었을 수 있었을까. 남편의 영향이다. 남편이 퇴직 후 마땅한 벌이가 없자 무슨 여객선 사업이니 선박 투자니 하면서 이런저런 사업에 손을 댔다. 그렇게 재산이 서서히 깎였다. 이젠 남편이 아파 아무런 경제활동을 못하니 아내가 나서서 손을 댄 것이다. 그게 하필 다단계 코인사기였던 것이다. 앞뒤 신중하게 재보지 않고 큰 돈 벌게 해준다니 노후자금으로 쓰일 목돈을 몽땅 태워버린 셈이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배경엔 배우자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 보는거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빛과 소금이 되는 공부가 있다. 바로 사람 공부와 돈 공부다. 이 두가지 분야의 공부는 뗄레야 뗄 수 없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린다. 사람을 공부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돈이 나오고, 돈을 공부하다보면 사람이 나온다. 이 두가지 공부 안하면 살고 있어도 눈을 감은 채 사는거나 다름없다. 이 공부 안하면 어찌저찌 살아갈 수 있다고 해도 인생에 반드시 한번쯤 일이 터지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는 평온하고 질서정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꺼풀만 벗기면 강도와 사기꾼, 그리고 싸이코패스들과의 전쟁터나 다름 없다. 돈 공부와 사람 공부를 좀만 한 사람들은 이게 보인다. 누가 누구를 등쳐먹고 있는지. 어떻게 순진한 사람들 지갑에 빨대 꽂고 있는지. 단순한 보이스피싱이나 다단계 사기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유튜브나 강연, 인플루언서 사업 등 수없이 많다. (모든 인플루언서들을 비하하는 게 아니라 개중에 있다는 말이다.)
사기꾼들은 호시탐탐 당신의 주머니를 노린다. 사기를 치려면, 부자 옆에 붙어서 크게 해먹는 것보다 돈 없는 서민들에게 붙어 소소한 몇푼씩 뜯어서 그렇게 수천명, 수만명을 상대로 해먹는게 가장 이윤이 남는다. 부자들은 사기를 당하면 자신의 모든 걸 동원해 가해자를 엄벌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서민들은 그럴 여력이 없다.
사기도 박리다매가 가장 영업이익이 높다는 말이다. 피해사례가 중구난방으로 접수되는데다가, 피해자들은 자신이 피해를 입었는지도 잘 모른다. 왜냐하면 자기가 그렇게 멍청한 선택을 내렸다는 것을 끝까지 부인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는 이유, 무지한 사람이 더 무지해지는 이유다.
먼 친척도 공중분해 된 그 돈을 시간이 지나면 찾을 수 있다고 아직도 믿고 있다. 이들 믿음은 사이비에 대한 맹신과도 같아서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을 피말리게 한다.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만 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람 공부 돈 공부를 하는가. 책도 있고 유튜브도 있지만 일단 여자고 남자고 최대한 어렸을 때부터 사회생활을 해봐야 한다. 어떤 노동이건 해서 돈을 실제로 벌어봐야 안다. 내 손에 쥐어지는 돈이 얼마나 드럽고 치사한 사람들을 견디면서 얻어졌는지 깨달아야 한다. 이게 없으면 보통 사람들은 체득이 안된다. 돈 공부 하겠다며 모건 하우젤의 <돈의 심리학>이나 워렌 버핏의 주주서한을 읽는 것보다 빠르다.
그렇다면 알바 한번 해본 적 없는 부잣집 자식들이 가장 맹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그들은 어렸을 적부터 부모로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는다. 사기꾼이 가장 잘 꼬일 수 있기 때문에 세뇌당하시피 철저히 돈 교육을 받는다. 그러니 물려받을 재산이 이미 태아 시절부터 300억 400억 되는 그들 걱정은 우리가 안해도 된다.
열심히 일하고 부딪히면서 시스템을 익히길 바란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알바를 하더라도 나의 노동력이 어떻게 법인의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이 법인은 고객에게 무엇을 보장하고 있는지, 법인 매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인지, 이 매출을 만들어내는 회사의 리더는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등을 질문하면서 일하면 좋다.
그 연결고리만 파악할 수 있어도, 온갖 자료와 차트로 현혹시키면서 5억을 집어넣으면 10억을 만들어주겠다는 짝퉁 코인 플랫폼의 싸구려 사기질에는 당하지 않을거다. 기가 막힌 이야기지만 지금도 대한민국에는 실시간으로 이같은 사기행각이 신나게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요즘은 20대 30대들도 이런 사기에 홀라당 넘어가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 어쩌겠는가. 모두 본인의 선택이다. 우리나라는 표면적인 치안이 좋은 대신, 이렇게 칼만 안 든 세치 혀 강도들이 너무 많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그냥 사기가 붙는다고 보는게 맞다. 전세사기, 부동산 사기, 식품 사기, 영양제 사기, 결혼사기 등등 사기 공화국이다.
공부하는게 정녕 죽기보다 귀찮다면 대충 그냥 다 강도라고 생각하고 예금만 성실히 하길. 적어도 가진 돈을 어이없이 잃진 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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