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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Sep 18. 2024

개수작 센서

연애하려고 돈 벌지 말고 돈 벌려고 연애하지 마라

모든 업계가 그렇듯 내가 일하는 업계에도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업계에 친구란 존재할 수 없다. 모두가 살벌한 경쟁자일 뿐이다.


프로듀서는 작가, 배우 매니저, 배우들과 친하다. 피디가 다른 피디들과 친할 수 없다. 작가도 마찬가지. 나이 많은 연배의 선배 작가님들이나 선생님으로 모시고 있을 뿐이지, 동년배 작가들이 서로 죽마고우인 걸 본 적이 없다. 배우는 더 심하다. 비슷한 나이대에 비슷한 이미지로 경쟁하는 배우들이 서로 친하다는 말은 "우리 지금 거짓말 하고 있어요"라는 말과 같다.

영화 드라마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얼마나 독한지 알고 있는가. 나는 길을 걷다가 관상과 풍기는 이미지만으로도 이 사람이 영화 드라마 업계 종사자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여자일수록 더 확연히 풍기는 이미지가 있다. 그들은 언제나 절대 채워지지 않는 깊은 갈증 나는 눈빛을 장착하고 있다. 머리는 부시시하고, 다크써클은 진하다. 뭘 신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신발이 형편 없다. 한마디로 이 곳엔 잘 정돈된 사람이 없다.


그나마 대기업이 엔터 사업에 뛰어들어 CJ, 네이버, 카카오 같은 대기업 사원들이 반듯한 외형을 갖추고 프로듀서라는 명함을 나눠주고 다닌다지만 과거엔 이 업계가 참 돈이 없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시스템 혹은 정상적인 사람도 부족했다.


또한 업계 비종사자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소수의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를 제외한 한, 우리들은 아티스트가 아니다. 그저 문화콘텐츠를 상업적으로 성공시키기 위한 장사꾼이다. 또는 더 높은 수준으로 간 이들은 성공한 사업가라 부르기도 한다. 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프로듀서님은 30대 중반까진 수입 차 딜러였다.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리던 영업맨이었기에, 이 업계에 스카웃 됐다고 한다.


이렇듯 배우들을 제외하면 예술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나의 윗세대들까지 장사치라 말하는 건 절대 아니다. 그들이야말로 열정 하나만으로 자신의 젊음과 노동을 갈아 오늘날 K-콘텐츠를 만든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오늘 이렇게 긴 서문을 깐 이유는 여성 배우에 대해 할말이 있어서다. 내 주변에도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여성들과, 열심히 배우를 준비중인, 여성들이 꽤나 많다. 이들은 나에게 경계심의 빗장을 푼다. 같은 여자고 결혼해서 아기도 있어서다. 적어도 작업실에 대본 회의 한다고 불러내서 허튼 짓 할 인물은 아니라는, 살아온 인생으로 입증이 된다. 그래서 이들은 나에게 온갖 속내를 다 털어놓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대한민국에서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여성 노동자들에겐 국가에서 의무로 정신과 상담을 지원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여배우라는 험난하디 험난한 정글같은 직업에 도전장을 내민 건, 어쨌거나 본인들 매력이 평균 여성들보단 뛰어나기 때문이다. 요즘 개성적인 마스크를 갖고 있는 여성 배우들도 많다지만 연예인이 되겠다 하는 이들 외모는 반짝반짝 빛이 나고 누가 봐도 연예인 태가 난다. 몸매는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매력적인 여성 중에서 살아남는 소수의 사람들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다. 당장 이름을 알고 있는, 활발히 활동하는 여배우 이름을 떠올려보길. 몇명이나 되나? 아마 엔터업계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여배우 이름 10명 정도 떠올려봐도 충분히 많을거다. 그러니 여배우가 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차라리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면서 돈 버는게 더 쉽고 탄탄대로인 길일거라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들의 절박함과 어려움을 이용하려는 인물군도 존재한다. 신인일수록 이 권력은 더 압도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연예인이 되겠다고 지방에서 올라온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의 여성이 있다고 치자. 각종 오디션을 보며 서울 강남 바닥을 헤집고 다니던 중, 어떤 유명 프로듀서가 나타난다. (실제로 이딴 제안 해오는 인간들 대부분이 유명하지도 않고 그냥 허접한 작품 몇개 한 감독이거나 듣보일 가능성 100%다.) 자기랑 친하게 지내면 굵직한 기회들이 주어진다고 말한다. 골칫덩어리인 월셋방도 해결해주고, 용돈도 준다고 한다. 고민이 될 만한 제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당신의 배우 인생도, 커리어도 거기서 끝난다.

인터넷이 없던 과거에는 뭐 이런식의 루트로 미디어에 얼굴을 비추는 연예인들이 꽤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쳐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사람들은 결국엔 소문이 다 난다. 생명이 길지 않다. 이미지도 나빠진다.


그래서 자신의 매력, 그 중에서도 특히 성적인 매력을 이용해 뭔가 커리어적으로 보템이 되보려는 계산을 하는 건 종국엔 개수작이 된다. 이는 물론 엔터업계에만 한정된 사실이 아닐거라 생각한다. 10년 넘게 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언니에게 들어보면 상사와 바람을 피우고 승진 가도를 달리는 여성도 꽤나 있다고 한다. 그치만 결국엔 다 들통나고 망신 당하며 개수작으로 끝난다.


그래서 항상 정공법으로 돌파해야 한다. 배우가 되고 싶다면 연기를 무당이 작두 탄 것처럼 잘 하면 된다. 그러면 낙하산이니 감독 빽이니 이딴 말 안 나온다. 작가가 되고 싶으면 글을 잘 쓰면 그만이다. 피디에게 로비를 잘한다느니 유명 감독들과 친하다느니 그딴 거 다 헛소리다. 작가는 사람 많이 만나봤자 다 쓸모없다. 엉덩이 붙이고 작업이나 하는 작가가 최고다.


프랑스 최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는 매일 있는 파티와 사교계 인사들과의 교제로 원고 집필을 못하게 되자, 어느날 방에 들어가 옷을 다 벗고 하인에게 그 옷을 치우라고 했다. 그리고 해가 질 때까지 그 옷을 절대 갖고 오지 말라고 명했다. 방에서 벌거벗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부디 여러분의 상상력이 상식에 머물러 있기를) 글쓰기밖에 없다. 그땐 인터넷도 없었던 시절이다. 그렇게 해서 소설들을 썼다.


본업에 충실하고, 집중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게 연애와 사랑에도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뭔가에 홀려 있는 사람은 빛이 나서 저절로 사람이 꼬인다. 오지 말라고 해도, 사람 만날 시간 없다 해도, 번호표 뽑고 줄 서서 만나고 싶어 한다. 열중하는 인간. 그 모습 자체가 인간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 와중에 주변 사람한테도 잘 해야 한다. 일만 잘 하는 인간 역시 결국 도태된다. 일도 잘 하고, 주변 사람들 잘 챙기는 사람이 있어서다. 정상에 가면 웃긴게 실력이 또 거기서 거기다. 별로 차이가 안난다는 말이다. 만약 당신이 동료를 고른다면, 지 혼자 잘난 줄 알고 뻗대는 나르시스트한테 일해보자 하겠는가, 아니면 겸손하면서 친절하게 살랑대는 인간미 있는 사람과 여정을 함께 하고 싶겠는가.


결론 :

-진정한 성공이란 외부의 부당한 제안이나 쉽게 얻는 기회가 아닌, 자신의 실력과 노력으로 이뤄진다.

-업계에서 정공법으로 성공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

-인간미와 겸손함이 결국 더 나은 선택으로 이어지는 건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진리다.


https://www.youtube.com/watch?v=XC7eRmnfZ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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