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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Oct 02. 2024

대가리 꽃밭 VS 대가리 가시밭

오늘은 소위 말하는 '대가리 꽃밭', 즉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이고, 유쾌하고, 발랄한 사고를 할 줄 아는 사람에 대해 말하려 한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어떤 상황이 닥쳐도 다소 심각하고, 고통스럽고, 우울한 관점으로 바라본다. 심지어 자책도 심하다. 이 사람들을 '대가리 가시밭'이라고 칭하려 한다. 보통 똑똑하고 눈치가 빠를수록 대가리 가시밭인 경우를 많이 본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아는게 병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지점은 당연히 ‘대가리 꽃밭'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머리속에 꽃밭 하나쯤 키우면 세상 살기가 좋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얼마 전 이런 짤을 하나 봤다.



올해는 일적으로 무척 좋은 일이 있었는데, 힘들고 억울한 상황도 있었다.

 

이럴 땐 그냥 좋은 일만 생각하고 앞만 보며 가고자 한다. 일이 생겼을 때 스스로 성찰하고 돌아보는 과정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필요이상으로 자책하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진 않으려 한다. 또 하나 큰거 배웠다 생각한다.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나를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이 방법은 꽤나 보편적인 방법이다.) 웹소설이건, 웹툰이건, 드라마건 영화건 형식은 상관 없다. 그냥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한 주인공이다.


이야기를 짤 때 다음과 같은 구조가 있다.

이야기의 구조 by 로버트 맥기



이야기의 고전적 설계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주로 외부의 저항 세력과 맞서 싸우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 주인공의 활동은 연속적인 시간을 통해서, 연속적이고 인과적으로 연결되는 허구적 사실성 속에서, 절대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화로 마감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속된다.

- 로버트 맥키


대부분의 상업 영화/드라마는 고전적 설계를 따른다.


7인의 사무라이,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스파이더맨 등이 고전적 설계를 따른 이야기다. 대표적인 주인공 히어로가 나타나서 악당을 물리친다. 세상의 모든 문제의 원인은 빌런이 있기 때문이고, 히어로는 이 빌런을 때려잡는다는 스토리다.


미니플롯을 따른 스토리는 흐르는 강물, 텐더 머시스, 셸 위 댄스, 러브레터 같은 게 있다. 미니플롯은 아크플롯의 원칙은 따른다. 하지만 그 원칙을 최대한 작고 단순하게 만든다. 그리고 결말이 열려있다는 특징이 있다.


안티플롯은 아크플롯에 대항하는 구조다. 전통적 형식에 반항한다. 그 원리들에 질문하거나 아예 비웃디고 한다. 흔히들 말하는 예술영화가 이에 해당한다. 중경삼림이 대표적인 예이다. 우연에 우연이 겹치는 상황, 열린 결말 같은 구조를 볼 수 있다. 안티플롯은 단 하나의 규칙이 있다면, 그 규칙을 깨부시기 위해 망치를 든다. 영화 펄프픽션은 세가지 요소를 모두 가진 작품이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몰라도 될 이런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이유는, 우리네 삶을 바라보는 관점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면 스스로를 자책하는 이유가 아마도 아크플롯이라는 형태에 익숙해져서 그렇다. 하지만 우리네 인생은 인과성과 우연성, 열린 결말과 닫힌 결말 그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 이 모든 법칙의 비밀을 알아내고자 들여다보면 들어다볼수록, 궁극적으로 법칙이란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가 선명해진다.




나는 길을 걷다가 말 그대로 즉사할 뻔한 적이 있다. 12월의 겨울날이었다. 눈이 내려있어서 길이 얼음으로 굳어있었다. 그날따라 굽이 있는 신발을 신어서 미끄러워질까봐 조심조심 걸었다. 내리막길이 나오자 결국 죽 미끄러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넘어지면서 가방이 열려 휴대폰이랑 화장품이 길가에 떨어졌다. '재수 오지게 없는 날이네' 하면서 물건을 줍고 있었는데, 몇걸음 앞 인도에, 한 차량이 광속으로 몰고 오더니 인도가드를 넘어들어와 아파트 소음방지벽에 쾅 하고 박혔다. 나중에 소식을 들어보니 블랙아이스에 음주운전 차량이라고 했다. 아마 넘어지지 않았더라면 그 차에 받혀 죽었을지도 모른다.



길가다 미끄러져 넘어지는 문제로 죽고 사는게 나뉘는게 삶이다. 그러니까 그냥 대가리 꽃밭으로 사는게 훨씬 유리하다.


나는 연애도 대가리 꽃밭인 사람들이 훨씬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


연인과 헤어졌다고 우울해서 방에만 틀어박혀 있고, 사람 안만나고, 전 연인 프사나 SNS 염탐하는 것보단, 예쁘게 차려입고 화장하고 나가서 머리라도 하고 오는게 훨씬 낫다. 물론 심적으론 타격이 클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가 있다는 가정 하에 말하자면 힘든 때일 수록 웅크려 있으면 안된다. 하물며 집에서 두피 괄사 마사지라도 해야 한다.


사람 만날 때 내가 원하는 사람 정확히 말해라. 갖고 싶은 물건 있으면 가격표 보지 말고 사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맛있게 먹으면 된다.

즐겁다면 얼마든지.


나도 재밌는 거 하면서 산다. 그게 너무 명백하다. 목표를 향해 걸어가고, 그 길 위에 놓여진 수많은 장벽을 뚫어가는 게 재밌다. 어떤 날은 내가 벽한테 두들겨 맞고, 어떤 날은 손톱자국 하나도 내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덤빈다. 재밌어 하면서. 대가리가 꽃밭이라 그런다.


그러니 앞으로 더 웃긴 얘기들 많이 준비해오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KQetemT1sWc&themeRefres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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