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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하 Nov 03. 2023

나무아미타불, 여섯 글자만 알면 불교는 끝난다!

- 교토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

교토역에 내려서 조금만 걸어가면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가 나온다. 이 절은 정토진종 오타니 파의 총본산이다. 역에서 가까워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가는데 막상 찾아가 보면 큰 건물밖에 기억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나는 첫 방문부터 큰 충격을 받았었다. 고에이도(御影堂) 내부에 걸린 현판 때문이었다.   


“견진(見眞)”     


진실을 보라는 건지, 진종(眞宗)을 보라는 건지, 보라는 건지 생각하라는 건지 느끼라는 건지 알 수 없으나 나에겐 뭔가 계시처럼 느껴졌다. 내 이름에는‘眞(참진)’이 들어가는데 (재하는 필명이다. 본명은 따로 있다.) 나를 바라보라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 나를 바라봐야 하는구나. 그래, 내가 일을 하다 보니 나를 잊어버렸네. 그 뒤로 나는 교토를 방문할 때마다 히가시혼간지나 니시혼간지(西本願寺)에 들렀다. 현판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히가시혼간지에 가도 니시혼간지에 가도 견진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그러나 강렬한 첫 만남을 잊지 못해서 그런지 나는 히가시혼간지에 가서 현판을 보는 걸 좋아한다.(아, 교토엔 동쪽 혼간지인 히가시혼간지와 서쪽 혼간지인 니시혼간지가 있다. 원래는 하나였는데 혼간지의 세력이 너무 커져서  반으로 나눠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혼간지를 찾은 이유는 사실 일 때문이었다. 니시혼간지의 22대 세습 법주였던 오타니 고즈이는 1900년 초, 오타니 탐험대를 이끌고 서역을 여행하며 문화재를 약탈했다. 그가 약탈한 둔황의 문화재들은 니시혼간지 파산 당시 일본 재벌에게 팔렸고 후에 조선총독부에 기증됐는데 해방 후, 이 문화재들의 소유권이 한국 정부로 넘어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일본인이 약탈한 중국문화재가 한국에 있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아무튼 나는 약탈문화재의 꼬리를 물고 혼간지에 온 것인데 뜻밖에 운명과 마주치다니. 신기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현판의 매력이 빛을 잃었다.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눈으로만 각인된 만남이었기에 깊이 있는 관계를 맺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올해 초에 우연히 탄이초를 읽게 되면서 히가시혼간지를 떠올렸다. 신란의 유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탄이초는 신란(親鸞)의 제자 유이엔(唯圓)이 신란 사후에 스승의 말과는 다른 견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남긴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신란은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이라고만 염불 하면 극락에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후대 사람들은 말했다. 아니, 나무아미타불만 하면 어떻게 극락에 가냐, 이번 생애에 착한 일도 많이 하고 수행도 많이 하고 뭘 좀 공부를 해야 정토를 이해해서 갈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러나 신란은 말했다. 정토진종은 그렇지 않다고 나무아미타불만 하면 된다고 말이다. 그렇다. 나무아미타불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나무아미타불은 무슨 뜻일까? 나무는 귀의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나무아미타불이라고 하면 아미타불에게 귀의합니다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정말 이것만 하면 된다고?라는 의심이 생길 것이다. 내가 오늘 나쁜 짓을 하고 게으르고 방탕하게 생활해도 나무아미타불만 하면 된다고? 진짜로? 신란은 말했다 그것만 하면 된다고 말이다.


탄이초를 읽게 된 것은 남편 때문이었다. 학교 도서관에 책이 있으니 좀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온 것이 시작이었다. 얇은 책이니 한 번 읽어보라고 해서 나도 읽게 됐다. 사실 읽을 때도 별생각 없이 읽었다. 나도 신란의 말을 못 믿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스치듯 읽었던 탄이초가 아미타경을 사경 하면서 살아났다. 경에서는 말한다. 나무아미타불만 하라고. 아.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 외운다고 그냥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신구의(身口意) 삼업이 일치해야 한다. 몸이, 입이, 그리고 뜻이 일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쁜 짓을 하고 나는 극락 갈 거야~하며 나무아미타불! 해봤자 소용이 없다. 나쁜 짓을 하고 나서도 아미타불을 진실로 믿고 신구의가 일치할 때 극락에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퀴즈!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어디에 가서 극락왕생을 발원해야 할까요? 1번 대웅전, 2번 극락전, 3번 지장전. 정답은 극락전이다. (극락보전, 아미타전, 무량수전 모두 아미타부처님을 모시고 있으니 그곳으로 가면 된다) 극락왕생은 아미타부처님의 소관이다. 대웅전엔 석가모니불을 모시는데 그분은 우리가 사는 사바세계를 주관하신다. 어라? 할머니가 절에 가실 때 죽은 사람을 위해 지장전에 가셨는데요라고 질문하는 분이 있을 것이다. 지장전엔 지장보살이 있다. 이분은 지옥에 간 중생을 구제해 주시는 분이다. 남편이 하루는 노스님께 여쭤봤다고 한다. 극락왕생을 발원하려면 아미타부처님께 가야 하는데 사람들이 왜 지장보살을 찾냐고 말이다. 그랬더니 노스님 말씀. 중생들이 죽으면 염라대왕 앞에 가서 일단 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변호사를 먼저 선임해야 한다고. 그 변호사가 지장보살이라고 말이다. 엇. 뭔가 그럴듯하다. 변호사를 선임해줘야 할 것 같다. 허나 원효와 신란이 말했다. 나무아미타불만 하면 된다고 말이다. 그러니 괴로운 윤회를 끊고 극락에 가고 싶으신 분들은 오늘부터 나무아미타불을 소리 내어 염불 하시기 바란다. 하나 중요한 것! 신구의 삼업이 일치할 것. 입으로만 외고 믿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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