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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하 Nov 10. 2023

삶이 너무도 괴로울 땐 나무관세음보살!

- 교토 롯카쿠도(六角堂)

인연은 참으로 신기하다. 아이들과 아미타불을 만나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침대도 있고 바닥에서 잘 수도 있는 숙소를 구했는데 그곳이 바로 롯카쿠도(六角堂) 근처였다. 남편은 이 얘기를 듣자마자 엄청나게 좋아했다. 롯카쿠도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 그동안 인연이 없었다며 교토에 도착하자마자 롯카쿠도에 가자고 난리였다. 롯카쿠도는 교토의 배꼽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교토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해서 붙은 별칭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유명한 것은 신란이 관세음보살을 만난 장소라는 것이다. 아미타불을 만나는 여행이라고 하면서 왜 갑자기 관세음보살 얘기를 하느냐? 관세음보살은 아미타불이 극락세계에 있어서 사바세계에 올 수 없으므로 사바세계로 파견한 대사라고 보면 되기 때문이다. 사바세계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말한다. 그러므로 아미타불에겐 극락왕생을 빌고 현세에서 괴로운 일이 있다면 관세음보살을 찾아가면 된다. 관세음보살은 구고구난(救苦救難)이라 하여 괴로움과 재난에서 우리를 구해주는 보살님이다. 관세음보살이 있는 절은 티가 난다. 사찰초입에 버드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엔 없다. 일본에 가면 있는데 우리나라엔 없다는 것이 참 아쉽다. 아마도 옛날에는 있었을 텐데 요즘에는 특별히 심고 가꾸지 않는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사찰 관계자가 있다면 버드나무 좀 심어주세요~     

혼간지 얘기를 하면서 언급했던 신란은 롯카쿠도에서 관세음보살을 만난 것으로 유명하다. 관세음보살은 신란에게 모습을 드러내며 그가 극락으로 인간을 인계하는 매개자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뒤 신란이 비승비속(非僧非俗)의 삶을 걷게 된다. 승려도 아니고 속인도 아닌 상태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관세음보살을 만난 사람이 있다. 바로 조선의 세조다. 이 이야기는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데 양평 상원사에서 만났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관음현신지(觀音現身地, 관세음보살이 몸을 드러낸 장소)로서 역할을 못 하고 있어서 아쉽다. 일본은 관음현신지가 서른세 곳이 있어 순례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하필 서른세 곳이냐. 관세음보살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 서른세 개의 모습으로 인간 세계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 가족은 내가 잡은 숙소 덕분에 롯카쿠도를 매일 가게 됐다. 숙소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어서 매일 아침 롯카쿠도에 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롯카쿠도는 정육각형으로 지은 건물이다. 왜 하필 육각이냐. 바로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여섯 글자 때문이다. 어? 육각당엔 관세음보살이 있는데요? 나무관세음보살이면 일곱 글자 아니에요? 아니다. 옴마니 반메훔(ॐ मणि पद्मे हूँ )도 여섯 글자다. 산스크리트어로 진흙 속에 핀 연꽃이여 라는 뜻으로 극락왕생을 비는 주문이다. 이 진언은 관세음보살에게만 한다. 그러니 여섯 글자를 따라 육각으로 건물을 지은 것이다. 극락의 비밀은 여섯 글자에 있나 보다.     

아이들은 롯카쿠도에 와서 삼배하고 법당을 세바퀴 돈 후 초를 켜고 소원을 빌었다. 법당을 세 바퀴 도는 이유는 우요삼잡(右繞三匝)이라고 하여 부처님을 만났을 때 하는 예법 중 하나다. 딸아이는 매일매일 오미쿠지(おみくじ)를 뽑았다. 오미쿠지는 100엔(円)을 넣고 자판기를 돌리면 나오는 종이다. 종이에는 알 수 없는 한자들과 함께 운세가 적혀있는데 좋은 운이 나오면 집으로 가져가고 나쁜 운이 나오면 절에 종이를 걸어두면 된다. 딸은 자기도 종이를 걸어두고 싶다면서 매일 오미쿠지를 뽑았다. 그런데 마지막 날까지 딸은 좋은 운만 나왔다. 자기도 종이를 묶어 보고 싶었는데 왜 자꾸 좋은 운만 나오냐고 투덜댔다. 관세음보살이 보셨으면 정말 웃기셨을 것 같다. 딸이 하도 종이를 걸어보고 싶어 해서 그렇게 걸어두고 싶으면 좋은 운을 롯카쿠도에 양보하자고 하나 걸고 왔다.

롯카쿠도를 찾은 마지막 날, 나는 희한한 꿈을 꾸었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토마토주스를 나눠주는 꿈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꿈이 너무 선명해서 남편한테 말했더니 토마토도 여섯 글자라고, 롯카쿠도의 계시가 아니냐고 했다. 토마토는 세 글자인데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알파벳으로 T.O.M.A.T.O는 여섯 글자라나. 남편의 썰렁한 농담에 어이가 없어서 웃다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람들을 도와주는 꿈을 꾼 걸 보니 나도 꿈에서 나마 관세음보살을 만났나보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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