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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하 Nov 17. 2023

사람들은 항상 어려운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 도쿄 죠죠지(増上寺)

도쿄를 경유해서 미국으로 가게 될 일이 생겼다. 길진 않지만 짧지도 않은 대기 시간에 뭘 할지 고민이 됐다. 도쿄를 동서남북으로 갈라서 보니 남쪽에만 머무는 것이 이득일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남쪽에 있는 시바공원(芝公園)을 택했다. 왜냐하면, 하네다 공항에서 약 20분 간 모노레일을 타고 나오면 하마마쓰 초(浜松町)에 도착하는데 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시바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사진들을 보니 시바공원 잔디밭에 앉아서 도쿄타워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것이 유행인 듯하다. 그동안 공원 바로 앞에 있는 호텔에서 자주 묵었는데 나는 한 번도 도쿄타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유행에 뒤처진 사람인가 보다. 공항에서 나와서 짧은 시간이면 갈 수 있다는 장점에 뒤늦게 유행에 합류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입국수속을 마친 뒤 하마마쓰 초 역으로 갔다. 도쿄타워는 역에서도 보여서 금방 찾을 수 있다. 직진해서 왼쪽으로 틀면 시바공원이 나오기에 인스타그램 업로드를 위해 열심히 걸어갔다. 그런데 걷는 내내 죠죠지(増上寺)가 보인다.

맞다. 도쿄타워 근처에는 사찰이 있다. 그동안 여러 번 죠죠지에 갔었는데 어떤 부처님이 계셨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절 입구에 다다르자 초입에 버드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 관세음보살이 계시네. 그러면 이곳은? 혹시? 하고 쳐다보니 정토종이라고 쓰여 있다. 아미타불이 계시는 곳이었다.      

그동안 여러 번 왔었는데 그때는 아미타불을 믿지 않은 상태여서 마음에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믿고 안 믿고의 차이가 이렇게 심하다. <<불교의 깨묵>>을 읽어보면 염불 수행에는 세 가지 마음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지성심으로 정말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 장난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성심성의로 아미타불을 믿고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마음이다. 두 번째로는 신앙심이 깊어진 상태, 세 번째로는 회향발원심으로 마음을 돌려 발원하는 것인데 혼자서 극락세계에 가는 것을 목표로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공덕으로 다른 중생들과 함께 극락에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예전엔 전혀 믿지 않은 상태였고 믿음을 떠나 아미타부처님이 뭘 하시는 분인지도 모르는 상태였으니 죠죠지에 가도 감흥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아미타부처님이 누군지 알기에 죠죠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공원에 가기 전에 죠죠지에 먼저 가기로 했다.

가장 큰 건물인 대전(大殿)으로 들어가 아미타 부처님께 인사를 드린 후, 옆 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주인(朱印)을 찍어준 종이를 사기 위함이었다. 일본 사찰에는 절의 도장을 찍고 절 이름을 붓으로 적은 종이를 판다. 그것을 열심히 모으는 취미가 나 말고 남편에게 있는데 이번에도 그걸 사겠다고 해서 갔다. 사찰 관계자에게 주인을 찍은 종이를 달라고 했더니 저쪽에 가서 뭔가를 써와야 살 수 있다고 한다. 어라? 여태까지 그런 적이 없는데 이곳은 정말 특이하네 싶었다. 도대체 뭘 쓰라는 건지 가서 보니 충격이었다. 나무아미타불이었다. 이곳은 아미타불을 모시는 절이 확실하다. 심지어 그냥 모시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와서 뭔가를 하려는 사람에게 나무아미타불을 쓰도록 하다니 교리에도 충실한 곳이었다. 나무아미타불을 열심히 써서 가져갔더니 드디어 주인을 찍은 종이를 건네준다.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아미타 부처님을 만나기 위해선 나무아미타불을 외면된다. 그것만 해도 된다. 다만 몸과 입과 뜻이 일치한 상태에서 염불해야 한다. 그래도 수행을 열심히 해서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되는 것보단 너무 쉬운 과정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게 말이 되냐고 믿을 수 없다고 한다. 더 열심히 수행해야 한다고 그래야 성불할 수 있다고 말이다. 사람들은 항상 어려운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무아미타불만 외면된다는 말을 믿지 못한다. 믿지 못하는 마음이니 백날 나무아미타불을 해봤자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물어볼 수 있다. 경건하게 살면 극락에 살 수 있나? 착한 마음으로 착한 일을 하며 수행하면 극락에 갈 수 있나? 아니다. 극락에 가는 것은 법장비구의 서원과 아미타불의 본원 때문에 가는 것이다. 이것을 타력 신앙이라고 한다. 내가 스스로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아미타불을 외면 부처님의 가피로 극락왕생 해서 아미타불의 법문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을 다해 나무아미타불이라고 염불 해보자.      

아, 혹시 시바공원에 앉아 도쿄타워와 사진을 찍고 싶은 분이 있다면 죠죠지에 들러서 아미타불을 만나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또, 죠죠지에서 나무아미타불이라고 적어 보는 경험도 해보시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다. 그날 밤 꿈에 아미타부처님이 당신에게 가피를 내려주실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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