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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홀 Apr 01. 2024

임대인이라고 꽁 돈을 먹는 건 아닙니다.

계약해지 6개월, 최소 2개월 전 통보는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에게 해당된다.


오늘 초창기 살던 청년(지금은 애 아빠가 되었지만)에게 연락이 왔다.

직장 동료가 방을 구한다며 빈 방이 있느냐고.


떠난 분들에게 연락이 오면 입주를 하든 않든 감사하다.


그동안 심란한 일이 있어 오래간만에 장부를 펼쳐놓고 살펴보니, 6개월 이내 만기가 다섯 곳이나 있었다. 이런~~~


이참에 재계약을 할지 말지를 연락해 봤다.

언제 방이 만기라는 걸 알아야 입주를 희망하는 이와 날짜를 조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퇴실하면 하자점검에 청소업체를 불러야 하고 부동산소개비까지 나가야 하니 은근 신경 쓸 일이 많아 항상 예민해진다.


다섯 곳 중 한 곳은 예전 살던 회사임원분이 만기일인 7월에 맞춰 예약을 해둔 터라 남은 임차인에게 일일이 연락을 했다.


남은 네 분은 모두 재계약을 원해  문자로 계약서를 썼다. 난 중개비를 4배만큼 절약해서 좋고, 임차인들은 2년 전과 비슷한 금액에 계약을 할 수 있으니 손해만은 아니다.


공실을 없애는 재계약의 팁


1. 건물관리는 임대인의 기본이다.


돈이 조금 더 들어가더라도 꾸준히 건물관리를 하면, 임차인들도 깨끗하게 사용한다.

모든 건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쉽다.

휴지가 한 개라도 떨어지면 그다음 사람부터는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버리는 게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는 복도, 계단, 출입구. 주차장. 쓰레기장 주변은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업체에 맡긴다. 돈 아끼려 직접 하는 것보다 결과가 마음에 드니 만족스럽다.



2. 임대인의 책무를 다해야 임차인의 마음을 움직인다.


내 철칙은 수리접수를 받으면 빠르면 30분. 늦어도 1시간  이내 현장방문을 해서 상황파악 후 증세에 따른 as를  자리에서 신청한다.


임차인과실이든 노후화에 따른 고장이든 일단은 수리를 빨리 받는 게 돈을 아끼는 최선의 방책이다. 하자는 시간이 갈수록 더 망가지기 때문이다.

그 후에 잘. 잘못을 따져도 늦지 않다.


로 지난여름, 불볕더위가 몇십 년 만에 왔다고 뉴스에서 난리가 났을 때, 한 집에서 에어컨이 고장이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한 여름이라 as기사가 오려면 빨라야 일주일이상 걸린단다.


어째 보일러는 한 겨울에, 에어컨은 한 여름에 고장이 나는지...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그때는 고장. 접수를 해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새로 매입하면 당일 설치가 가능하다는 얘기에, 수리하면 비싸봐야 돈 10만 원 나오는걸 설치비까지 80여만 원 가까이 들여 설치를 했다.


삼복더위에 선풍기바람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 선택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새 에어컨이니 임차인은 좋아라 했고 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고맙다 하니 내가 더 민망스러웠다. 


참고로 우리 집은 복층이나 투룸은 에어컨이  2대, 투베이는 면적보다 좀 더 큰 것으로 1대 놓았다.

원룸은 평수에 딱 맞는 것보다 치수를 한 단계 높여야 만족스럽다.


시행사와 쫑난것도 그런 이유였다.

중간에 튀어나오는 변수 때문에 계약서보다 몇천만 원을 얹어준 것은 받는 만큼 잘해달라는 부탁이었다.


건축비가 비싸다고 월세를 배로 받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같은 지붕에서 지내는 임차인에겐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게 내 소신이다. 


임차료를 받으니 장사꾼과 같고, 장사를 하려면 프로가 되어야 한다.


가끔, 아니 자주 살짝 후회할 때도 많다.

건축물은 연식으로 가격을 매기지 옵션이 아님을 당시엔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차인들이  사정알아줄 때 고마운 일은 더 많이 일어난다.

자잘한 것은 알리지도 고 알아서 해결하기 때문이다.

소수의 몇 명을 제외하고는.



3. 재계약서를 쓰는 건 요령이 필요하다.


산수를 못해 계산기를 두들겨도 오차가 나서, 난 세로셈법으로 계산하는 게 가장 편하다.


퇴실하면  자잘하게 고장 난 곳이 있을 테니 수리를 해야 하고. 업체청소를 부르고. 중개소개비를 먼저 계산해 보면 그렇게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재계약 시 중개소개보다 적게, 관리비는 소개비 1/n(기간)로 나눈 금액보다 적게 올린다.


) 소개비기 30만 원이라면 관리비는 2만 원*12개월=24 만원. 즉 월 2만 원만 올리면 된다. 2년 계약이라면 1만 원으로 해야 소개비를 넘지 않는 셈이다. 이건 순전히 예시지만.


지난 7년 동안 관리비를 동결시키다 치솟는 물가로 작년 재계약자는 1만 원을 올렸었다. 땅을 살 것도 아니고 1~2만 원 올려봐야 큰 도움은 못 되지만 우선 공실을 없앨 수 있고, 중개비가 그만큼 줄어드는 데다 임차인의 송향을 알고 있으니 새로운 사람보다 부담감이 줄어드는 점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요즘은 일 년, 아니 한 달이 다르게 전기세, 수도세, 청소인건비가 올라가니 오늘 재계약자들은 2년 이상 동결 된 금액에 살았던지라 이번엔 관리비를 2만 원씩 올리는데 합의했다.


스*벅 커피 몇 잔도 안 되는 금액이지만 1,2만 원에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에 일단은 요즘 물가를 언급하며 얘기를 하면 95%는 모두 수긍한다. 그래서 소통이 필요하다.


중년아재들은 1년마다 변동이 되는 금액을 생각하고 2년을 선호하지만, 요즘 mz세대는 올릴 때 올려도 1년을 주장하는 이가 많다.

그것만 봐도 세대차이를 느낀다.


어떤 분은 아예 3년 계약으로 해달라고 했지만(중간 변동성 때문에) 주택은 2년까지니 그때 다시 의논하자고 했다.


가장 오래 계시는 분은 2015년도 오신 분인데 묵시적 계약으로 아직 살고 계신다.

오늘 재계약을 하며 8년 동안 동결시켰던 관리비를 2만 원 올리겠다고 하자 선뜻 응하셨다.


임차계약을 한 것도, 월세를 내는 것도 기관이라 부딪칠 일은 없었지만, 그분은 꽤 까탈스러워 한번 통화를 하고는 그 후로 한 적이 없다.


묵시적 계약으로 8년이 되었지만 감히 월세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하지 못했었던 것도 쨍쨍한 언행과 왠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뭘 요청하지도 않았고, 안내 문자를 보내는 것도 싫어해 명절인사조차 보낸 적이 없다. 아예 신경 끄고 각자 살아가는 것은 그분에겐 최상의 방법이었다.


아뭇튼 재계약자는 내겐 vip 인 셈이다.



4. 계약서를 쓰는 요령


부동산법이 바뀐 후부터 재계약서를 쓸 때는 연장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 미리 기한만기임을 언질 하는 것은, 묵언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첫 계약이 아니라면 종이든 문자든 카톡이든 상관없이 '계약서'를 제목으로 입주자명. 기간. 임차료를 쓰고 계약 날짜를 적어 상대방에게 보내, '동의한다'는 답장을 받아 쌍방 보관하는 방법을 쓰곤 한다.

 

얍삽하다고 할지 몰라도 연장이나 묵시적 계약을 쓰면 중간에 마음이 바뀐 임차인이 나간다고 할 때는 3개월 만에 보증금반환을 해 주는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맹점을 피하기 위하려면 계약. 재계약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 이는 기존의 계약이 아니라 새로운 계약이 성립되었음을 고지하기 때문이다.


가장 당황했던 건 2년 전 중등교사였던 분이 결혼과 함께 아예 타 지역으로 전근 감을 만기 한 달도 안 되어 알려주는 바람에 부랴 부랴 부동산에 문자를 돌렸던 기억이 난다. 그 쌤은 가장 비싼 투룸에 거주했던지라 신경을 안 쓸 수 없었다. 


우선 보증금을 민. 형법적으로 보장하겠다는 문자만 믿고 선뜻 이사는 물론 전출까지 해 준 게 감사했다. 금방 입주희망자가 나타나 큰 텀은 없었지만 최근 진상임차인을 만난 걸 생각하면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은 월세 중 가장 vip인 분이 샤워기가 고장 났다는 연락이 와서 상황을 문자로 사진을 보내달라니, 수전을 통째로 갈아야 한단다.

아직 수전을 갈아 본 집이 없어 당황스러웠다.


임차인은 바이스플인지 뭔지 하는 도구만 빌려주면 본인이 구입해서 알아서 교체한단다. 이런~~~ 그게 뭐냐고 묻자 돌리는 기구란다.

매달 중순이 임차료 입금일이지만 월급일에 맞춰 매월 1일로 당겨 주는 것도 감사한데... 고맙기만 하다.


난 임대인이면서도 모르는 게 너무 많고 할 줄 아는 게 없어 미안하다.






사실 직장인으로만 구성되다 보니 여자 혼자 입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인지 남자분들은 대부분 공구를 다룰 줄 알아 직접 해결하는 데다, 방부목의 오일스텐까지 직접 바르는 분도 있다. 

본인이 비용을 지출하기도 하고, 재료만 사달라는 분도 있다.


가끔 어깨가 처질 때는 그런 분들이 있어 다시 어깨가 올라가곤 한다.

그래서 난 재계약을 선호한다.


임차인도 특별 상황이 없다면 재계약하는 게 좋다. 중개소개비. 이사비 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차료는 정가제가 아닌 집주인 맘대로 고무줄 가격이니 굳이 임대인과는 척질 필요가 없다. 잘만하면 1~2만 원 정도는 사정에 따라 세이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부딪치고 깨지는 실 경험을 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길 뿐이지만 아직도 설비 쪽은 문외한이라서 답답하기만 하다.


더구나 18명의 임차인마다 임차목적도, 개개인의 취향도, 성격도, 사정도 모두 다르니 임대를 해서 월세를 받는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최초 투자금액이 최소 10억 이을상 들여놓고도 말이다.


상가를 임대하는 것도, 주거지를 임대하는 것도 결국은 목돈을 투자 후 푼돈으로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임대 자체가 입주일에 계약일에 맞춰 형성되니 어쩔 수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리가 쉽지 않은 데다 덩치마저 있으니 매도도 만만치 않다.

그냥 끌고 가야 할지, 죽을 때까지 끼고 있어야 할지 요즘은 고민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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