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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아주오래된 면접이야기(2) 서울문화재단

by mingminghaen

+이상하고 슬픈 취준기록은 약 15년이 넘는 기간동안의 취준에 대한 기록이므로 연재되는 면접 이야기들은

최대15년~최소6개월 전의 시간을 넘나들 수 있음을 기억해주세요 'u'


프롤로그

이전에 블로그에 면접 후기들을 몇개 올렸었는데 그 중 가장 댓글도, 문의도 많았던 서울문화재단.

무려 10년전 글임에도 댓글과 쪽지로 문의를 받았었는데, 그만큼 모두가 얼마나 절실한지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서울문화재단의 면접 또한 정말 오래전일이라 지금 당장의 서울문화재단이나 비슷한 직무, 기관 등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테지만, 그럼에도 올리는 이유는 '면접'이 갖고 있는 보편성과 고유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면접이어도 회사와 지원자의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질문과 상황은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해도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걸 15년간의 취준 경험을 통해 내가 직접 알게 되었으니까.

그저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이렇게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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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은 당시 정말 가고싶은 곳 중의 하나였다.(안가고싶은곳이 어디있었겠냐마는.ㅎㅎ)

나는 문화예술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열망이 가득했었기 때문에

이렇게 기회가 주어졌을때 "오 이건 운명이야!" 하고 즉시 덤벼들었었다.

하지만 서울문화재단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우선 개인사업이 아니라 서울시민들을 위해 제공하는 다양한 문화행사, 문화프로그램 등을 기획하고 지원하는 곳이므로 '트랜드'도 중요하지만,

서울시, 그리고 더 나아가 국가에서 관리하는 만큼 보수적인 면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곳이었다.

최종면접까지 가게 되어 두근두근-하는 몇일간의 달콤살벌한 기다림까지 겪었지만 결국은 보내주어야 했던

면접-


Step 1 ! 서류

당시에는 '서울문화재단'이라서 특별했던 자기소개서 항목이 있지는 않았다.(지금은 분명 다르겠지요)

자기소개와 지원동기, 장점단점 등 평이한 질문이 주를 이뤘던 것 같다.

나는 평소 내가 가지고 있었던 '문화'라는 분야에 대한 관심,

그 관심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경험들을 위주로 지원동기를 작성했었다.

합격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는 못했었는데 어쩐일인지 합격했으므로 다음 단계인 필기시험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다만, 서류 합격자 발표가 수요일이었는데, 필기시험이 그 주 토요일! 즉 준비기간이 단 이틀이었다는것...


Step 2 ! 필기시험

서울문화재단의 필기시험은 어떤것일까.

시간도 촉박하고 어떤 유형으로 출제되는지도 몰라 공부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아무리 검색검색을 해봐도 잘 나오지 않고...

결국 이틀 동안 무엇을 공부하기보다 평소 갖고 있는 지식과 생각으로 시험을 쳐야 하는건데,

그래도 우선은 이틀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기로 했다.

크게 두가지로 나눠 공부를 했는데,

첫번째는 서울문화재단에 대한 공부. 재단 홈페이지와 최신 뉴스 등을 통해 재단의 역사, 설립목적, 사업분야와 사업방향, 현재 당면 이슈, 최근 진행한 행사나 정책 등을 정리했다.

두번째는 '문화' 분야 였는데, 내가 읽거나 본 책과 영화, 공연 등을 정리해보고 ,

최근 화제가 된 '문화'분야의 이슈를 정리해 흐름을 파악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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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당일.

시험장은 지하1층이었고, 책상에 수험자들의 이름이 부착되어 있었다.

국가기관인 만큼 지원자 연령대도 굉장히 다양했다.

이제 막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부터 다른 일을 하다가 오신분들도 있

모두들 궁금해하실 시험문제는....

사실 기억이 아주 흐릿하지만...

유형은 주관식 단답형과 논술 이었다.

국내뿐아니라 다른 나라 관련 문제도 있었고(특히 인물),

서울시의 '문화'가 아닌 '서울시'에 중점을 둔 정책에 관련된 문제도 있었다.

남북 문제도 있었던 듯하다.

그 중에서 주관식 2개 문제가 정말 "이건 운명이 아닌가?"하는 착각을 할 정도로 신기했는데,

그 중 하나가 '여행프로젝트'에 대한 문제였다.

'여행프로젝트'란 '여행(女幸)프로젝트'로, 여자를 행복하게 하는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미혼모 관련 시설과 프로그램 증축, 급식도우미, 영유아플라자 설치, 여성일자리 창출, 여성콜택시, 여성관련 시설 확충 등 여성이 행복한 서울을 만드는 서울시의 프로젝트)

나는 사실 그 전까지 여행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시험보기 전전날 다른 회사의 1차면접을 본 뒤, 다음 면접에 참석하기위해 여의도로 가며

시간이 조금 남아 택시정류장에 앉아서 면접준비를 했었다.

그런데 그날 택시정류장을 둘러싼 유리가 바로 '여행프로젝트'의 전면광고였었다.

면접준비하는것도 지루하고 날씨도 덥고 해서 그곳에 앉아 여행프로젝트에 대해 읽어보았었는데,

그게 문제로 나오다니! 정말 신기한 마음에 신나서 답변을 작성했던 기억이 있다.

두번째는 지휘자 구스타보두다멜이 정답인 문제였다.

클래식을 좋아하긴 하지만 지휘자의 이름과, 연주자들에 대해 전문가처럼 잘 알지는 못하는 내가

이 문제를 맞출 수 있었던건...

같은 해 2월(면접은 6~7월 이었다) 어느날 광화문 한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친구를 기다리던 중,

그날 따라 책을 가져오지 않아 카페에 비치된 카페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잡지를 가져와 읽었었다.

그날이 내게는 조금 특별한 날이라 기억하려고 잡지를 집에 가져와 책상 잘 보이는 곳에 두었었는데,

그 잡지의 표지모델이 바로 '구스타보두다멜'!!!!!!!!!!

두둥두둥!!!!

여튼! 이런저런 사연으로 주관식을 풀었고,

'서울 시민들이 문화예술부문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야하는 이유와 그 방법'에 관해 서술하라는 논술 문제까지 어찌저찌 마쳤다.


Step 3 ! 1차면접(+영어면접)

토요일 필기 시험을 보고 다음주 수요일에 합격자 발표가 났다.

1차 면접은 또! 이틀뒤인 금요일. 영어면접이 있다는 사실을 들어

자기소개를 얼른 영어로 바꿔 열심히 외었다.

각 지원분야별로 나누어 면접을 보았고, (예를들면 남산센터, 서울연극센터 등등)

5명이 한조가 되어 같이 면접장에 들어갔다.

나는 나와 다른 여자분(30대이신), 남자분 3분과 함께 들어갔다.

면접은 20~25분정도 진행되었고, 각자 자기소개를 한 뒤, 개인질문을 2~3개 정도 받았다.

1차면접은 정말 어렵지 않았고, 서울문화재단을 알게 된 계기, 지금 현재 무얼 하고 있는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등을 물어보셨다.

인성면접이 끝나고 잠깐 대기 뒤 바로 맞은 편 방에 한명씩 들어가 영어면접을 보았다.

한국분이셨고, 주어진 영어면접 매뉴얼이 있어서 그 질문만 하시는 듯 했다.

나는 내 성격 장단점과, 평소 쉴 때 무얼 하느냐는 평범한 질문이었는데,

어떻게 대답하는지보다 얼만큼 알아듣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Step 4 ! 2차면접 (최종면접)

이럴수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1차 면접도 합격??

흠...이렇게 생각하게 된건..정말 1차면접때 특별한걸 질문하시지도 않고,

내가 특별히 잘 대답한것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튼! 예전보다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서울문화재단에 들어가, 면접대기실에 앉았다.


2차면접에 가니 확실히 인원이 줄긴 했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줄지는 않은 것 같앗다.

(사실 최종면접에 너무 많은 사람들을 올리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 물론 구직자 입장에서

내게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좋지만, 한편으로는 '구색맞추기'용으로 대우를 받았던 경험이

종종 있었기에 그렇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당시에 참 상처 많이 받았었던 나...ㅎㅎ)


전반적으로 여자분들이 많았고, 신입모집이었지만 경력자분들도 많았다.

같이 면접본 분들 중에는 홈쇼핑회사, 화장품회사, 광고회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가지 경험을 하신 분들이 계셨는데, 좀 더 안정적인 곳에서, 여유롭게 일하고자 하는 소망, 그리고 또하나 더 '문화'를 정말 좋아하는 분들인것 같았다.

2차면접또한 그룹면접으로 진행되는데, 총 7명정도가 한번에 들어갔다. 우리 조의 구성은 여자4, 남자 3.

차례대로 자기소개를 하고, 공통질문 하나 하고, 개별질문을 하나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1차면접의 면접관분들이 2차면접때도 몇분 계셔서 똑같은 자기소개를 하기가 조금 민망했다.

(이런경우가 꽤 있으니 여러 버전의 자기소개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공통질문은 서울문화재단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였다.

하지만 나는 맨 마지막 순서였고,

같은 질문에 1번분이 너무 많이 말하시고, 2번분도..3번분도...4번분도...

사실 이런 질문은 너무 마지막 사람에게 불리하지 않은가요...

겨우겨우 앞 지원자분들이 답변하지 않은 내용을 기억해 답변했는데,

사실 이정도 되면 면접관분들도 똑같은 얘기 듣느라 지치시고, 내말은 잘 안듣고 계실 확률이 크다.

게다가 개인질문도 1번분부터 시키셨는데 결국 내 질문을 누락하시기까지했다.


솔직히 너무너무 화가 났다. 아침 잠 못자고, 더운날씨에 정장입고 스타킹신고 구두신고,

몇일간 면접준비하고.... 합격 불합격을 떠나서 면접관들의 태도가 너무 맘에 들지 않았었다.

물론 면접자가 철저히 '을'이라는걸 알지만, 그럼에도 결국 이 회사에 입사하지 않는다면

시민이고, 사기업의 경우에는 고객인건데, 면접자들을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대하는 회사들은

평소 실무자들이 직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심하게 될 수 밖에.


면접내내- 5명의 면접관들 중 1-2명만 참여하시고, 아예 대놓고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와 문자를 하시는 분, 한참을 고개를 뒤로 젖히고 계신분도 있었다.

또 같이 면접을 본 분중에 1차도 나랑 같이 본 분이 계셧는데 업계 최고 광고회사를 다니다 오신 분이었다.

이분께 계속 왜 그 좋은데를 놔두고 여기를 면접보는가를 5번정도 물어보셨다.

면접 시간은 제한되어 있는데, 기다리고 있는 다른 면접자들 생각은 안하시는지,

사실 재단 자체에 대해 크게 실망하게 된 면접이었다.

시험부터 시작해서 1차, 2차면접까지 굉장히 스피디 하게 전형이 진행된다는 점은 좋았으나,

당시 재단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전체적인 과정이 많이 아쉬웠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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