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책빵에서 쓴 글
내가 노르웨이에서 선택한 전공은 스스로를 키우는 것이다. 아이들이 노르웨이 로컬 학교에서 자라는 시간 동안, 나는 한국과 노르웨이 어디 쯤에서 시간을 보낸다. 창밖의 풍경을 노르웨이이지만 우리 집 안의 세상은 한국과 다름 없다. 한국에서 사온 컴퓨터로 한국어 자판을 사용해서 글을 쓰고 있고, 한국어로 된 책과 영상을 본다. 온라인 모임이 낯설어서 적응 하는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온라인 세상 덕분에 나의 생각과 일상이 많이 달라졌다.
당장 꼭 해야 하는 일들이 아님에도 시간을 쪼개가며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 또한 자극을 받는다. 꾸준히 참여하지 못하는 시기에도 올라오는 메세지를 보면서 나를 다독인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해야 할 일들 외에도 무언가 더 해보고 싶은, 이른바 ‘하고잡이 자기 계발러들’이다. 새벽 기상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아침 인증 사진을 올리고, 운동을 함께 하는 사람들도 있고,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다. 2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고 직업도 다양하다.
몇 년째 활동하다 보니 이제는 어느 모임의 어느 강의에 참여해야 하는지 스스로 낄낄빠빠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휘둘리듯 온갖 강의와 스터디, 챌린지에 참여했었다. 모든 강의가 나에게 필요한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이키가이와 OKR 프레임 워크를 공부한 후에 나의 정체성을 엄마, 작가, 샘으로 정하고 목표도 정하게 되었다. 40살의 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다른 사람들의 글쓰기를 도우면서 글을 꾸준히 쓰는 작가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이다. 가이드 라인을 딱 세워두니 욕심부리지 않고 필요한 것만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내가 쓴 글에 그림을 그리고 싶은 소망이 있는데 그래서 그림 작가 모임, 디자인과 생성 AI 스터디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그 모임에서는 나만 빼고 다들 실력이 좋아 보인다. 글쓰기 모임은 참여자가 아니라 리더로 활동하고 있는데 글을 써서 나누는 모임의 소중함이 크다.
해외에 살다 보니 한국에서 만큼 충분하게 소통하고 참여하지는 못한다. 이런 저런 제약들이 있다. 그래도 외로워지거나 자신감이 떨어질 때마다 부여 잡는 책이 한 권이 있어 다행이다.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라는 책이다. 나는 꽤 자기 검열이 심한 편이라 스스로에게 제약을 가하고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 벽이 허물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아티스트 웨이에서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 내면에는 자기 검열관이 있다. 우리는 자아의 성장을 방해하는 내면의 비판적인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고, 자신을 지지하고 긍정하는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40대가 되어서야 나다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20대 때는 그럴 겨를이 없었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보다 배워야 할 것들을 쳐내는 기간이었다. 학비를 냈으니 학점을 따야해서 끌려다녔다. 때로는 내게 필요 없는 것 같은데도 그냥 해내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런 시간과 경험이 인생의 어느 기간엔 분명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럴 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노력하고 경험한 것들이 사라지는 법은 없다. 히미하게 남겨진 흔적일지라도 키다리 아저씨처럼 우리 앞날 어느 순간에 날 도와줄 지 모른다.
그러나 정말 생각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결단을 내려라. 대신 스스로 결정하고 후회도 실패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자신을 지지하고 긍정하는 메시지와 함께한다면 후회나 실패가 지나가더라도 그것은 과정일 뿐, 결과는 아닐 것이다.
프롤로그 - 인생 부도
1. See Far! (멀리 보라!)
2. 에지를 주는 법 (How to Sharpen Your Edge)
3. 선생님, 저 자퇴할래요. (Teacher, I Want to Drop Out)
4. 아숙업 말고 너 (Not Askup, But You)
5. 자기 검열관과의 대화 (A Conversation with My Inner Critic)
6. 우산을 쓰지 않는 용기 (The Courage to Not Use an Umbrella)
7. 북유럽에 해가 뜬다는 것은 (When the Sun Rises in Northern Europe)
8. 빈둥거림을 취미로 하려고 (Making Idleness a Hobby)
9. 얘들아, 세상은 말이야 (Kids, Let Me Tell You About Life)
10. 텐트 밖은 노르웨이 (Outside the Tent in Norway)
에필로그 - 디폴트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