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가 송길영 작가가 한 인터뷰에서 <기생충>을 언급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영화 속 주인공 남매는 와이파이 신호를 잡기 위해 집안 구석구석을 헤매며 변기 위까지 올라간다. 그런데 부잣집 아들은 넓은 마당에서 인디언 텐트를 치고 뛰어놀면서 시간을 보낸다.
나는 그 장면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면서 '아, 정말 그러네?!'라는 생각을 했다. AI 시대의 아날로그 교육에 대한 글을 연재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던 나에게는 극단적인 대비가 되는 예시였다.
과거에는 텔레비전이나 전화기가 부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반대가 되었다. 디지털 기기는 흔한 것이 되었고, 오히려 '디지털로부터 완벽하게 격리되어 자연과 아날로그적인 가치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새로운 역량의 척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설계한 알고리즘의 소비자로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빈 시간을 설계하고 자신의 정서를 다스리는 생산자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나는 평소 아이들이 자신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보내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 시간에 반드시 수학을 하고, 이 시간에는 반드시 영어를 하라는 식으로 시간표를 정하지 않는다. 학교에 다녀와서 자기 전까지 주어진 시간 안에만 스스로 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지켜보니 첫째는 좀 쉬다가 학교 숙제를 하는 편이고, 둘째는 학교에서 다녀오면 일단 숙제부터 하고 노는 스타일이다. 학교 숙제가 많을 때는 30-40분씩 자리에 앉아 있기도 하고, 간단한 숙제는 10분 안에 끝이 난다. 시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해야할 과제를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숙제가 끝나면 하고 싶은 것을 한다.
그러나 방학은 이야기가 또 다르다.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2주간의 방학이 시작됐다. 학교 숙제도 없고, 운동 코스도 없다. 노르웨이에서는 방학은 방학답게 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따로 공부거리를 내주는 것도 쉽지 않다.
만약 '집'에서 방학을 보내면 하루 이틀 외출했다가 나머지 날들은 각자 편한 방법으로 쉼을 즐기게 될 것이다. 결국은 미디어에 의존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집도 노르웨이 가족들처럼 연말마다 '히떼(Hytte, 별장)' 여행을 가려고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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