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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 Mar 01. 2022

[19주] 2차 정밀 초음파를 보다

또 다른 좋은 기억을 만들었다

1차 정밀 초음파를 본지 벌써 6주가 지났다. 다음 초음파가 6주 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대체 언제 6주가 지나려나 했는데, 입덧도 사라지고 움직임이 편해지자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장도 볼 겸 밖으로 나가곤 했다. 집 근처 공원과 운하. 


2차 정밀 초음파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성별이었다. 유전자 검사 결과도, 태반과 탯줄, 그리고 다른 신체 기관의 발달도 별 이상 없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으니 남은 물음표는 성별 밖에 없었다. 


다른 친구들은 내게 종종 "너는 왠지 딸 엄마일 것 같다"라고도 했고, 동생의 절친인 '성별 감별사' 친구가 초기 초음파를 보자마자 "딸이네요"라고 하기도 했다. 게다가 여러 가족들의 꿈이 모두 '딸'을 가리키고 있어서 거의 90%는 딸일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마도 분만을 하게 될 것 같은 병원. 네덜란드 시스템 상 출산 직전에야 어느 병원에 갈지 알 수 있다.


사실 지난 1차 정밀 초음파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아마 그 이상의 만족을 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2차 정밀 초음파에서는 영상도 받지 못했고, 약간 재미로 보는 태아의 귀여운 순간 캡처 할 시간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인턴 수련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대기실에 있다 진료실에 들어가자 인턴과 선배 초음파 검사자, 두 명이 우리를 환영했다. 


대기실에 미치된 안내 책자와 대기실 전경.

인턴은 처음에는 여러 설명을 해 줬지만 나중에는 영상 위치를 잡느라고 말수가 없어지고 어려움을 조금씩 선배에게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로 옆의 숙련된 선배가 도와줬다. 눈 앞에서 서로 배워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따뜻해져 왔다. 


덕분에 신체 계측, 장기 발달 상황 등 꼭 2차 정밀 초음파에서 봐야 하는 내용만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쉬움은 없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어디 심각하게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벼운 마음으로 성별 정도만 확인하자는 생각으로 이번 초음파 진료에 왔던 우리였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의 임신이 또 다른 전문 인력을 키워 나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했다. 


우리 '치즈'가 사회에 벌써 기여한 거 아니냐며.


이렇게 좋은 일은 모두 아기의 덕으로 돌리고 싶은 예비 부모의 마음이었다. 




아, '치즈'는 예상대로 딸이었다. 


GIRL(여아)! 초음파 기계는 Rechts(오른쪽), Links(왼쪽)이라는 메모만 적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귀여운 단어도 적을 수 있다.


우리는 집으로 오는 길에 요즘 다들 주위에 딸 밖에 없다며 왜 이런 걸까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자연 성비로는 원래 남자가 더 많다던데. 우리나라도 2020년 출생성비가 여아 100명에 남아 104.9명이고(뉴스), 네덜란드도 105.2명으로 남아가 더 많은데(출처),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제 다음 초음파는 임신 후기로 넘어간 석 달 뒤에나 있을 예정이다. 


엄마 뱃속에서 잘 지내고 다음에 또 만나자, '치즈'야 ♥


단단히 우리를 연결해 주고 있는 탯줄. 동아줄 같이 튼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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