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오고, 임신 2기는 끝나가고.
날씨가 너무 좋은 요즘이다. 아직 바람은 차갑지만 볕은 따스하다. 꽃들도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해서 산책 나갈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그 와중에 핸드폰을 꺼내 이 여유로운 봄을 기록하기 바쁘다.
벌써 임신 중기(2nd Trimester)의 마지막 정기 검진이다. 아니, 벌써 중기가 끝나다니, 아직 뭐 사 둔 것도 하나 없는데. 흘러가는 시간을 잡을 수도 없고, 알차게 시간을 쪼개 써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조산사 M은 먼저 질문이 있냐고 물었다.
실은 지난번에 탯줄이 태반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다(Marginal Cord Insertion)고 했는데, 혹시 내가 염두에 두어야 할 리스크는 있는지가 궁금했다. 그랬더니 M은 "걱정할 것 없다. 분만 마지막 단계에서 태반을 꺼낼 때 우리(의료진)가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적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내가 찾아본 자료에서도 아이가 태반과 탯줄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아 잘 크고만 있다면 별 문제 아니라고 하긴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전문가가 이야기를 해 주니 안심이 되었다.
다른 질문은 없다고 하니 조산사 M은 이번 달에 한 번 더 혈액 검사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철분 등 수치가 분만에 적합한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간단한 검사라 병원이 아니라 집 근처에서 채취만 하면 돼서 편할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동네 위치는 최고인 것 같다.)
늘 그렇듯이 간단히 혈압을 측정하고 태아 심박수를 측정했다. 다행히 혈압도 110/60으로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고, 태아 심박수도 140~150 BPM 정도로 정상 범위였다.
오늘은 신기하게 촉진을 통해 아기의 위치를 설명해줬다. 배를 꼭꼭 누르더니 "지금은 아가가 왼쪽으로 치우쳐 있네요."라고 이야기해 줬다.
'아하, 그래서 간밤에 오른쪽에 태동이 자주 느껴졌구나.'
그리고 줄자를 가져오더니 자궁 높이를 측정했다. 주수에 맞게 아기집도 잘 커지고 있다는 말에 또 한 번 안심했다. 나중에는 갈비뼈까지 올라온다니 사람의 몸은 정말 신기한 것 같다.
며칠 전 오랜만에 개학한 학교에서 여러 선생님들과 수다를 떨었다. 이제는 얼핏 봐도 임산부인 게 티가 나는지 다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꺼냈다.
의외로 내가 아는 여러 한국 교민분들은 집에서 출산하는 것이 정말 편하고 좋았다고 했다. 바로 집에서 산후조리를 할 수 있다는 점, 편안한 분위기 등등. 대부분이 둘째나 셋째 출산 경험이라 비교적 더 그런 점이 편안하게 다가왔던 것이 아닐까 싶긴 하다.
이번에는 첫째니까 병원을 분만 선호 1순위로 기재를 했지만 자신감이 생기면 집에서 해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일 것 같기는 하다. (물론 나는 쫄보 겁쟁이라... 실행은 또 다른 이야기다.)
그렇다고 병원에서 출산하신 분들의 경험담이 안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다른 교민 분은 10년 전 한국에서 출산했을 때보다 네덜란드 병원 출산이 더 인간적이고 좋았다고 했다.
어쨌든 공통적인 의견은 '네덜란드 출산, 좋은 경험이다'였다. 그래, 석 달 뒤 나도 비슷한 의견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
다음 조산원 정기 검사는 약 5주 뒤에 있을 예정이다. 오랜만에 초음파 검사도 같이 할 예정이라 남편의 스케줄도 맞춰서 일정을 예약했다. 마지막 초음파로부터 석 달이 지났을 테니 더욱 사람다워진 모습을 볼 수 있겠지? 막상 또 볼 거라고 생각하니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