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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 Apr 04. 2022

[29주] 산후조리원 면담

오랜만에 집에 찾아 온 손님

여느 날과 다름없던 어느 날, 산후조리원에서 전화가 왔다. 임신 초기에 등록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임신 30주 차가 가까워지니 사전 면담(Interview)을 진행하자는 내용이었다. 면담은 우리 집에서 하기로 해서 주소와 연락처를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약속을 잡았다. 


이미 한국에서는 여의도 벚꽃 축제도 하고 있을 4월이지만 아직 네덜란드에는 봄이 올 듯 말듯하고 있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눈까지 올 정도로 이상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약속 날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비 한 방울 오지 않던 3월 중순의 날씨는 또 어딜 가고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어 마치 겨울로 돌아간 듯했다. 


그 비를 뚫고 산후조리원 직원 P가 우리 집을 방문했다.


P와 간단히 인사를 하고 우리의 이름, 가족, 예정일 등 신상 정보를 확인했다. 주요 면담 내용은 산후조리원의 제공 서비스 설명과 준비 상황 확인 정도로, 대략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산후조리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P는 자신들의 산후조리원에는 약 30여 명의 산후조리사(Nurse)가 등록되어 있고, 출산 후 집으로 방문하여 모유 수유, 신생아 발육 상황 확인 및 돌보는 방법, 청소 등 가벼운 집안일 등을 도와준다고 설명해 줬다. 이미 아래 글에서 썼듯이 이 부분은 내 예상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나는 보험사에서 보장하는 80시간까지 쓸 수 있는지 궁금했지만 자신들은 최대 48시간까지만 가능하고, 만약 의료적 필요성이 있다면 12시간을 추가로 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조금 아쉽긴 했지만 어쨌든 산후조리사 수급에 문제가 없다면 출산 후 8일, 매일 6시간 동안 산후조리사가 방문할 것 같다. 


P는 5월에는 등록 산모 수가 많아서 몇몇은 48시간도 다 못 채우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고 예상되지만 6월은 지금까지 추세로는 괜찮을 것 같다고 안심시켰다.


다만 산후조리사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일하기 때문에 만약 4시 이후에 퇴원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아침부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니 가능하면 병원에서 아침에 퇴원하는 걸로 조율을 해 보라는 팁을 이야기했다. 


하긴, 안 그러면 그날은 꼼짝없이 0일 차 아기와 부모 셋이서 첫날밤을 지내게 되니까. 그건 좀 두렵긴 하다. 


침대 높이 70cm, 진짜?


산후조리원의 준비 목록에는 출산 가방 싸기, 신생아 의류 준비 등 평범한 내용도 있었지만 '70cm 침대 높이'를 맞춰 줄 것을 요청하고도 있었다. 이 기준은 어디서 나온 건가 했더니 산후조리사가 일하면서 과도하게 허리를 쓰지 않게끔 배려하는 차원이었다. 우리 집 침대는 조금 아슬아슬했는데, 딱히 면담에서는 구두로만 언급하고 실제로 확인하지는 않았다. 


다른 조산원 동기들의 조리원 면담에서도 이 점에 대해 특별히 깐깐하게 체크하지는 않는다고 하니, 대략적인 가이드라인 정도로만 삼으면 좋을 것 같다. 특히 키가 160cm도 안 되는 작은 산모에게 70cm 높이는 좀 가혹한(?) 수준이라 그냥 넘어간 케이스도 많다고 한다. 


기타 준비 상황 확인 


이전 글에서도 썼지만 조금 느긋하게 준비하고 있는 터라, 임신 29주 차까지 준비된 아기 용품은 유모차와 각종 샘플들 밖에 없다. P 또한 수유 관련 물품 등 아직까지 급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산후조리 물품 패키지(Maternity Package; Kraampakket)는 바로 신청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가입한 건강보험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신청하면 되고, 늦어도 1주일 안에는 받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면담이 끝나고 바로 보험사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간단히 인적사항을 작성하고 신청했다. 내가 올해 가입한 보험에서는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신청서를 작성하니 "임신 7개월 차에 무료로 보내주겠다"는 문구가 떴다. 이미 저는 8개월인데... 다들 일찍 신청하는구나 싶었다.


이런 샘플이 제일 좋아


약 30분 간의 면담이 끝나고 P는 "Here is your goodie bag!" 이라면서 에코백 하나를 건네줬다. 


귀엽귀엽


산후조리 관련 책자와 물티슈, 아기 기저귀, 비판텐 크림 등 여러 샘플이 담긴 가방이었다. 여러 육아용품 가게를 돌면서도 이런 샘플을 많이 신청해서 받았는데, 그날은 샘플을 받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해서인지 더욱 즐거웠다. 특히 젖병을 벌써 몇 개나 받았는지, 더 이상 사지 않아도 신생아 시기는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P를 보내고 이 글을 쓰면서도 밖에서는 계속 비바람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이렇게 다시 겨울이 찾아온 것 같은 네덜란드의 날씨지만 곧 또 봄이 오고, 순식간에 여름이 오고, 그리고 우리 집에도 새로운 구성원이 찾아올 것이다. 묘한 기대감에 싸인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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