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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an KIM Oct 01. 2018

[민사] 추완항소시 원고의 입증방법이 폐기된 경우

대상판결

울산지방법원 2015. 11. 18. 선고 2015나540 판결

(법학의 판례평석에서는 평석의 대상이 되는 판결을 이쪽 전문용어로 '대상판결'이라 한다)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이유가 기재되지 아니한 원고 전부승소의 제1심 판결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피고에게 송달되었고, 그 후 제1심에 관한 소송기록이 보존기간의 경과로 폐기되었는데, 제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7년이 지난 후 피고가 추완항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관련 자료가 시간의 경과로 인하여 없어졌다는 이유로 청구원인을 밝히지 않고 있는 사안에서, 제1심 판결이 원고 전부승소 판결인 점에 비추어 이 사건 소제기 당시 청구원인이 특정되어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나 그것만으로 제1심 판결의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이 정당하다고 추정할 수는 없고, 청구원인을 알 수 없어 생기는 불이익은 청구원인에 관한 주장, 입증책임이 있는 원고가 부담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결과적으로 부당하게 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안


문제의 제기


민사 소액사건(청구금액 3,000만 원 이하의 사건)에는 판결이유 없이 주문만으로 판결문을 쓸 수 있다. 그런데, 소액사건에서 피고에게 소장 부본을 공시송달하여 승소판결이 나는 경우가 있다. 공시송달은 실제로 피고가 소장을 받아본 것은 아니어서 향후 피고는 당시 외국에 있었던 사정 등을 들어 추완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


위와 같이 피고가 추완항소를 제기한 때, 1심 판결문에는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며, 원고는 1심에 제출하였던 입증방법(차용증 등)을 분실하고, 1심 소송기록도 폐기된 경우에는 항소심은 어떻게 판단하게 될까.


대상판결의 입장


대상판결은 먼저,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선고하긴 하였으나 판결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한 제1심 판결의 증명력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하여 항소심의 속심적 성격을 강조하며 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추정할 수조차 없다고 본다.

1심판결이 원고 전부승소 판결인 점에 비추어 이 사건 소제기 당시 청구원인이 특정되어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나, 그것만으로 제1심판결의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이 정당하다고 추정할 수는 없고, 속심적 성격을 가진 항소심으로서는 청구원인 및 이에 대한 피고의 답변 등에 관하여 다시 심리, 판단하여야 한다.


위 판결은 나아가, 입증책임의 일반원칙으로 돌아가 원고에게 입증책임(입증 실패시 패소의 불이익)을 지워, 7년 전에 원고 전부 승소를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주문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그런데 청구원인을 알 수 없어 피고는 그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없고 당심법원도 심리 및 판단을 할 수 없으니 이로 인한 불이익은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바, 그 불이익은 제1심 소송이 공시송달로 진행되어 소송이 계속된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였고, 지금도 청구원인을 알지 못하여 답변조차 할 수 없는 피고보다는 청구 원인에 관한 주장, 입증책임이 있는 원고가 부담함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함이 상당한바, 제1심판결은 결과적으로 부당하게 되었으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상판결의 평석


대상판결은 대한민국 법원 '전국법원 주요판결'에 업로드된 판례다. 비슷한 사안으로 전국 각자의 법원에서 골머리를 앓다가 결국 대상판결과 같이 결론이 나 '전국법원 주요판결'에 업로드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원고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1심 판결을 공시송달로 승소하더라도 1심 재판장이 보기에 입증이 충분하지 않으면 승소판결을 내지 않는다. 1심에서 승소했다는 것 자체로 청구원인의 입증이 충분했다고 볼 여지가 크고, 추완항소심에 원고든 피고든 1심 판결문을 갑호증(원고가 내는 입증방법) 또는 을호증(피고가 내는 입증방법)으로 제출하게 되니 승소 판결문 자체가 청구원인 입증의 증거가 된다고 주장하고 싶어하고 실제로 그렇게 주장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 입장에서는 1심 판결은 자체로 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속심인 항소심에서 그 밑바닥부터 당부를 다시 판단해야 하는 항소의 대상에 불과하고, 입증책임은 여전히 원고에게 있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


대상판결은 "1심판결이 전부승소 판결인 점만으로는 1심판결이 정당하다고 추정할 수 없고 속심인 항소심으로서는 다시 심리 판단하여야 하며", "청구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 이로 인한 불이익은 청구원인에 관한 주장, 입증책임이 있는 원고가 부담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주로 원고가 채권추심업체인 경우가 많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등 채권이 발생하였는데 채무자가 갚지 않는 경우 신용카드 회사들은 채권추심업체에 채권을 싼 값에 뭉터기로 팔아 채권을 양도한다. 채권추심업체들은 민사 소액 소송을 통해 채무자들에게 채권을 추심하는데, 공시송달로 승소하곤 한다. 5-10년이 지난 후 채무자가 추완항소를 제기하면 대상판결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때 추심업체는 신용카드회사에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사실조회하나, 용카드가입내역만이 남아있을 뿐 사용내역은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신용카드 가입내역이 존재하더라도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입증할 수 없는 이상, 법원은 대상판결과 같이 판결하는 것이 실무례고, 더 나아가 원고(또는 원고 승계참가인)의 청구 포기로 화해권고결정을 날려 소송을 마무리짓는 것이 최근의 실무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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