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과목, 교재와 강의
들어가며
캘리포니아 변호사시험 (캘리포니아 "Bar 시험"이라고 부른다)은 매해 2월과 7월에 치러진다. 작년 8월 미국에 와보니 아쉬움과 욕심이 일어 캘리포니아 Bar 시험을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학교 LLM 과정이 Bar 시험 전과목을 훑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Bar 시험을 자연스럽게 준비하게 되었다.
원래 2025 Spring 학기 중 4월쯤부터 공부해서 2025년 7월 시험을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왕 시험볼거 짧고 굵게 공부해서 2025년 2월에 시험을 치고 나머지는 신나게 여행다니고 놀아야겠다는 생각으로 2025년 2월 시험에 도전하게 되었다.
캘리포니아 Bar 시험 과목
캘리포니아 Bar 시험 과목은 다음과 같다.
사례형 ("Essay")과 객관식(Multiple Choice Question, "MCQ")을 같이 치는 7개 기본과목
캘리포니아 주법이 Essay로 출제되는 5개 Essay only 과목
가상의 task와 기록 및 관련 case를 제시하고 법률문서를 작성하는 Performance Test ("PT")
Themis 교재 및 강의
Overview
Bar 시험을 준비하려면 보통 Bar prep 업체 강의나 교재를 고른다. Barbri, Themis 등. 마치 메가로스쿨 시즌패스 같은 온라인 프로그램인데 여기서는 이걸 Bar review라고 부른다. 나는 그 중 Themis를 선택했고, 가격은 약 2,000 달러 정도다.
Themis는 Bar Review 프로그램과 함께 'Uworld'라는 객관식 문제풀이 시스템을 제공한다. Barbri는 'Adaptibar'라는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 Uworld와 Adaptibar는 NCBE (National Conference of Bar Examiner)에서 개발한 MBE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참고로 여기서 MBE는 "Multistate Bar Exam"의 약자다. 대부분의 주에서는 NCBE가 출제한 객관식을 여러 주들 공통으로 치고, Essay는 각자 해결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MBE는 NCBE가 출제해서 여러 주가 공통으로 치는 '객관식' 시험을 의미한다.
Themis가 제공하는 교재는 크게 (1) Outline, (2) 기본강의 handout, (3) Essay workshop handout, (4) Final Review Outlines로 나눠진다. 이 중 Final review outline은 별도 관련 강의가 없고, 크게 그 이전 단계 자료와 연동되는 느낌은 아니다. 나는 안봤다.
그리고 강의는 과목별로 (1) 기본강의, (2) Essay workshop 및 graded essay 강의, (3) MBE workshop 및 simulated MBE workshop 강의가 제공된다. 내 경우에는 기본강의, Essay workshop 강의는 들었으나, 나머지는 듣지 못했다.
Themis Outline
'Outline'이라 불리는 교재는 1과목에 70-80 페이지 정도 내용이 자세하게 빠짐없이 설명이 되어 있는 기본서다. 다만 나의 경우에는 이 정도 분량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져갈 생각이 없었고, 한글도 아니고 영어로 시험 전날에 500-600 페이지 이상을 돌릴 자신도 없었다. 처음에 읽어나갈 때 강약 조절도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안봤다. 보려다가도 너무 내용이 많아서 못봤다.
Themis 기본강의 및 handout
그 다음은 기본강의 및 handout이다. 기본강의는 강사가 시험 출제 및 문제풀이 전략과는 크게 상관없이 과목의 기본 rule을 줄줄이 정리해 주는 강의이고, handout은 강의안이다. 기본강의는 기본 7과목의 경우에는 과목별로 약 20개 정도의 영상, 영상마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20분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고, Essay Only 5과목은 약 10개 정도의 영상이 제공된다. 다만 Themis 기본강의 handout은 (기밀유출 방지 차원인지 뭔지 모르겠으나) 강의안 중간중간에 빈칸이 여기저기 뚫려있고 수험생이 그 빈칸을 채우면서 강의를 듣도록 되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가독성이 좋지 않았다.
우선 기본 7과목은 기본강의 내용을 "The MBE Decoded: Multistate Bar Exam by Mary Basick (링크)"에다 단권화를 하면서 보았고, handout은 처음부터 버렸다. 위 MBE Decoded 책보다 Themis 기본강의가 더 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었고 MBE Decoded 책에 빠진 것은 강의를 들으면서 다 적어 넣었다 (나중에 Kaplan이나 Uwolrd 문제들을 풀어보면 더 자잘한 rule들을 많이 테스트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기본강의에서라도 rule들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놓은게 좋은 선택이었다).
Essay Only 5과목의 경우 기본강의 handout에다가 필기를 하면서 들었지만 나중에 다시 보지는 못했다. 기본강의 handout은 가독성이 좋지 않았을뿐더러, 사례에 적히는 개념 묶음을 중심으로 실전 연습에 바로 돌입해야 하는 Essay 과목 특성상 기본강의 및 handout보다는 후술하는 themis workshop 강의 및 handout으로 대비가 충분했다. 그래서 기본강의는 일단 내용만 이해하자는 생각으로 듣고 나중엔 다시 안보게 되었다.
Themis Essay workshop 강의 및 handout
그리고 Essay workshop 강의 및 handout. 이거는 명품이다. UC Davis의 Ide-don 교수가 전 과목 사례를 커버해 주는데, 강의가 아주 임팩트 있고 깔끔했다. 강의는 과목당 영상 5-6개 정도었다.
시험 전략이나 공부 방법도 지나가는 말로 툭툭 던져주는데 아주 도움이 많이 된다.
가령, Community property에서 어떤 쟁점은 숫자까지 주어지므로 최종 재산 분배액까지 숫자로 계산해야 하고, 다른 쟁점은 계산식상 숫자로 사례 테스트를 할 수 없으므로 그냥 말로 설명하면 된다는 등 구체적인 tip을 이것저것 언급한다.
기본 rule statement는 거의 다 Essay workshop handout에 정리가 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후술하는 바와 같이 나는 내 rule book을 직접 만들고 그걸로 마지막 한 달 동안 외웠는데, Themis Essay workshop handout을 많이 참고했다.
Themis 실전 연습
다른 Bar prep 업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Themis는 MCQ, Essay, PT를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실전 연습 툴을 제공한다.
먼저 (1) "MBE Practice Questions"이 있다. 이 객관식 문제들은 Uworld랑은 별개로 Themis에서 개발한 문제들이라고 알고 있는데, 기본 7과목마다 34문제씩 4개 session이 제공되고, Mixed Mode로 20개 session마다 50문제씩 제공된다. 엄청나게 많은 양인데, 나는 솔직히 하나도 못했다. Kaplan 2020년 교재 풀고 Uworld 푸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리고 (2) "Essay Practice Questions"도 있다. Essay와 PT 과목마다 기출 연습문제를 약 10-15개 정도 시간 재서 풀고 답안을 제출하면 Themis에서 마련한 모범목차 및 모범답안이 제공된다. 나는 각 과목마다 Essay를 2-3개씩밖에는 못 써봤는데, 사례 연습하기 아주 좋은 툴이었다.
다음은 (3) "Essay Exams"다. 캘리포니아 Essay는 어떤 과목인지 특정하지 않고 Essay를 출제하는데 "Essay Exams"는 위 과목별 Essay Practice Questions에서 다루지 못한 나머지 기출문제 약 10-15개를 과목을 특정하지 않은 채 실전 시험 형태로 소화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나는 2세트 연속으로 풀어보고 그만뒀다.
(4) "Graded Essays"는 Essay 시험을 실전같이 치고 답안을 입력하면 Themis의 grader들이 직접 채점하고 코멘트를 써주는 시스템이다. 기본 7과목 Essay 및 PT, Professional responsibility, 총 9개 과목에 대하여만 제공된다. reddit같은 곳에서는 여기 grader들이 점수가 generous 하네 comment가 대충이네 어쩌네 말이 많은데, 이런 grading에 너무 흔들리지 않고 갈 길을 가면 된다고 본다.
(5) "Practice Exam"이라고 또 있다. MBE 객관식 200문제를 통으로 풀어볼 수 있는 것 같은데, 건드려 보지는 않았다.
(6) "Assess Questions"라는 시험들도 따로 탭으로 마련되어 있다. MBE는 사례 지문이 주어지고 질문 (best argument는 무엇인가 등) 에 대한 답을 선지에서 찾는 형식인데 반해, AQ는 개념 자체를 묻는 문제들로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기본 7과목 및 Essay only 5과목의 기본강의는 영상이 하나 끝나면 복습 차원의 개념 문제를 3개에서 5개 정도 풀어야 다음 영상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 문제들을 모아놓은 것으로 이해된다. 역시 따로 건드리지 않았다.
(7) "Uworld MBE Qbank"는 위에서 언급했듯 객관식 문제풀이 시스템이다. 이상한 Kaplan 문제를 잡아서 고생하지 말고, Uworld 문제를 무조건 다 풀고 또 풀면서 기본서에 보충하는 작업을 반복하길 바란다. 그것만 해도 충분하다.
The MBE Decoded: Multistate Bar Exam by Mary Basick (기본 7과목) (링크)
Themis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들은 많이 취사선택해서 걸러낸 반면, 나는 The MBE Decoded라는 기본 7과목의 MBE 대비 책은 전부 보았고 여기에 모든 것을 단권화했다. 분량은 한 과목에 본문 내용만으로는 40 페이지 가량, 기본 7과목을 합치면 약 300 페이지 가량이다. 나의 경우 Uworld나 Kaplan 문제의 사안이나 해설을 위 책에 단권화했고, 공부 막바지에 다다라서는 거의 모든 페이지의 빈 공간이 빼곡히 들어찼을 정도로 거의 모든 것을 때려박았다.
다만 솔직히 말해 이 책은 개념 설명이 부실하다. The MBE Decoded 내용만 보고 처음 객관식을 풀면서 도대체 듣도보도 못한 rule을 묻는 문제에 당황하기 일쑤였다. 결과적으로는 전부 단권화시켰지만, 당장 모르는 rule을 풀어내는게 참 고역이었다. Kaplan과 Uworld 합쳐서 약 1,500 문제 정도 풀고 단권화하는 단계에 이르러서 좀 나아졌을 정도다.
하지만 단점을 커버하는 장점이 많았다. (1) 시험 직전에 볼 수 있을 정도로 양이 적었다. 시험 직전 2-3일 동안 단권화가 완료된 기본 7과목 교재를 2회독 이상 하는 것이 목표였고, 그래서 적당한 분량의 책을 선택했다. 실제로 직전 2-3일 동안 2회독을 하고 시험을 치를 수 있었고, 시험장에서도 많은 것들을 눈앞에 생각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경우 (2) MBE 문제에서 등장하는 사례가 개념 아래에 바로 인용되어 있어 기본 개념을 사례로 익히기에 좋고, (3) 별표로 중요도 표시가 되어 있어 중요한 쟁점을 놓치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다.
원래 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이 책을 처음부터 본다면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으므로, 반드시 themis 기본강의든 후술하는 studicata든 grossman이든 다른 강의로 이해하면서 소화하면 좋을 것 같다.
Kaplan 2020 MCQ 교재 (1,200문제)
기본 7과목 과목별로 100문제씩, 다만 criminal과 criminal procedure는 각 100문제씩 해서 총 800문제, 실전 모의고사 2 set 400문제 해서 총 1,200문제를 제공하는 문제집이다. 이번에 Kaplan에서 문제를 출제한다기에 공부 초기부터 사서 약 700문제 정도 풀어나갔는데, 문제가 약 60%는 정상이지만 나머지 약 40%는 어렵다기보대는 아주 더럽고 주관적이고 이상하다.
약간 이런 느낌
이번 2025년 2월 캘리포니아 Bar 시험 MCQ도 Kaplan이 내서 그런지 이상한 문제가 많았는데, 미리 훈련을 한 덕분에 실제 시험에서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문제를 풀 수 있었다 (물론 정답을 맞췄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심리적으로 당황하지만 않았다는 얘기다).
솔직히 다음 시험에서 Kaplan이 출제하지 않는다면 이걸 풀어볼 필요가 당연히 없고, 설령 Kaplan이 출제한다 하더라도 크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Studicata 강의 (링크)
Studicata 강의는 느끼하고 호리호리하게 생긴 백인 아저씨가 화이트보드에 판서를 짚으면서 설명해주는데 초심자가 처음 구조를 잡고 이해하기에 좋고 설명이 직관적이다. 강의 영상은 기본 7과목을 커버하고 160개쯤 된다. youtube에도 영상이 올라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studicata.com에서 1달에 20달러로 video course를 결제해서 들으면 화이트보드 판서를 text로도 제공하고 진행상황도 막대그래프로 표시해주니 진도관리에 좋다.
civil procedure 중 jurisdiction 부분, contract, real property 부분은 강력 추천하지만, 중요한 것 위주로 구조를 잡고 이해도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강의를 들어야 한다. 이 내용이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MBE 문제들에서는 위 강의 내용보다 훨씬 디테일하고 지엽적인 내용을 묻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부 옛날에 찍은 것으로 보이는 영상들은 내용을 아주 대충 넘겨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더더욱 그 내용이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Grossman MBE 강의 (링크)
Barbri의 Adaptibar 강의 상품 중 하나다. Johnathan Grossman이라는 아저씨가 나와서 기본 7과목 MBE 문제들을 풀기 위한 핵심 개념과 접근법을 '세뇌'시켜주는 강의다. "shut up and pick it", "don't do lawyering" 등등 많은 명언을 들을 수 있다. Studicata 강의와는 달리 MBE에 출제 가능한 거의 모든 주제와 각 주제별 buzz word를 훑는다. 개념 설명도 복잡하지 않고 아주 깔끔하다. 예를 들어 civil procedure의 compulsory joinder에서 necessary joinder는 "impair", indispensible joinder는 "prejudice"가 buzz word라고 설명한다. 그게 보이면 shut up and pick it하라는 식이다.
개인적으로는 12월경부터 접했는데 좀 더 일찍 기본서를 정리할 때 들을걸 하는 후회가 남는다. 나는 보통 아침 저녁에 샤워할 때 이동할 때 계속 반복해서 들었다. 반복해서 들으면 이 아저씨의 말이 마법처럼 머릿속에 박히면서 문제에서 답이 보이게 되는 영험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Essay Exam Writing for the California Bar Exam by Mary Basick (링크)
캘리포니아 Essay를 준비하기 위한 필독서다. 과목별로 주요 Rule을 정리하고, 기출 Essay를 6개씩 분석하고 도표 형식으로 쟁점, 적어야 할 rule, application을 정리해서 답안을 구조적으로 조립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나의 경우에는 적어야 할 rule이 모두 숙지가 된 다음 (그래서 이 책의 rule 부분은 안봄) 2월부터 시험 출제경향 및 문제 분석을 위해 이 책을 보았다. Essay의 경우 MBE 객관식과 집중 출제되는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시험 출제경향을 파악해야 한다.
처음부터 이 책을 보아도 좋을 것 같지만, 나의 경우 Essay rule은 themis Essay workshop 내용과 내 스스로 정리한 rule을 활용하고 있어서 이 책은 Essay 문제풀이 용으로 사용했다. 시험 준비 막바지에 약 1주 동안 하루에 2과목씩 Essay rule을 외우고, 이 책에 소개된 기출문제 목차를 잡아보고, issue spotting이 안된 쟁점을 표시하고 넘어가는 식으로 소화했다.
Rule statement 정리
법학 사례 시험은 본인의 방식으로 소위 '기재례'를 정리해 놔야, 실전에서 그 기재례를 블록 쌓듯 활용하면서 사례를 써낼 수가 있다.
유투브에서 어떤 변호사님께서 엑셀에 rule statement를 정리해서 암기했다고 하셔서 나도 그 방법을 차용했다 (링크). 다만 rule은 themis essay workshop과 다른 3-4개 교재들을 참고해서 내가 이해한 흐름으로 다시 정리했다. 1월 초순부터 중순경까지 약 10일 정도를 투자해서 rule을 전부 정리하고 나니, A4로 약 120 페이지 정도가 나왔다. 책으로 제본한 다음 시험 전까지 정말 달달달 외우고 사례 쓰고난 다음 점검하는 방식으로 보고 또 보았다.
Essay 및 PT 기출문제 및 Model answer
캘리포니아는 Essay 및 PT 기출문제와 함께 고득점 model answer 2개까지 함께 공개한다. 링크에서 전부 다운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Essay의 문제만 과목별로 모아서 A4 단면인쇄 및 제본했고, 왼쪽 면의 문제를 보고 오른 쪽 면에 issue spotting 및 outlining을 한 다음 보완점을 적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 나갔다.
마치며
이 정도가 캘리포니아 시험 준비 과정에서 본 강의와 교재였다. 다음 글들에서는 공부 단계별 시험 준비 과정, 과목별 공부방법, 시험 당일의 아찔했던 경험을 다루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