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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Apr 05. 2016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유




많은 돈을 갖고 싶다.

좋은 차를 몰고 싶다.

좋은 집에 살고 싶다.

아이들에게 망설임 없이 사 달라는 건 다 사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백화점에서 정말 맘에 드는 '비싼 물건'을 봤을 때 생각 없이 질러도 파산 나지 않고, 걱정하지 않고 긁을 수 있는 한도의 신용카드가 갖고 싶다.
















라고 생각하고 사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인간의 근본적인 '더 갖고 싶은 욕망'과

오늘날엔 특히

SNS로 눈팅하게 되는 온갖 럭셔리한 삶을 나와 비교하면

오늘 내 주방의 나는 시궁창 부엌데기 같은 느낌.


'나도 저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라는 부러움......




을 생각하면

방금 마신 커피와 베이글이

마치 내 뱃속으로

20층 옥상에서 무형이 되어 바닥에 떨어진 나체만큼 분산되어 산산이 흩어져 없어 버린 느낌.





마냥 허, 한 느낌?


그런 느낌?









제이와 이름이 똑같은 제이가 우리 집을 처음 방문한 것은 작년 10월,

추운 일요일 오후, 가족끼리 팝콘을 먹으며 넷플릭스(NETFLIX)를 보고 있는데 제이의 회사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일하지 않는 날 걸려오는 회사 전화는 늘 왠지 불길한 예감을 준다.)



제이는 얼마 전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자기랑 이름이 똑같은 남자를 데리러 윈저(Windsor)에 다녀와야 한다고 했다.

자세한 건 자신도 잘 모르니 다녀와서 얘기하겠다고 하고 제이는 서둘러 나가

나간지 한 다섯 시간 만에 낯선 남자를 데리고 돌아왔다.



우리가 흔히 들고 다니는 운동가방 두개를 양쪽 어깨에 짊어진 작은 키지만 다부져 보이는 얼굴과 몸매의 이 사람은

이렇게 실례를 지게 되어 죄송하다며, 인사했다.



남편 제이는 눈빛으로

"있다가 얘기해"하고 신호를 보내왔고

나는 남자에게 물었다.



"Hello, I'm Luna.

I have some left over dinner, Would you like some?"

-저녁 먹고 남은 게 좀 있는데 먹을래요?




하, 나의 가식.

;)







캐나다의 다른 주에 있는 뉴 브런즈윅(New Brunswick)이 고향인,

남편 제이와 이름이 똑같은 서른 중반의 이 남자의 사연은 그랬다.



고향에,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만난

자신보다 열 살은 어린,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여자는 그때 만 열여덟 살이었고, 여자는 당시 동갑짜리 남자친구와 임신을 했는데, 남자친구는 나 몰라라 도망을 가고,

이 여자가 정말 힘들게 아이, 딸을 낳아 혼자 힘겹게 살고 있을 때

제이가 이 여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져서,

자신과는 상관도 없는 여자의 딸까지 키우면서 같이 살다가,

여자가 자기 아들까지 낳아, 네 가족이 되었는데


(읽기, 힘드시죠? 벌써?, 근데 끝이 아닙니다.)


근데 그 남자 제이가

'이대론 안 되겠다.. 이 애들 키우고 편하고 행복하게 살려면 한 방, 이 필요하다.'

라고 생각해서


마약 운반을 하다 걸려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여자친구가 자신의 고향인 윈저(Windsor)로 애들까지 다 데리고 돌아가 버렸단 소식을 듣고

감옥에서 나와, 가방 두개 챙겨 무작정 여기 내려와 떠돌았는데


여자는 이미 딴 사람을 만나 새 출발한 상태고,

    심지어 애들까지 만나게 해주지 않자 상심해, 떠돌다


젠틀맨스 클럽에서 스트리퍼 댄서로 일하며, 아이가 넷인 여자를 만나 동거를 하고,

결혼까지 생각했는데,

어쨌든 자신의 아이들과 계속 만나려고 노력하는 남자에게 화도 나고 질투도 내던 스트리퍼 댄서, 현 여자 친구가 자꾸 말썽을 일으키고 싸우게 되던 중에,

우연찮게 일을 구하고 있던 이 남자가, 근처 공사장에 두고 간 이력서를,

남편 제이의 사장님이신 삼촌이 보고, 채용해서, 일한 지 한 일주일 만에,



그 남자가 그 스트리퍼 댄서 여자친구랑 대판 싸우고,

갈 곳도, 아는 사람도 없는데

고작 아는 건

그나마 회사에서 일주일 만나,

자상하고 편하게 대해 준

내 남편 제이라,




우리 집에 오게 된 것이었다.




영화죠?









정말 무슨 어디서 뭐가 훅,

떨어졌단 느낌으로 나타난 이 남자를 남편 제이는,

자신을 믿고

남자가 근방에 지낼 한 곳을 알아보고 자리 잡을 때까지 우리 집에서 먹고 자게 해 주자고 물었다.


어차피 아침에 자신이랑 일을 나가 일 끝나고 올 테니,

하루 종일 집에서 마주칠 것도 아니고,

불편하더라도 내가 저녁 한 끼, 조금만 더 만들면 그것을 같이 먹고

잠은 거실 소파에서 자고,

옷도 가진 것이 없으니 빨래할 것도 없고,

하루에 한 번 샤워하면 그걸로 그만이라고.

한 달만 하면 남자도 금방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아,

    그리고 공짜로 지내는 것도 아니라고,

버는 대로 밥값이랑 숙박비 조금씩 낼 거니까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라고.









하...







얘기를 들으니 안된 건 알겠는데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한 달씩이나 먹고 재워 주는 건 조금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화도 났다.






'And Why,

and how,

Is this a.. my problem, so sudden, now?

Like What the heck?'

-아니, 이게,

어떻게, 지금 내 문제가 된 거야?





갑자기 내 머릿속엔 리쌍의 '내가 웃어도 웃는 게 아니야'가 재생이 된다.




당신 머리에도 흐르고 있죠?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그 버그의 최근 행보를 보자니 기쁘다.

사실 그 사람 정도의 재력과 페이스북의 완전 점령을 고려해 보면 그가 여러 할리우드 미녀 스타들과 보트를 타고 시가를 문 파파라치 사진이 매일 나돌아도 우린 그저 그런가 보다, 할 수 있다.

참고로 그는 세계에서 7번째 부자이다.

비싼 차, 전용 비행기, 크루즈 여행, 할리우드 파티 뉴스 1면의 단골손님이 될 수도 있을 만큼의 능력에도

그는 대학교에서 만난 중국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했고 그녀와 최근 딸을 낳아

자신의 딸이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더 많은 것을 돌려주겠다는 약속과 더불어

자신과 부인의 자산의 99퍼센트인 약 46 빌리언 (그럼 한국돈으로는 도대체 얼마입니까?)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나, 이 사람의 베짱이 좋다.

And he doesn't take things for granted, so it seems.



Generosity.




그리고 이 사람, 이런 부모를 둔 이 딸아이는 또 커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가 된다.

(Hoping it's a good one)







솔직히...


나만 잘 먹고 잘 살 수도 있다.

내 새끼만 배불리 먹이고 좋은 거 먹이고, 좋은 거 입히고, 좋은 거 신겨서, 좋은데 보내고, 좋은 생각만 하게 하고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 키우는 것도 좋고

내 가족들, 내 테두리의 사람들, 내 가까운 친구들만 잘 먹고 잘 살면 기분 좋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그 행복에 취해 종종 더 중요한 것을 망각한다.

또 그렇게만 되면 그나마 다행인데

가진 것도 이미 많으면서 그것보다 더 많이 뭔가 쥐고 있으려고 욕심을 낸다.





우린 종종 생각한다.


'아이고, 저 사람 참 안 됐네...'

'내가 좀 여유가 생기면 그때 돕고 살아야지...'

'난 지금 누굴 도울 형편이 안 돼, 내 꼴 이런데...'




처음 보는 남자, 이 남자의 길고 조금은 의심스러운 과거사, 과거사보다 더 복잡한 현대사, 를 고려했을 땐 이 사람을 도대체 뭘 믿고 애기들도 있는 우리 집에 한 달이나 살게 하자는 거야?

미친 거야?

그래, 사람 돕는 건 좋다 쳐, 근데 왜 나야?


라는 생각에

그 사람 형편이고 뭐고

딴 데 알아보세요. 하고 싶었지만


I guess I wasn't that cold hearted.



나는

내가 부자가 아니더라도,

내가 시간적, 정신적, 금전적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모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내가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도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다.


나란 존재, 별로 쓸모없고 잘하는 것도 별로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란 그릇의 무게감과 성량은 누구나 다 다르고,

굳이 멋지고, 아름답고, 쓸모 있는 일이라 생각되지 않는 소소한 일에도 일손은 필요한 법,

내가 어떤 식으로든 쓰일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고로,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형편,

그 정도는 된다는 거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



돈이 많고 적고,

살림과 형편이 안정되고 안되어 있고를 떠나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도움을 받는 사람이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내가 도움을 주면서도 나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는데,

도움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기사회생의 찬스가 된다면,

꼭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그만큼만의 도움을 주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여유인 것이다.



마음의 여유.

굳이 고맙다고 인사 들으려고, 생색내려고 도와주는 것도 아닌데

그냥 지금 도움받는 이 사람도,

언젠가 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또 나누어 주길,


인간다운 선행을 나누길,


그런 마음의 여유.




(멋지지 않나유?)


아, 이 쓸데없는 낭만.







남자는 내 신세를 너무 오래 지기가 너무 미안하고 가족의 프라이버시가 너무 침해되는 거 같다며, 인간적으로 3주 후에 모텔로 나가 생활했다.

그렇게 약 한 달간 지내다 최근 우리 집 인근의 작은 아파트를 구해 살기 시작했다.

      아직 면허증도 없고 차가 없어 남편이 종종 운전해 어딘가 데려다주어야 하고, 같이 일을 가고 같이 집에 오는데 he's getting better.

그리고 언젠가는 면허증도 따고 차도 사고 혼자 다닐 날도 오겠지(?) 오겠지.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돈을 많이 벌어서,

뭔가 위대한 업적을 남겨서,

그냥 정말 멋있는 사람이라서

뭔가 정말 멋진걸 해서,

사랑을 해서,



행복할 수도 있지만,

또 그만큼의 행복을 가지고 사는 여유도 좋지만


우리가


그런 여유가 아닌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유를 추구하는 사회가 된다면




아름답지않겠습니까?






그리고 이런 것을 생각하는 것은

저를




DREAMER

로 만듭니까?






When you look at the aspect of your life that gives instead what's given, who's given, what I have, how much I h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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