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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작가 Dec 04. 2022

공기 여섯 방울

2022.12.03

1.

작은 숨으로 새근새근 평안히 자는 너를 보면

마음이 말랑말랑 해진다.


2.

추워진 겨울밤. 빛나듯 붉은 코를 훔치며 아이스크림 배달을 하는데, 한편에 들리는 부드러운 목소리. 따뜻한 실내에서 하는 겨울의 통화는 온기도 전해진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맛으로 하나하나 골라 담은 취향의 부스럭 거리는 봉지는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 내리 조그맣고 요란하다. 그리고 문을 열면 따뜻한 온기. 목소리.


3.

이불에서 사그락 거리는 소리는 온도와 비례한다.

사그락 소리를 내며 이불을 치우면 빠르게 아주 얕게 추워진다. 겨울의 햇살은 대부분 아주 맑다.


4.

밤새 첫눈이 내렸다.

눈은 몇 달간 가장 조용하고 부드럽게 요란한 인기척으로 등장하곤 하는데, 처음만 자극적이지 몇 번 반복되면 ‘아, 또 눈’이라고. 그래도 첫눈이라 미소는 뜨이더라. 그리고 더 조심하게 되고. 겨울의 나는 무척 조심스러워진다.


5.

지나 보면 적게나마 마음의 여유를 갖는 일이 정말 중요한 일임을 알게 되는 것 같다. 나를 돌보는 일. 내가 나를 이해하는 일,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시간은 매처럼 빠르고 고민하는 찰나에도 많은 것들이 흘러가는 것 같다. 미워하고 힘들어하는 일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일과 따뜻한 이들에 마음과 시간을 둬야지. 하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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