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11
1.
서운한 감정은 말랑거린다.
그 감정에 촉감이 있다면 말랑할 것 같다.
2.
소리 내 감정을 이야기하다 보면, 격해진다.
그리고 눈물이 찔끔 나오기도 하고 속에서 무언가 긴 미운 감정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침을 삼키고 눈을 감는다. 속으로 숫자를 세고는 가라앉힌다.
3.
몸은 솔직하다. 진솔함 들은 선을 이루고 이내 손을 잡고 속도에 맞춰 춤을 춘다. 그중 아픔에 대한 반응이 가장 크다. 다리의 저림이 그렇고 하품이 그렇다. 사랑이 그렇고 잃음에 대한 슬픔이 그러한 것 같다.
4.
물은 몸을 이루는 가장 큰 요소.
걸을 때마다 물의 결이 출렁이지 않는다는 게 신기하단 생각이 들었다. 물들이 걸어 다니는 상상을 했다. 물이 물을 마시기도 한다. 천천히 걷는 수많은 물 중 빠르게 걷는 물을 떠올렸는데, 몸을 이루는 물방울들이 속도에 늦어지게 뒤따라오는 그런 상상.
5.
결국 남게 되는 것은 잔상이 아닐까.
가고 나면 남는 것은 정확하지 않은, 사실보다는 형상에 가까운 기억의 잔상의 향만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