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3
사랑이 한데 모인다.
손가락으로 우리의 작은 조각들을 모아 본다.
많은 시간들 가운데 우리는 겨우 만났구나.
시간들을 동그랗게 아울러 모래 위를 동글동글 굴리는 아지랑이 모양처럼 우리는 같은 템포로 걷는다.
가만히 앉아서 천천히 숨을 들여다 마시면,
그보다 더 천천히 뱉어내고 여러 번 반복한다.
나의 템포를 찾다 보면 안정감을 얻게 된다.
나를 알아가고 나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나를 정리하는 시간들.
이 시간들을 사랑한다.
나무향과 잎사귀 향이 얕게 가득 채운 공간에서
나를 정리하는 시간들을 갖게 되면
나는 비로소 혼자가 되는데, 그 시간들을 오로지 나만으로 채워갔는데.
언제부터였을까.
그 시간 들 틈으로 당신이 들어왔는지.
같은 시간에 같은 자세로 함께 숨을 고르고 있더라.
나는 혼자의 시간을 이루어간다고 생각했었는데
당신은 늘 조용하게 옆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차분하게 옆에 앉아서.
바람소리를 한참 들었다.
그리고 산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