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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라 Sep 07. 2016

'새콤달콤' 바나나에 반하다

자꾸만 먹고 싶은 '은디지 수카리'

배는 나주배, 쌀은 이천쌀, 귤은 제주도.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의 지역 특산물처럼 탄자니아에도 지역마다 특산물이 있다. 탄자니아 사람들의 삶과 뗄 수 없는 ‘바나나’는 꼭 먹어봐야 하는 과일이다. 바나나 맛이 거기서 거기지 다를 게 있냐 할 수 있겠지만, 한번 먹고 나면 한국 바나나가 맛 없어진다. 


맛있는 바나나가 자라는 ‘마냐라(Manyara)’지역은 헤밍웨이가 아프리카에서 본 곳 중에 가장 사랑스러운 곳이라고 극찬했던 마냐라 호수 국립공원이 있는 곳이다. 국립공원 옆에는 음토와음부(Mto wa mbu)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아루샤에서 세렝게티 국립공원을 가려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마을이라 오갈때 마다 신선한 바나나를 '득템'할 수 있다.



유명 산지답게 음토와음부엔 마을 곳곳 바나나 파는 아주머니들이 많다. 국립공원 덕에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 손님을 대하는 태도도 남다르다. ‘찾아가는 서비스’ 정신이 매우 투철하셔서 차를 잠시만 멈춰도 다발 채로 들고 차도를 가로질러 뛰어오신다. 창밖으로 마구 밀려 들어오는 바나나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노란 바나나도 있고, 팔뚝만 한 초록색 바나나도 있고, 고구마처럼 보이는 빨간 바나나도 있다. 두꺼운 줄기채로 자른 초록 바나나는 튀겨서 먹는다고 한다. 기름에 튀기고 나면 수분이 빠져나가 짧고 얇아진다. 튀긴 바나나는 정말 아무런 맛도 안 나는데 현지인들은 소금에 찍어 밥처럼 먹는다. 빨간 바나나는 색도 익숙하지 않고 맛도 없을 거 같아 아직 먹어본 적이 없다. 


내가 반한 바나나는 ‘은디지 수카리(Ndiji Sukari)’. 한국에서는 ‘몽키 바나나’라고 불리는 바나나인데, 탄자니아 사람들은 아주 단맛이 난다고 ‘설탕 바나나’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부른다. 은디지는 바나나, 수카리는 설탕이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당도가 높은 것은 물론이고 약간이 새콤한 맛도 난다. 바나나 깊숙이 자두가 손톱 만치 콕콕 박혀있는 듯 새콤달콤하다. 과육도 더 단단해서 씹는 맛이 있다. 이 찰진 바나나를 먹다 보면 한국의 부드러운 바나나가 푸석푸석하게 느껴진다.


바나나를 담아 오는 아주머니 뒤로 바나나 나무가 빼곡하다. @2015 음토와음부 마을.


마냐라 호수 국립공원에서 나와 마을로 가는 내리막길이 끝나면 오른쪽엔 바나나를 바구니에 담은 아주머니들이 빽빽하게 앉아있다. 이곳은 한국으로 치면 명동 쇼핑거리다. 국립공원에서 나오는 관광객을 상대로 바나나를 팔아 가격대도 높다. 여기서 바나나를 사는 현지인들은 별로 없다. 은디지 수카리는 한송이에 1500실링인데, 이곳 아주머니들은 일단 3000실링을 부른다. 


진짜 맛있는 바나나를 현지 가격으로 사려면 좀 더 차를 달려야 한다. 음토와음부 마을 중심에 다다르면 주유소도 나오고 현지 음식점도 많이 보인다. 길 양옆으로 과일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앉아있는데, 그중 차도 쪽이 아닌 인도 쪽에 앉은 아주머니들이 맛있는 바나나를 판다. 나는 주로 ‘스콜피온 펍’이라는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그 근처에서 ‘은디지 수카리’를 산다. 두 송이를 사서 하나는 고생한 운전수를 주고, 하나는 기념품 삼아 집에 가져온다. 물론 오는 길에 한 개 두 개 까먹다가 반만 남지만 말이다.



커버 이미지 : 빨간 바나나, 수카리 은디지, 노란 바나나가 담긴 바구니. @2015

작은 사진 1 : 사파리 차를 매의 눈으로 주시하는 바나나 행상 아주머니와 목걸이 파는 아저씨. @2015

작은 사진 2 : 노란 바나나와 은디지 수카리. @2015

작은 사진 3 : 탄자니아 사람들의 주식 중 하나인 튀긴 바나나. @2016

잔은 사진 4 : 음식점 한켠에 놓인 초록 바나나.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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