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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잇 Oct 20. 2017

조각난

 기득권에 가까워져갈수록 기득권에 대한 혐오는 강해진다나는 그렇게 크고 싶지 않다는 발악과 더불어 타인을 모멸하는 그들의 시선을 받고 자란 내가 드디어 복수를 꿈꾸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앞뒤가 다른 말을 더 이상 따르고 싶지 않음에도나는 아직 가까워졌을 뿐그들이 아니기에 완전한 자유는 없다그들이 되고 싶지 않음에도그들이 되어야만 하는 건 모든 인간들이 빠지고 마는 굴레인걸까나는 더 이상 자라고 싶지도변하고 싶지도 않아그냥 이대로 모든 게 멈추어졌으면 좋겠다세상을 멈출 수 없으니내가 멈추어야만 할까.     


누군가의 얼굴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라는 건 내게 막연한 이야기였다나의 기억은 때론 잔인하리만치 선명했기 때문이다어느 날일상을 보내며 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 나는 현재의 카페이자 과거의 분식집을 추억하던 그때 깨달았다그 어느 날 토요일의 오후 떡볶이와 김밥을 먹던 나도 기억하고점심이었던 것도 기억 하고아주 날이 좋은햇살이 강한 어느 날이었던 것도 선명한데 유독 함께 먹었던 이 만큼은 기억이 나지 않는 다는 것을꽤나 어색하고 미묘했던 그날의 공기음식을 먹으며 이 날도 추억이 될까 생각하던 그 순간마저도 뚜렷한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나의 맞은편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을 당신은 누구십니까?      


스스로에 대한 다정은 불확실하다는 것과 모순되지만나는 언제나 타인에게 진실만진심만 말하고 싶어 한다가끔씩 생각한다있는 힘껏 노력한 나의 다정이 과연 당신에게 닿을까언제나 무섭다보잘 것 없이 느낄까봐내가 가득 담은 그 노력이 당신에겐 한 줌일까봐확인하고 싶지만때론 그 조차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공허하다깊은 우울이 내 곁에서 한 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 마다 나는 우울에게 조차 다정하려 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었다언젠가 홀로 될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내 곁에 아무도 없고그늘진 한 뼘만이 자리하고 있을 때에 조금 덜 외롭기 위해.      


사랑한다라는 말이 가끔씩 입안에 맴돌곤 해누군가에게 툭 뱉어버리고 싶지만목적 없는 대사는 서글퍼질 뿐이다그래서 나는 꼭꼭 씹어 삼켜버린다간질간질해지는 입술을 물어  뜯는다내 눈앞에 말을 전할 충분한 이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말하고 싶어라나는 침묵이 버릇이 되었다오늘도 꼭꼭 씹어 삼킨다자칫 사랑을 잘못 삼켜 내 사랑에 체해버리면 너무 슬프잖아.      



유독 모든 말이 어설프게 짜여 질 때가 있다나는 그 어떤 말을 해도 너와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사진을 비롯한 모든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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