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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 Jun 08. 2020

일 년 동안 마늘 4접을 먹었다.

시장이든 마트든 지천에 햇마늘이다. 단골로 다니는 장에 갔더니 아직 밭마늘은 시기가 이르다했다. 야무진 마늘을 구입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했지만 장아찌를 만들기 위해 구입했다.


2년 전 직장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 몸이 약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 코피를 쏟았고 감기, 독감 등 모든 병을 달고 살았다. 그중 가장 고역인 것이 알레르기였다. 27살에 라식수술을 했는데 둘째를 낳고 급성 알레르기가 덮쳤다. 자고 일어날 때마다 코안이 다 헐면서 재채기가 연신 나왔다.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였고 눈물, 콧물이 계속 흘렀다. 이렇게 급성으로 생긴 다음 해서부터는 4월과 9월이 되면 알레르기 증상이 일어나 모든 일상을 힘들게 만들었다.


콧속이 간지러워지고 눈이 너무 가려워진다. 눈을 너무 비벼대서 손을 대기만 해서 눈이 따가울 지경이다.

일을 시작한 이후엔 체력까지 헐렁해져서 그 증상은 더 심해졌고 회사에서도 몸이 약하다는 눈도장을 확실히 받아야만 했다.


작년 시장에 갔다가 우연하게 마늘 한 접을 사 왔다. 마늘의 어떤 효과나 기대 때문에 산건 전혀 아니고 그냥 우연이었다. 마늘 한 접은 100개다. 적은 양은 아니다. 장아찌도 조금 담가보고 뿌리가 있는 밑동만 잘라내어 구워도 먹었다. 구운 마늘은 아린 맛이 없어지고 마늘 특유의 향과 함께 단맛이 난다. 마늘을 구워서 한 소쿠리 놓으면 아이들도 서로 달려와서 까먹었다. 달큼하고 향긋한 것이 감자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고기를 볶아먹을 때도 마늘 볶음이라고 할 정도로 듬뿍 넣었고 국이며 찌게에도 곱게 다져 넣는 것이 아니라 성글게 다져 넣었다. 보기는 그리 좋지 않지만 마늘을 건져 먹어도 될 만큼 말이다.


간장을 베이스로  만든 마늘장아찌도 1접 이상을 먹었다. 아린 맛이 간장에 다 삭으니 먹을만했다.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이라 여름이 지나도록 먹었던 것 같다.


여름이 지나기 전까지 접으로 사서 먹었고 가을부터는 접으로는 구하기가 힘들어 쪼개 놓은 마늘을 구해 먹었다. 작년 마늘이 나오면서 부터 지금까지 4접이 넘는 양을 구입해 먹은 것 같다. 식구들과 정말 많은 양을 먹었다. 여러가지 조리방법을 사용하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작년까지만 해도 알레르기가 정말 때맞춰 찾아왔는데 올해는 아무런 증상이 없이 4월을 넘겼다. 벌써 6월이다. 이런 일이 없었는데 말이다. 작은 아이가 2살 무렵쯤부터 시작되었으니 5년이 넘은 기간 동안 빼먹지 않고 일방적 괴롭힘을 당했는데 그 이후 이렇게 편안하게 4월을 보내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유별나게 챙겨먹은 약도 없었고 먹거리도 비슷하게 먹었는데 마늘은 눈에 띄게끔 많이 먹었다. 마늘로 인해서 몸이 좋아진 것 같아 마늘의 효능을 검색해 보았다


1. 항암효과

2. 면역력 강화

3. 항균작용


정확한 소스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이와 비슷한 내용이었다.

5년이 넘게 고생시킨 알레르기를 잠식시킬정도로 강력했다니 그 효능이 놀랍기만 했다.


이젠 마늘 전도사가 되었다. 장아찌로 만들어 식사때마다 챙기고 마늘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음식과 소스들을 찾아보고 만들어낸다.


내가 읽고 쓴글은 곧 나다. 내가 읽고 경험한 것들이 진짜 글이 되는 것처럼 먹은 음식 또한 그렇다. 좋은 음식은 단기간에 효력이 나타나는 것도 있지만 서서히 몸을 회복시킨다. 정크푸드를 많이 접하면 먹은만큼 배설되는 것들 또한 몸의 심각한 반응이다. 글이든 음식이든 내가 먹은대로다. 그것이 곧 나다.



*위 이야기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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