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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PARK Mar 15. 2020

우울증 치유는 감정에서 시작된다

"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를 읽고

이성 > 감정?

흔히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라고 한다. 뇌가 발달된 인간은, 논리를 이용하여 합리적인 결정을 하기에 다른 동물과 차별화된다고 한다. 이에 반해 '본능'으로 표현되는 '감정'은 비합리적인 요소로 여겨진다.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감정을 조절하고 이성을 이용해야 하며, 특히 중요한 결정이나 판단을 내릴 때는 더더욱 중요하다.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왔었다. 생각하고 분석하는 것에 집중하고, 감정을 느끼는 것에는 무심했다. 어쩌다가 강렬한 감정을 느끼면 당황하여 '왜 이렇게 감정적이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했다. 어자피 제일 중요한 것은 생각이니까 이성으로 감정을 제어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아래의 책을 읽은 후, 그동안 신주단지처럼 믿어온 이 신념이 산산조각났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85473332



감정 파악하기

"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는 억눌리고 회피된 감정이 우울증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담은 책이다. 흔히 치료에 이용되는 인지 행동 치료와 반대되는 감정중심, 경험적 치료를 소개한다. 효과적인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는 생각보다는 감정을 치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감정의 종류를 2가지로 나눈다.

- 핵심감정

- 억제감정


핵심감정은 두려움, 분노, 슬픔, 혐오감, 기쁨, 흥분, 성적 흥분으로, 기본적인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의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나오는 반응으로, 의식으로 통제되지 않는다.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감정으로, 행동을 자극한다. 핵심감정을 느끼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 두려움을 느끼면, 도망가고 싶다.

- 기쁨을 느끼면, 남들과 함께 좋은 소식을 공유하고 싶다.

- 슬프면, 몸을 움추리고 울고 싶다. 


억제감정은 핵심감정을 차단하며, 불안, 죄책감, 수치심이 이에 속한다. 핵심감정이 너무나 압도적이거나 핵심감정이 타인에게 부정당했을 때 나타난다.


조금만 실수해도 화를 내는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는, 두려움을 억제하면서 불안을 키운다. 이 핵심가정과 억제감정의 고통이 너무나 커져 감당할 수 없다면, 뇌는 이 감정을 회피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바로 방어다. 



감정의 회피, 방어

방어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부정적인 생각, 무감각, 비판, 무력감, 미루기, 반추, 중독 등등... 


방어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다가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 잠깐 게임 한판하는 것도 방어지만, 이는 건강한 방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성적으로 감정을 방어하게 되면, 자기파괴적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방어가 계속된 나머지 '아무것도 상관없어'라고 느끼게 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놓치거나, 오히려 자신에게 해가 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필요없어'라고 느끼는 우울증과 무기력은 만성화된 방어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렇게 느끼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 방어 안에는 이를 유도한 트라우마 및 기억이 숨겨져있다. 



방어와 억제감정이 강하면 핵심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감정과 몸의 관계

개인적으로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핵심감정은 사실 신체감각의 집합이라는 주장이었다. 슬플 때는 '슬픔'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느낄 때 나타나는 구체적인 감각을 경험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려움을 느끼면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 든다.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몸의 근육이 수축되고, 심장이 뛰는 속도가 빨라지고, 숨을 짧고 빠르게 내쉰다. 

이 신체적 감각들은 '두려움'이라고 표현된다. 


그리하여 저자는 핵심감정을 파악하기 위해서, 몸의 감각을 파악하는 연습을 제안한다. '마음챙김 명상'과 비슷하다. 하나의 감각에 의식을 집중하고 (보통 숨쉬기에 집중한다) 신체 변화를 그대로 관찰한다. 몸의 감각은 어떠하고, 그 감각은 어떤 감정을 가리키는지 알아본다. 감정에 이름이 붙여지면,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게 된다.



감정은 일시적이다

저자는 감정은 감정일 뿐이라고 말한다. 감정은 우리에게 행동하도록 강력한 신호를 보내지만, 그 후에는 빠르게 사라진다. 단단한 벽에 발을 부딪히면 몇 초간 고통을 느끼지만, 그 이후에는 고통이 사라지는 것처럼.


'모든게 다 부질없어'라는 생각이 들면 내 몸의 반응에 집중해본다.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면, 내 몸은 경직되어 있고, 숨을 얕게 쉬고 있으며, 목과 어깨에는 긴장이 잔뜩 들어가있다. 

편안한 나만의 안식처를 생각하거나, 위로받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긴장이 풀리면, 숨을 깊게 들이쉬고 있고, 몸의 근육이 쫙 펴지면서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러면 '모든게 다 부질없어'라는 생각보다는 '괜찮아'라는 생각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결국에는 '모든게 다 허무해'는 일시적인 감정이었구나 라는 것을 느낀다. 




나는 그동안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 가장 흔한 심리치료 기법인 인지행동치료를 받았기에, 감정보다는 계속 생각에만 집중했었다. 왜곡된 생각 패턴을 인지하여 이를 고치는 것이 치료 목표인데, 나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효과를 '느낄 수' 없었기에.


뒤늦게나마, 색다른 시각과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 너무나 기쁘다. 꾸준히 감정과 방어를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고, 필요한 것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언젠가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상태로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저자는 이를 '열린 마음'이라고 정의하며, 다음과 같은 상태라고 한다. 


평온함, 호기심 있음, 연결되어 있음, 연민을 느낌, 자신 있음, 용기 있음, 명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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