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아 Mar 22. 2016

로봇 407의 여름 (11화)

6. 박사님의 사정(1)


나도 산속에 사는 로봇이지만, 이렇게 높고 가파른 산에 마을이 있다니. 우리 마을이 산골 치고는 넓고 사람도 많이 사는 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인가 보다. 이런 산속의 마을은 크지 않은 것이다. 일단 집을 짓기 위한 과정이 너무 험난할 테니까. 하지만 천문대를 지으려고 한다니, 그 부부도 보통은 아닌 것 같다.


탕!


“앗! 뭐야?”


로봇도 헉헉거리는 길을 한참 오르는데 어딘가에서 돌멩이가 날아왔다.


탕! 탕!


쉬지 않고 돌이 계속 날아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돌이 나에게만 날아왔다. 대짝이가 커서 맞히기도 쉬울 텐데, 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했나?


돌이 깡통에 부딪혀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산새들이 놀라 푸드덕 날아오르는 소리까지 더해지니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로봇 아닌가! 커다란 탱크 정도가 아니라면 무서울 것 없다.


“어떤 놈이야? 나와!”


대짝이도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주위를 살폈다. 우리 쪽에서 큰 소리가 나니 상대도 겁을 먹었는지 얌전해졌다.


“저... 어... 기 있다.”


내가 씩씩거리며 돌멩이의 주인을 찾고 있는데 대짝이가 선수를 쳤다. 대짝이도 닿지 않는 높은 나무에 남자아이 한 명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조잡한 새총을 가지고 있는 걸 보니 돌멩이를 던진 범인이 분명했다.


“꼬마! 너냐? 뭔데 우릴 공격하는 거야?”

“쳇! 몰라!”


꼬맹이는 놀라운 속도로 나무에서 내려오더니 쌩하니 달아나 버렸다. 


“쫓아가자. 이곳 마을의 아이일 거야.”

“으응...”


아이는 험한 산길을 빠른 속도로 뛰어갔다. 웬만한 산동물보다도 빨라 보였다. 조금씩 거리가 벌어졌지만, 저 멀리 사람이 살 것 같은 집이 몇 채 보였다. 아이보다 느린 로봇이라니,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린 나무를 탈 수 없잖아.


Copyright © By Young-a. All right reserved.



마을 입구에 들어섰는데, 마을이 전부 한눈에 들어왔다. 집은 열 채가 조금 넘어 보였다. 예상보다 훨씬 작은 마을이었다.


“정말 손님이 왔네.”


자상하게 생긴 아주머니가 우리를 반겼다. 아주머니 뒤로 좀 전의 꼬맹이가 숨어있었다. 돌멩이를 던진 것은 괘씸하지만 덕분에 빨리 마을을 찾았으니 용서해주기로 하자.


“안녕하세요. 저희는 척 박사님을 찾아왔습니다. 혹시 알고 계신가요?”


아주머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를 쳐다보았다. 


“물론, 그런데 너희는 누구니?”

“저는 박사님의 애완..., 아니, 로봇입니다. 이 로봇은...”

“어머, 대짝이구나.”

“저... 를 아... 세요?”


대짝이의 대답에 아주머니의 동그란 눈이 더 커졌다.


“대 박사님의 로봇, 대짝이가 아니니?”

“대... 박... 사... 님...?”

“오, 깡통이냐?”


그때였다. 어딘가에서 많이 보던 노인이 거대한 지팡이를 양손에 집고 나타났다.


“못 보던 사이에 많이 자랐구나. 몸이 하나 더 생긴 건가?”

“박사님!”

“바... 악... 사님!”

“대짝이도 왔구나. 이런, 기특한 것들.”

“척 박사님도 대짝이를 아세요?”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을 아주머니가 대신했다. 우리는 멀뚱하니 낯선 아주머니와 척 박사님을 번갈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에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리안 부인도 대짝이를?”

“네, 저희 부부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신 대 박사님 댁에서 몇 번 보았어요.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네요.”





< 다음 편에 계속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