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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희 Nov 17. 2019

옛날 우리는 꼬리가 있었다.

2019.10.28.

영광마을굿에 초대받았다.

지난 코무덤 평화위령제에서 만났던 광양의 버꾸놀이(전통북) 양향진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11월 2일 전남 영광에서 마을굿이 있는데, 일본 무용수 유키와 함께 공연을 와달라는것.

문제는 축제가 얼마 안남았고 지원금이 모두 책정되어 뺄수 없는 상황이였다.

양향진 선생님은 코무덤평화제 카톡그룹채팅창에 상황을 이야기하고 후원자를 모집했다.

하루 만에 차비와 움직이는 식대비, 사례비가 만들어졌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였다. 영광에 갈 수 있겠다!

이것은 또 무슨 바람이지??


2019 영광 마을굿


유키는 한국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다. 가고싶어하는 눈치였다.

둘이서 가기전에 3번 만나서 준비를 했다. 

나는 서양의 악기를 연주하고, 유키도 전통무용을 공부하지 않았다

 영광 마을굿에서 마을 할머니들과 어떻게 소통할것인가.

 무의식과 불가항적인것. 신비로운, 상상으로부터 출발하게 되었다.

이야기는 점점 살이 붙어져가서 

고양이의 꼬리가 주제가 되었다.

인간의 초창기 꼬리가 있었다고 상상을 했다.

꼬리는 손과 발이 되고, 먹거나 인사하거나 사랑을 나눌때, 

소통을 할때 사용되었다고 상상했다.

그 꼬리가 퇴화되고 이제 안보이지만

이것은 눈으로 안보이는것뿐

사실 어떤 힘으로도 존재하고 있지않을까 

마지막에 염불을 지었다.

한자 문화권 동아시아의 언어 연결고리로서 조금 더 교감할수 있을까 고민했다.

공연도중 뿌릴 종이에 시와 고양이 꼬리를 넣어서 프린트했다.

색을 반전시켜 분홍빛 빨강색으로 만들었다.

한글과 일본어를 정리했다.



しっぽ結びーまたの名を、島と尻尾
꼬리맺기ー부제 섬과 꼬리
2019 동희 유키 창작무용극  


옛날 우리는 꼬리가 있었다
大昔 わたしたちは しっぽをもっていた
꼬리로 헤엄치고 걷고 잡고 쓰고 있었다
しっぽで泳ぎ 歩き 把み 書いていた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되어
心が 動きだして
몸의 무늬가 빨강으로 파랑으로 바뀔 때
体の彩が 赤に青にと 変わるとき
꼬리는 벌써 움직이고 있었다
しっぽは もう 動いていた
일어서고 보풀이 일고 펄럭이고 물결치고
起立して 毛羽だって 旗めいて 波打って


이제 우리는 꼬리를 갖지 않는다
今 わたしたちは しっぽをもたない
잃어버렸는지
なくしてしまったのか
안 보일 뿐인지 
見えないだけなのか
모를 뿐인지
知らないだけなのか


눈을 감는다
目を閉じる
살짝 꼬리를 흔든다.
そうろりと しっぽを動かす


냇가 고양이는 꼬리를 살짝 수면에 늘어뜨린다
川猫はそのしっぽをそうろりと水面に垂らす
흐른 꼬리는 바다원숭이의 꼬리와 맺어진다
流れるしっぽはやがて海猿のしっぽと結ばれた
바다원숭이의 꼬리가 하늘에 둥실 뜬다
海 猿のそのしっぽがふわりと宙に浮く
떠다니는 꼬리는 헤매어 멀리 떨어져간다
漂うしっぽはさまよって遠くに離れていく
꼬리 끝의 안개
しっぽのさきっぽに靄


그 습기 안에서
その湿り気の中で


염불 念佛
꼬리 끝에서 세포가 분열
尻尾先端細胞分裂
대륜의 백합이 피고 수분
百合大輪開花受粉
관음과 악수, 약지를 잡다
把握手観音結薬指
눈에 안 보이는 꼬리를 만지고 하나가 된다
触手不可視結尻尾


눈을 뜬다
目を開ける
몸을 떤다
身震いす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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