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위로
사촌 동생 ‘바오’네 집에 놀러 간 어느 날. 못 보던 게임이 하나 있었다. 위로위로 라는 제목이 쓰여 있었는데,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힘들 때 위로해 준다는 말일까? 아니면 보글보글이나 삐릿삐릿처럼 소리나 모양을 흉내 내는 말일까? 어쩌면 영어일까? 그렇게 고민만 하던 중, 부모님 들이 외출하시고 우리 셋만 남게 되었다. 드디어 게임을 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렇게 직관적인 의미였다니! 위로위로라는 제목은 계속 위 방향으로 올라가라는 말이었던 것이다.
처음 하는 게임에서 이런 감각은 처음이었다. 분명히 한 번도 안 해본 게임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것 같았다. 순식간에 몇 스테이지를 클리어했다. 마친 신들린 것처럼. 동생과 바오 둘 다 감탄할 정도였다. 원래 쉬운 게임인 걸까? 하지만 막상 동생과 바오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왜지? 어째서 나만 이렇게 잘하는 거지?
동생들이 게임을 하는 동안 화면을 지켜봤다. 그리고 보니 지금까지 해온 다양한 게임들의 요소가 눈에 들어왔다. 구니스 느낌도 있었고 왕가의 계곡 같은 부분도 있었다. 패미콤에서 한참 즐기고 있는 로드런너는 어떤가? 전혀 다르게 느껴지지만 요술나무 같은 부분도 얼핏 보이는 것 같았다. 아. 그렇구나! 게임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하나의 게임을 잘하게 된다면 다른 게임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 당연한 사실이 당시에는 엄청난 깨달음처럼 느껴졌다.
위로위로는 당시까지 해본 게임 중 나와 가장 잘 맞는 게임이었다. 그동안의 모든 경험을 쏟아부을 수 있는 게임. 내가 오래 하면 동생들이 지루하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나보다 더 긴장한 채 화면을 노려보는 모습에 안심했다. 스틱을 쥔 손에 땀이 느껴졌다. 동생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더 위로. 조금 더 위로. 위로위로. 그날은 부모님들이 돌아올 때까지 거의 나 혼자서만 게임을 해야만 했다. 부모님이 돌아오는 문 소리를 듣고 셋이 함께 탄식을 뱉었다. 조금만 더 늦게 오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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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즈의 30가지 메모리 -1985까지
라이즈 아웃. 1984. 아스키.
한국에는 ‘위로위로’로 알려진 게임으로 재믹스로도 발매되었습니다. 원제는 라이즈 아웃이네요. 결국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게임인데, 살짝 머리를 써야 하는 부분에서 왕가의 계곡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길을 잘못 들면 올라갈 수가 없거든요. 경쾌하고 빠른 게임으로 저는 이 게임을 떠올리면 컨트롤러를 쥔 손에 땀이 차오르던 순간이 떠오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