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게임

엑스리온

by 마이즈

개미는 2차원만 이해할 수 있다고 들었다. 가로와 세로만 이해할 뿐 높이를 이해할 수 없다나? 어린이 과학 교실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꽤 오랜 기간 상상에 빠졌다. 내가 개미라면 어떤 느낌일까? 높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가로나 세로 중 하나를?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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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내가 매일 하는 게임이 그랬으니까. 게임 속 화면은 좌우와 위아래만 있을 뿐 깊이가 없는 2차원이었다. 게임에서 3차원을 만들 수 없는 이유도 납득했다. TV 화면은 평면이기 때문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입체 TV를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상상까지 전개되었다. TV를 여섯 개 배치하면 입체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면 못 보는 방향이 생길 텐데 그게 당연한 걸까? 그래서 만들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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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 치고는 나름 심도 깊은 고민을 하던 중 특별한 게임을 만나게 되었다. 엑스리온이라는 슈팅 게임이었다. 게임을 하며 깊이 감동했다. 평면 TV 안에서 3차원 공간을 만들 수 있구나! 물론 지금 보면 제대로 된 입체라기보다는 착시를 활용한 유사 3D였지만 어린 마음에 처음 접한 엑스리온은 혁신 그 자체였다. 게임은 재미있었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멀미였다. 대체 왜 멀미가 나는 거지? 또다시 나는 의문에 빠졌다. 그리고 나름의 답을 냈다. 자동차나 배를 탈 때 멀미가 나는 것과 같은 이유가 아닐까? 3차원이면서 비행기를 타는 게임이라서 그런 거야! 비행기가 아닌 사람이 움직이는 게임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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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오래도록 기다렸지만 엑스리온 스타일의 사람이 나오는 게임은 출시되지 않았다. 게임 속 3차원을 구현하는 방향은 전혀 다른 방식을 찾기 시작했으니까. 이제는 보기 드문 방식의 입체 착시 게임이지만,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놀라움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언젠가는 나도 이런 느낌을 주는 게임을 만들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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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즈의 30가지 메모리 -1985까지

엑세리온. 1984. 자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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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제목은 엑세리온이지만, 재믹스 패키지에 엑스리온으로 표기되어 있어서인지 대부분 엑스리온으로 알고 있던 게임입니다. 원근감이 보이는 것처럼 만드는 유사 3D 형식의 배경과 특유의 관성, 스크롤 연출로 멀미를 일으키기도 했었지요. 조작이 직관적이지 않아 다소 어려웠지만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 준 게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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