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키콩 주니어
어라? 얘가 왜 나쁜 짓을 하고 있지? 어린 마음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동키콩에서 납치당한 미녀를 구하기 위해 드럼통을 뛰어넘으며 달려가던 마리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동키콩을 우리에 가둔 채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 어쩌면 동키콩이 미녀를 납치하는 악당이라서 가둔 걸까? 하지만 그렇다면 왜 내가 나쁜 놈을 구해야 하지? 이 게임의 첫 이미지는 선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혼란스러움이었다. 동키콩 주니어는 마리오가 있는 화면 상단까지 도달해야 한다. 우리에 갇혀 있는 동키콩을 구하기 위해서다. 나쁜 것은 대체 어느 쪽이란 말인가.
어린아이였기에 복잡한 생각은 처음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게임에 푹 빠져 들었다. 그리고 수없이 반복해서 즐기며 실력을 키워 나갔다. 그 끝에 요즘 표현으로 슈퍼 플레이라고 불릴만한 수준에 도달했다. 첫 스테이지에서 눈을 감고 플레이하기도 했고, 한 손으로 플레이하기도 했다. 게임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움직여서 끝까지 클리어했다. 그렇게 수없이 마리오를 쓰러뜨리고 동키콩을 구해냈다. 초반의 혼란스러움이 무색할 정도로 동키콩 주니어는 요술나무 이후로 내가 가장 잘하는 게임이 되었다.
어린 시절에는 게임을 잘하게 되면 꼭 이를 현실로 가져오려고 했던 것 같다. 어느 주말에 가정부 누나를 졸라서 동네 초등학교에 놀러 갔다. 그곳에 줄타기 기구가 있었는데, 지나다니면서 눈에 들어온 이후 벼르고 별렀던 터였다. 게임을 잘하게 된 만큼 나 역시 줄타기의 고수가 되었다고 착각했다. 내가 동키콩 주니어니까! 잔뜩 신나서 줄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뻔했다. 도저히 오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 맞다! 동키콩 주니어는 양쪽 줄을 동시에 잡아야 빨리 올라가지! 이번에는 두 개의 줄을 동시에 잡았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도저히 줄을 오를 수 없었다. 더 힘든 느낌이었다. 기운이 쭉 빠졌다.
포기는 빨랐다. 아니, 합리화였던 걸까? 뭐, 어쩔 수 없지. 사실 마리오는 착한 편이잖아? 나쁜 놈을 흉내 내서 뭐 하겠어? 나는 동키콩이 아니라 마리오가 될 거야! 그날 학교 운동장에서 나는 줄타기 대신 점프를 하며 놀았다. 그렇다면 이후 동키콩 주니어 게임을 하지 않았을까? 더 이상 나쁜 놈이 되고 싶지 않았을까? 설마. 그럴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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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즈의 30가지 메모리 -1985까지
동키콩 Jr. 1983. 닌텐도.
마리오가 악당 역할로 나오는 몇 안 되는 게임입니다. 전작에서 악당이던 동키콩을 붙잡은 마리오에게서 그를 구출해 내는 게임이지요. 덕분에 초반에 선악 구분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어린아이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네요. 게임 자체는 한 화면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줄타기가 주요 이동 방식이에요. 양손으로 줄을 잡으면 빨리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하나의 줄에만 매달려야 빨리 내려올 수 있습니다. 독특한 방식의 이동이 흥미로운 게임이었지만, 이후 리메이크 소식이 없어 아쉽네요. 모두의 히어로가 된 마리오에게는 어쩌면 흑역사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