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토리 Jul 08. 2024

부족했던 자의 변명

쉰 살의 유학일기 - 다시 여름 #5

JLPT 시험을 봤다.

망했다…

확실히 모의고사와는 느낌이 다르더라.


어휘와 문법은 모의고사와 비슷했다.

모르는 어휘가 있긴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문법은 아무리 공부해도 도저히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서 포기한 상태라 그러려니 했다.

나이를 들먹이는 건 비겁한 변명일 뿐입니다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아무리 외워도 돌아서면 잊어버려지는 건 나이 말고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그래도 꾸역꾸역 하다 보니 입에 붙어 자연스러운 문장을 고르는 게 나름 정답 확률이 높아 문제를 푸는 것도 아니고 찍는 것도 아닌 이상한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다.


독해는 어려웠다.

내가 가장 자신 있던 과목인데 정말 망했다. ㅠㅠ

짧은 단문 문제에서 이거다 싶게 답이 딱 떨어지는 문제가 별로 없었다. 고민하고 여러 번 읽다 보니 시간이 모자라서 장문 독해 두 개의 일곱 문제 정도를 날렸다.

꼼꼼히 읽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휘리릭 읽고 답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청해는 안 들렸다.

완전 넓은 대학강의실에서 내 자리는 오른쪽 맨 뒤에서 두 번째였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진행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은 아직도 시디플레이어를 사용해서 청해 문제를 들려줬다.

음량테스트할 때 뒷자리에 소리가 잘 안 들려서 볼륨을 높였더니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너무 커서 울린다는 바람에 어찌어찌 조절을 하긴 했는데 내 자리에서는 깨끗하게 잘 안 들렸다.

거기에 시험지 넘기는 소리 연필 소리, 숨소리, 코 훌쩍이는 소리 등등 온갖 잡소리가 끼어들어 대략 난감 그 자체였다.

어차피 모의고사 때도 반 정도는 감으로 정답을 찾는 수준이었지만 클리어한 음질에서 언어의 맥락을 잡아내는 것과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그리고 나는 이미 제일 자신 있던 독해에서 멘탈이 나간 상태였다.


떨어지면 현해탄 헤엄쳐서 돌아와라~~


남편이 놀렸다.

알았다, 내 당장 수영복 사러 갈게!!

공부를 안 했다고 하면 좀 억울한데…

N1을 따고도 회화는 전혀 못한다는 사람이 많다던데 내가 딱 그 꼴이네.

아니다, 난 일상회화는 쪼금하고 N1은 떨어질 거 같으니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된 건가?


떨어지면 12월에 한국에서 다시 한번 도전해 볼란다. 칼을 뽑았으면 두부라도 잘라야지.

하… 안전하게 그냥 N2 볼껄… ㅠㅠ

아몰랑, 결과가 나오는 8월 말까지 일단 잊자!

매거진의 이전글 마지막 수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