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남편과 싸웠다.
아니, 싸웠다가 보다는 남편의 말실수로 마음이 크게 상했다.
평소 감정적인 동요가 별로 없는 남편이 내가 미쳤었나 보다며 안절부절못할 정도의 실수였다.
남편은 눈빛으로, 표정으로, 온몸으로 미안함을 뿜어냈지만 - 이 남자는 결코 미안하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는다, 이상한 버릇이다 - 눈물이 쏟아지고 헝클어진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다.
어떻게 하루가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서러웠다가 화가 났다가 이해도 갔다가 미웠다가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있었다.
일이 손에 안 잡혔지만 어쩔 수 없이 볼 일을 보고 집에 돌아오는데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이 빠듯했다.
밥 하기 싫었지만 남편과의 감정소모도 길게 하고 싶지 않아 집에 들어오자마자 옷도 채 못 갈아입고 부지런히 저녁준비를 했다.
남편이 퇴근을 하고 난 뒤통수 가득 불만을 담은 채 쳐다보지도 않고 인사를 했다.
으악!!!! 야, 개띵구!!! 이게 머야??!!
남편이 안방에 들어가자마자 난리가 났다.
오메~ 요 이쁜 넘이 안방 한복판에 푸지게 응가와 쉬를 해놨네!!!
엄마 대신 아빠한테 복수해준겨? 기특해라~
차마 아침의 일 때문에 나한테 치워달라는 말도 못 하고 남편은 씩씩대며 뒤처리를 했다.
일부러 냅뒀냐?
아니, 외출하고 오자마자 저녁준비하느라 몰랐네. 냄새나는 줄도 몰랐어. (엄훠~ 꼬셔라, 쌤통이다!)
시추가 똥 먹는 건 사람이 담배 피우는 것과 같은 거라 하지 않았나.
물론 우리 집 시추 띵구도 건강할 때 가끔 응가를 먹었었다. 그리고 아픈 지금은 볼 일을 본 후 필사적으로(?) 먹어치우는 것 같았다.
한껏 취약해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흔적을 지우려는 듯이.
그래서 얼른 치워주지 않으면 뒤처리가 매우 곤란하기 때문에 외출할 때는 꼭 응가바지를 입혀주고 나가는데 오늘은 마음이 심란하여 깜빡 잊었었나 보다.
안방 문도 못 들어가게 꼭꼭 닫는데 오늘은 그것마저 잊었었나 보다.
기특한 개아들이 엄마 맘을 어찌 알고 안방까지 들어가서 아빠에게 한방을 먹였을까! 심지어 먹지도 않고, 밟지도 않고!
저 녀석, 안 아픈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