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름 적응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주변에서는 그리 보이지 않았는가 보다.
남편이 내가 말을 밉게 한다고 했다. 피곤해서 그런 것 같다고…
안과전문병원에 데리고 가보자. 백내장이라면 수술해서 한쪽눈이라도 보이게 해야지, 언제까지 이렇게 둘 순 없잖아.
남편의 마음은 안다.
이리저리 쿵쿵 박고 다니고 아무 때나 왈왈 짖는 띵구가 안쓰러운 마음도 있겠지만 띵구 때문에 매일 새벽에 깨어 해롱해롱 사는 나를 보는 것도 괴롭겠지.
사실 내 체력이 많이 딸리는 건 사실이다.
낮잠도 자고 외출도 삼가면서 나도 나름대로 애쓰는데 그래도 피곤함에 까칠해진 면이 튀어 나오는가 보다.
잠을 잘 자야 다이어트도 잘 된다는데 난 띵구 덕분에 살 빼기는 틀렸네. (왜 얘기가 글루 튀냐?)
띵구를 데리고 안과검진을 하는 큰 동물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다.
결과는 양쪽눈 모두 망막박리. 시력을 완전히 상실했고 회복할 방법은 없단다.
예상은 했지만 작은 희망마저 꺼져버리니 마음이 먹먹했다.
그리고 문제는 단순히 시력상실뿐만이 아니었다.
왼쪽 눈에 녹내장이 심해 안압이 엄청 높다고 한다.
이 정도 안압이면 눈이 아주 아플 거예요. 보통 이 정도면 애 낳는 산통과 비슷하다고 비유할 정도예요.
원래 시츄가 아파도 표현을 안 한단다.
그동안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해서 아플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산통이라니… 얼마나 오랫동안 아픈 걸 참고 있었던 걸까.
미련한 녀석… 끙끙대기라도 하지… 밥도 굶고 축 늘어져 있기라도 하지… 얼마나 아팠을까…
일단 안압을 낮추는 안약을 처방받아 왔다.
12시간 간격으로 시간 맞춰 약을 넣는 게 중요하단다.
병원에 다녀온 뒤 띵구의 컨디션이 꽤 좋아 보였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남편도 띵구의 움직임이 무척 가벼워 보인다고 했다.
통증이 가라앉아서인가 보다.
참 나… 세상 쓸모없는 놈인데… 왤케 이쁘냐…
남편이 물끄러미 띵구를 보더니 한마디 한다.
그러게… 쟤는 그게 전부네.
이쁜 걸로 모든 걸 다 퉁쳤네.
그럼 됐지 뭐.
그런데 띵구야, 아프면 아프다고 티 좀 내주라.
그래야 엄마가 덜 미안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