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월세다.
4년 전 맏이를 독립시키면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16년간 살던 집을 정리하고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했다.
그때 개 두 마리,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살 수 있는 집은 지금 살고 있는 이 집 외엔 없었다.
깨끗이 수리한 집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걸 허락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생활반경을 무시하고 멀리 시골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전에 살던 세입자가 개를 키우고 있었고 또 우리도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이유로 도배장판 등을 새로 해주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평수를 줄여 이사한 데다가 셋방살이 중이니 이쁜 가구를 새로 들이지도 않았다.
손때 묻은 낡은 살림살이들을 이리저리 테트리스하듯 끼워 맞춰 살고 있다.
우리 집에 있는 물건들 중 대부분은 우리 딸들과 나이가 비슷하다.
30년 된 낡은 집에 낡은 물건, 남의 집…
게다가 안주인인 나는 살림에 젬병이다.
그래도 맘먹고 머라도 할라치면 ‘아, 계약갱신 안되면 어쩌지? 그럼 어차피 또 이사해야 할 텐데…’ 싶어서 지레 포기하고 냅두고 살았다.
그러니 아무리 쓸고 닦고 각을 잡아봐도 어딘가 구색이 안 맞고 궁상맞아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렇게 원래부터 그닥 깔끔치 못한 우리 집이 요새는 한술 더 뜨고 있다.
기존에 있던 개고양이용 밥그릇, 물그릇, 사료봉지 이외에도 서랍장 위 손이 쉽게 닿는 곳에 배변패드, 기저귀, 물티슈, 탈취제 스프레이 등등이 쌓였다. 화장실과 다용도실에는 온갖 걸레들이 늘어섰다. 아, 약봉지도 있구나.
그리고 오늘, 저어기 구석탱이에 대가리 처박고 왁왁 짖어대는 띵구 때문에 바리케이드를 치기 시작했다.
낡기만 한 집이었는데 이제 점점 누더기가 되어간다, 허엉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