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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토리 Sep 21. 2024

껌딱지

추석연휴가 끝났다.

올해는 앞이 긴 연휴라 경기도 친정부터 먼저 다녀왔다.

예전에 개들이 어렸을 땐 1박 2일 정도면 밥 잔뜩 부어놓고 - 자율배식을 했었다 - 물 잔뜩 받아놓고 개들은 집에 놓고 훌쩍 다녀왔었다.

몇 년 전부터는 좋은 펫시터를 만나서 두 녀석을 안심하고 맡기고 다녔었다.

지금은… 몽땅 이고 지고 데리고 다녀야 한다.

아무리 좋은 펫시터라 해도 밤새 짖거나 새벽에 돌아다니거나 아무 데나 쉬야하는 녀석을 돌보는 건 쉽지 않을 터였다.

우리 개들을 돌봐주시던 어르신들이 - 사실은 옆동네 노부부 - 일단 데리고 와봐라, 한번 해보겠다 하시긴 했지만 가능하면 내가 끼고 돌보는 게 맞는 것 같다.


두 녀석의 짐을 바리바리 실었다.

호야는 차만 타면 운전하는 내내 흥분모드로 짖고 돌아다니려 하기 때문에 케이지에 넣어야 한다.

띵구는 얌전히 있기는 하지만 상태를 살펴야 해서 차량용 펫쿠션을 사서 설치했다.

아, 카시트는 오래전에 졸업했는데 이제 펫시트로 다시 시작이구나…

다행히 띵구는 쿠션 안에서 내내 자며 갔다.

연휴 전에 미리 집에 온 막둥이가 뒷좌석에서 살뜰히 보살펴주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두 녀석 산책 겸 쉬야도 시켜가며 두 시간 거리 친정에 잘 도착했다.

일반적인 추석 귀성차량들과 거꾸로 움직이는 거라 막히지 않아 다행이었다.

하지만 친정에 도착하자마자 띵구가 먹은 걸 모두 게워내었다. 멀미인 모양이다.

게다가… 띵구 안약을 놓고 왔다.

띵구는 왼쪽 눈에 두 종류의 안약을 넣는데 5분 정도의 시차를 두어야 한다.

내가 먼저 한 개를 넣어주고 나서 남편에게 5분 후에 나머지 약 넣고 가방에 챙기라 시켰는데 고대~~~로 놓고 오셨다.

열두 시간 간격을 맞춰 넣어줘야 하는데…

안약 때문이라도 이 녀석을 떼어놓기가 힘들다.

엄마 껌딱지가 되어버렸다, 우리 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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