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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토리 Aug 24. 2024

쇼핑성공템

일본에서 돌아온 지 한 달.

거의 매일 우리 집 현관 앞에는 택배박스가 쌓였다.

그중 제일 많은 것은 식재료들이었고 그다음이 우리 집 털뭉치들 물건이다.

눈이 안 보이는 띵구로 인해 우리 집 온 식구들은 (사람은 물론 털뭉치들까지) 새로운 생활패턴에 적응해야 했다.

기본적으로 대소변을 가리는 두 마리를 위한 물건과 갑자기 대소변을 못 가리게 된 한 마리를 위한 물건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사료, 고양이용 모래, 물티슈, 걸레, 탈취제, 배변패드, 기저귀, 똥바지, 개모차… 사도사도 부족한 건 계속 생겼고 그와 더불어 실패한 아이템도 늘어났다.


개모차와 똥바지는 완전 유용한 성공템이다.

특히 똥바지 덕분에 외출했다 돌아왔을 때 온 집이 응가범벅이 되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사이즈의 아쉬움은 있으나 별 다섯 개 준다!!

매직펄프 청소기도 만족스럽다.

동물병원에서 쓰는 걸 눈여겨보고 와서 샀는데 띵구가 기저귀를 채울 틈도 없이 펑 싸버렸을 때 아주 쓰기 좋다. 펄프 청소기로 쉬야를 빨아들이고 탈취제를 뿌려 다시 닦는 패턴으로 치운다.

이걸 쓰기 전에는 티슈를 얼마나 뽑아다 썼는지… 그래도 손에 묻고 축축하고, 휴지통에 버려진 휴지 뭉치를 보고 이렇게 막 써도 되나 영 마음이 불편했는데 한결 편해졌다.

마지막 성공템은 방석.

원래 우리 집 두 강아지는 하우스 훈련이 잘 되어 있어서 ‘집에 가!‘라고 하면 거실 구석에 놓인 케이지에 쏙 들어갔었다. 그리고 편히 쉬고 싶을 때나 낮잠 잘 때도 케이지 안에서 잘 지냈었다. 그래서 따로 애견방석 같은 게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띵구가 케이지를 못 찾아 들어간다.

가끔 고양이가 들어가 쉬기는 한다.

혼자 살다 형아들이 오면서 심기 불편한 뽕쥐씨

띵구를 위해 방석을 샀다. 눈이 보이지 않아 불안하고 무서울 것 같아 안락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

사이즈 가늠을 잘못하는 바람에 너무 큰걸 사버렸지만 덕분에 호야까지 둘이 사이좋게 들어간다. 완전 럭키비키!!


이제 어느 정도 필요한 것들은 다 구비된 것 같은데.

그러기까지 수많은 물건을 사들이고 그중에 또 많은 것은 반품하고 환불하고 교환하고…

이제는 정착한 성공템들로 슬기로운 노견생활을 잘 꾸려나가기만 하면 된다.

에휴… 쇼핑몰에 내가 우수고객은 아닐망정 진상 고객은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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