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오키나와 다이빙 가이드가 아니다”
감각에 대한 민감도는 높지만, 몸의 운용에 대한 민감도는 낮은 편이다. 몸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때때로 과민하여 털끝까지 느낄 정도로 -아마도 착각일 것이다- 예민하지만, 그 감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에는 숙련되지 못했다.
초등학생 시절 체육 시간을 무척 힘들어했다. 한 시간 남짓 햇빛 아래에서 수업하고 나면 그 날 밤은 두통에 시달렸다. 중학교 무렵에는 그 증상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는데 10살 언저리까지 야외활동을 한 날은 생소한 통증에 괴로워하며 빨리 잠들기만을 기다렸다. 잠을 자고 나면 대개 사라지지만 가끔 자고 일어나도 통증이 가시지 않을 때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두통에 대해 엄마에게 말한 적은 없다. 어릴 때부터 무슨 일이 생기면 대개 혼자 해결하거나, 참고 지나가길 기다렸다. 어릴 적의 나는 지금보다 -지금도 그렇지만- 말수가 적고 예민했는데 엄마와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친밀하게 지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아이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반응하는 부모는 많지 않았고 엄마는 회사 생활, 살림, 양육에 매우 버거웠을 것이다. 두통이 잦았지만, 진통제는 나쁜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약도 없이 미련스럽게 참으며 원흉이 되는 햇빛을 꺼렸고 야외 활동은 줄어들었다. 사람을 대하는 데 서툴렀지만, 더 오래 집에 머무르고 혼자 시간을 보내고 공상을 했다.
프리다이빙에 필요한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일 순위로 꼽히는 것은 이퀄라이징이다. 압력 평형이라고도 하는데, 수심이 깊어질수록 체외에서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지고 압력에 가장 영향을 받는 연약하고 민감한 귀(고막) 내부 압력의 균형을 맞춰주는 일이다. 코를 막고 구강과 비강 안의 공기를 이용하여 중이로 압력을 가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강한 수압과 균형을 맞춰준다. 이것은 선천적으로, 혹은 트레이닝을 통해 습득되는데 당연히 수심이 깊어질수록 난이도가 높아져 그에 맞는 트레이닝이 수반된다. 사람에 따라 습득하는 기간은 천차만별인데 난 다이빙을 시작한 지 2년 정도가 되었지만, 여전히 압력 평형이 수월하지 않다. 오히려 입문 시절보다 잘되지 않는다. 그리곤 몸을 단련하고 사용하는 데에 미숙해서, 성실한 트레이닝을 하지 않아서라며 여러가지 변명을 덧붙이곤 한다.
누군가는 경기로서의 프리다이빙을 추구하고 원하는 성과를 얻기 위해 훈련하고 그를 위한 여행을 떠난다. 물이 주는 비일상성, 자신에 대한 집중, 한계 도전과 성취감으로 다이빙에 빠져드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지금은 트레이닝이나 기록 경기로서의 프리다이빙과는 아주 거리가 멀지만 다이빙을 이유로 여행을 떠나고 바다에 들어간다. 수심, 거리, 다이브 타임 등 숫자로 환산되는 종목에서 나는 여전히 열등생이지만 여행을 준비하고 떠나는 경험 또한 성장이 된다. 혼자 있는 것이 편안하고 몸과 감정 사용에 서툴지만 이 모든 것을 무릅쓰고 움직이고 있다.